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협 새 비대위, 전원 복귀 결정해...의대생서도 '국시 거부 지속' 반대 움직임

[라포르시안]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해 지난달 21일부터 시작된 전공의들의 무기한 파업이 사실상 오늘(9일) 오전을 기해 마무리됐다.

기존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8일 오전 7시부터 '단체행동 1단계'를 결정하면서 일부 수련병원 전공의들이 업무에 복귀한데 이어 새롭게 출범한 비대회가 전공의 전원 업무복귀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7일 출범한 대전협 새 비대위가 8일 저녁부터 대의원 회의를 열고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결과 정상 근무와 동시에 피켓시위를 하는 수준의 '단체행동 1단계'를 압도적인 찬성으로 의결했다. 이 같은 결정에 따라 9일 오전 7시를 기해 집단행동에 들어간 전공의 전원이 업무복귀를 하기로 했다.

대전협 새 비대위는 일단 진료업무에 복귀한 뒤 향후 정부의 합의문 이행 여부를 지켜보면서 단체행동 수준을 재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전공의들이 진료업무에 복귀한 가운데 동맹휴학과 의사국시 거부 행동에 나선 의대생들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8일부터  한국보건의료인국가고시원에서 의사국시 실기시험이 시작됐지만 전체 응시 대상자 3,127명 중 446명(14%)만이 응시했다. 만약 이대로 재응시 기회를 부여하지 않고 실기시험이 종료될 경우 내년에 신규 의사면허자 배출이 급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전라남도의사회장)이 지난 8일 의사국시 실기시험이 치러진 국시원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섰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전라남도의사회장)이 지난 8일 의사국시 실기시험이 치러진 국시원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섰다.

의료계에서는 "의대생들에게 의사국시 실기시험 추가 응시기회를 부여하라"고 요구하며 의대생이 피해를 입을 경우 의정합의를 파기하고 다시 파업 투쟁에 나설 수 있다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대생의 국가시험 응시거부는 일방적인 보건의료정책에 대한 정당한 항의로서 마땅히 구제의 대책이 마련돼야 하며, 이들이 정상적으로 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모든 방법을 동원해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대전협 비대위에서도 국시 거부에 나선 의대생이 추가 응시 기회를 얻지 못하고 피해를 볼 경우 다시 집단행동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정부는 스스로 의사국시 응시를 거부하고 있는 의대생에 대해서 재응시 기회를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대변인은 지난 8일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의대생들은 국가시험을 스스로 거부하고 있는 상태이고, 의사국시 응시 의사를 밝혀온 바는 없다"면서 "이런 상태에서는 국가가 구제책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다른 국가고시 응시자들과 비교해 의사국시를 거부하고 있는 의대생들에게 추가 응시 기회를 부여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점을 강조했다.

손 대변인은 "구제 기회도 사실상 이전에 한 차례의 시험 연기와 또한 신청기간을 추가 연장하는 등 충분히 취한 상태이기 때문에 한 번 더 연장하는 것은 형평성과 공정성에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국시 거부 응대생에 대해서 추가 응시 기회를 부여하는 게 전혀 불가능한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시 거부에 나선 의대생들 스스로 이를 철회하고 구제를 요청해야 한다는 점이다. 의사국시 응시 대상자인 의대생들 스스로 시험을 거부하고 있는 데 정부가 나서 강제로 시험을 보게 할 수는 없다는 논리이다.

이윤성 국시원 원장은 최근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의대생들 스스로 국시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어쩔 수가 없다. 이들이 스스로 시험을 보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복지부가 허용한다면 구제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의대생들은 여전히 국시 거부를 유지하는 것에 대한 찬성 분위기가 높은 편이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는 지난 6일 "전국 40개 의과대학 응시자대표회 의결에 따라 ‘의사 국가시험 거부 유지의 안’이 만장일치로 가결됐다"며 "보건복지부의 시험 재응시 불가 통보에도 사실상 전혀 흔들리지 않음을 보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대생 사이에서도 국시 거부를 계속 유지하는 것에 반대하는 분위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학교 의대 학생회가 지난 8일 재학생 884명을 대상으로 동맹 휴학과 국시 응시를 거부하는 단체행동을 이어갈지 설문 조사한 결과, 참가자 745명 가운데 70.5%가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설문조사에 참가한 본과 4학년생 중 81%는 동맹휴학과 국시 거부를 지속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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