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처우개선 토론회 열려..."간호인력 확충, 공급 확대보다 이직률 감소 방안 필요"

[라포르시안]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사회 곳곳에서 처우개선과 고용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한간호정우회도 지난 17일 오후 국회서 남인순 더불어민주당의원 주최로 토론회를 열고 간호사의 처우 개선을 요구했다. 

조성현 서울대 간호대학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병원간호사 처우의 현황과 과제'에 대한 발제를 통해 "낮은 임금과 장시간 근무라는 이중고로 간호사가 이직하고, 그 자리를 메우기 위해 간호학과를 신설하거나 입학정원을 늘리는 방식으로 공급을 늘리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간호사 처우개선 등을 통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고령화와 의료비 증가로 간호사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정부의 간호사 공급 확대 정책은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헛바퀴를 돌고 있다"면서 "낮은 간호사 배치 수준은 환자 경험과 건강결과에 악영향을 미치고, 이로 인한 장시간 근무는 피로와 주의력 저하로 이어져 위해사건 발생을 증가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우리나라의 인구대비 활동 간호사 수는 OECD 34개국 가운데 29위 수준에 그치고 있다.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도 43.6명으로 미국의 5.3명보다 몇 곱절은 많다.  

각급 요양기관의 간호사 충족률은 병원 19.4%, 종합병원 이상 63.4%, 요양병원 93.6%에 그치고 있다.  

적정인력이 배치되지 않다 보니 간호사들은 식사시간조차 갖기 힘들만큼 과중한 업무에 시달린다. 

조 교수는 "간호사들을 상대로 배치수준을 조사한 결과, 낯번 간호사의 32.5%, 초번 45.3%, 밤번 40.2%가 '시간이 없고 바빠서' 식사를 하지 못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밤낮없이 일하는데도 임금 수준은 임근근로자의 평균보다 낮다. 임금근로자의 평균 임금이 2015년 현재 329만원인 반면 간호사는 292만원으로 89% 수준에 그쳤다. 

지역별 간호인력의 임금격차도 매우 크다. 

조 교수는 "간호사 확충은 단순한 신규면허자 공급확대가 아닌 이직률을 감소시켜 간호사 수요를 충족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면서 "미국 캘리포니아주, 호주 빅토리아주와 같이 의료법에 '간호사 최소배치기준'을 명시하고 이를 충족하지 못한 의료기관은 간호관리료를 지급하지 말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배치수준에 따라 건강보험 수가를 차등적용하는 방법도 있다. 

그는 "간호사 임금 개선을 위해 영국과 같이 간호사 표준임금을 결정하거나 미국과 같이 지역별 간호사 임금수준을 공개하는 방안의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를 통해 새 정부의 핵심 정책인 일자리 늘리기와 환자안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토론회의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장숙랑 적십자간호대 교수는 방문간호사의 신분 안정을 위한 법적 장치 마련 필요성을 강조했다. 

장 교수는 "현재 보건소의 방문간호사들은 노인, 영유아, 고위험임산부, 취약계층, 장애인 등을 위한 찾아가는 보편적 건강관리 서비스를 담당하면서 큰 역할을 하고 있지만, 대부분 고용을 보장받지 못하는 무기계약직이나 기간제 신분"이라며 "의료법에 방문간호전담공무원 배치 근거를 마련해 신분 안정을 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패널토의에서 간호사의 처우개선, 방문간호사의 공무원 신분 전환 필요성에 한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에 병원 간호사 처우 개선의 키를 쥐고 있는 병원 관계자는 참석하지 않아 의미를 반감시켰다. 

게다가 복지부도 발제 내용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복지부 간호인력 관련 과들을 대표해 토론회에 나왔다는 정윤순 보건의료정책과장은 "간호사의 임금과 근로시간에 대해서는 합의가 필요하지만, 적어도 시간에 대한 배려는 새 정부의 방향성과 일치하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다만, 간호사가 부족하지 않다는 조성현 교수의 주장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정 과장은 "인구구조와 질병구조의 변화로 의료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간호인력 수요도 크게 늘고 있다"며 "보건사회연구원 추계를 보면 2030년이 되면 16만5천명이 부족한 것으로 나와 있다. 이렇게 수요가 계속 늘어나는데 정부가 모른 체 할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유휴간호사 인력이 추가로 시장에 유입될 여지가 적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 과장은 "복지부가 파악하기로 간호사의 취업률은 76%로 일반대졸의 취업률(68%)보다 훨씬 높다"며 "추가적으로 시장에 유입될 여력이 많지 않아 수요를 충족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게다가 OECD와 비교해서도 공급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방문간호사의 신분과 관련 정 과장은 "최근 국회에서 방문간호사의 신분을 공무원으로 전환하는 지역보건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아마도 법안 심의 때 사회적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짧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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