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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 '의사국시 거부' 극단으로 내몬 의사단체 파업 만능주의[뉴스&뷰] 의정합의 채택해 놓고 내부 갈등으로 파업 지속 주장...의사단체 신뢰성 떨어뜨려

[라포르시안] 돌아가는 판이 말이 아니다. 파업 사태의 뒤끝에는 지도부 총사퇴나 법적대응이 따르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이번 '의사총파업'의 뒤끝은 여러 모로 최악이다.  

의과대학 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해 20일 가까이 이어진 젊은 의사들과 의사단체의 집단행동이 대한의사협회와 정부여당 간 합의로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다.

그러나 의정합의 이후 사태를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의사단체 지도부의 대응은 실망스러울 지경이다. 

협상의 카운터 파트너인 정부여당과 합의를 했음에도 의사집단 내부에서 다른 목소리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협상 절차에 대한 문제제기와 함께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내부분열에 빠졌다.

"감옥은 내가 가겠다. 후배 의사들은 끝까지 투쟁해달라"고 공공연히 말하며 의사총파업을 주도한 최대집 의협 회장은 정부로부터 의대정원 확대 정책을 원점에서 재논의하겠다는 합의문을 받아냈다. 하지만 그는 지금 의사사회 내부에서 '공공의 적'으로 몰리고 있다.

의협 집행부가 의대정원 확대 정책 등을 '철회'한다는 문구가 명시되지 않은 합의문을 받아들였고, 그 과정에서 독단적으로 협상을 진행했다는 비난이 거세다. "졸속협상 책임을 지고 최대집 회장과 집행부가 사퇴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탄핵론까지 불거지면서 파업투쟁보다 더 뜨거운 내부 갈등을 예고한다.

전공의 파업을 주도한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의사협회를 향해서 "약 한달 간 투쟁동안 뜨거운 열정으로 하나 되었던 우리들의 목소리는, 대표단체장의 독단적이고 비겁한 날치기 합의에 철저히 무시되고 외면되었다"며 "그 과정을 고스란히 지켜봐야 했던 젊은 의사와 의대생들의 처절한 배신감과 좌절감은 감히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을 것"이라고 깊은 실망감을 표출했다.

게다가 대전협 비대위 집행부가 지난 7일자로 총사퇴를 선언함으로써 전공의 집단휴진 종료와 지속 여부는 개별 수련병원 전공의협의회 결정으로 넘어갔다. 어떤 병원에서는 전공의들이 진료복귀를 결정했고, 어떤 병원에서는 계속 집단행동을 이어가는 분위기이다. 여기에 새로운 비대위를 결성해 집단휴진 투쟁을 지속하겠다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의사집단이 내부분열로 치닫는 가운데 전공의들과 함께 의사총파업 투쟁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의대생들은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을 거부한 의대 본과4학년들은 의업에 들어서는 길이 최소한 1년은 늦춰지게 됐다.

앞서 정부가 두 차례 의사국시 실기시험 재접수 기한을 연장했지만 결국 전체 응시 대상자의 86%가 실기시험 응시를 거부했다.  

2000년 의약분업 사태 때도 의대생들이 의사국시를 집단으로 거부하는 일이 있었다. 당시에는 실기시험 없이 필기시험만 치르던 때라서 시험일정 연기로 구제가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임상수행 능력을 평가하는 실기시험이 추가됐고, 이 시험을 치르기 위해서는 응시생뿐만 아니라 시험 주관기관에서도 준비해야 할 게 적지 않다. 가장 중요한 표준화환자를 섭외해 교육하는 일과 채점위원 확보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정 조정이 쉽지 않다. 의사국시 필기시험을 치르는 내년 1월 전에는 필기시험 채점을 마무리하고 합격 여부를 평가해야 하기 때문에 일정을 계속 늦출 수도 없다.

국시원 입장에서도 9~10월에는 의사뿐만 아니라 치과의사, 한의사, 간호사, 의료기사 등 다른 직종의 국가시험 응시 접수와 시험 준비도 해야 하기 때문에 의사국시 실기시험에만 매달릴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2,700명이 넘는 의사국시 실기시험 미응시자에게 추가로 재응시 기회를 부여하는 게 물리적으로 힘든 상황이다.

의대생들이 동맹휴학과 국시 거부라는 극단적인 투쟁 방법을 선택했을 때부터 이를 적극적으로 만류하고 나서야 했다. 의대교수를 비롯한 선배 의사들이 공개적으로 의대생들의 국시 거부를 지지하고 나선 건 후배의사가 될 이들의 미래를 건 무책임한 선동이나 다름없었다. 

의사 집단이 구성한 대표성 있는 의사단체를 통해 정부와 합의문까지 채택해 놓고 이제와 의사국시 미응시자를 위한 구제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의정합의를 파기할 수 있다고 대놓고 주장하거나, 졸속협상을 파기하고 의사파업 투쟁을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의사집단에 대한 국민 신뢰만 떨어뜨릴 뿐이다. 대표성을 가진 의사단체에서 정부와 협상을 통해 합의문을 채택해 놓고 곧바로 이를 뒤집으면 '파업 만능주의'에 빠진 무책임한 집단으로 비칠 뿐이다.

구제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파업을 계속하겠다고 주장하는 건 여론만 악화시킨다. 의대교수와 개원의를 비롯한 의사단체는 지리멸렬한 '투쟁 성명서 발표'가 아니라 의대생들이 학교로 돌아갈 길을 열어주는 혜안을 찾아야 한다. 의사집단의 투쟁력이 아니라 질병을 치료하는 의료행위가 가진 선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국민의 지지를 얻고 올바른 의료정책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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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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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풍기를깐풍기 2020-09-09 10:53:27

    대부분 의료전문지가 다들 의사 입맛에 맞는 기사만 보도하는데. 그나마 눈치안보고 제대로 갈 방향을 제시해주는 건 여기밖에 없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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