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가족에 간병 부담 고스란히 전가…건보재정 누적흑자 13조로 포괄간호서비스 조기 도입해야

[라포르시안]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간호사 인력 부족으로 발생한 한국의 가족간병문화를 개선해야 할 이유가 더 뚜렸해졌다.

기존에는 주로 환자 가족에게 엄청난 경제적 부담을 안겨주는 간병비 부담을 덜어주는 목적이 강했다면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가족간병이 병원내 감염을 확산하는 주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정부가 메르스 사태로 불거진 가족간병문화 개선과 간호사 새 일자리 창출이라는 명분으로 포괄간호서비스를 확대하는 방침을 세웠다.

정부는 지난 27일 오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청년 고용절벽 해소를 위한 민관합동 회의'를 열고 관련 종합대책을 수립했다.

청년 고용절벽 해소를 위한 종합대책에 따르면 내년에 간호사 중심인 포괄간호서비스를 서울 지역 및 상급병원으로 확대해 오는 2017년까지 1만명의 간호인력을 추가로 채용하는 효과를 달성할 계획이다.

포괄간호서비스 도입을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추진함으로써 병원감염관리 강화와 간호인력 새 일자리 창출 효과를 이끌어 내겠다는 취지다.

향후 3년간 1만명의 간호인력을 추가로 고용하는 포괄간호서비스 조기 확대 정책으로 감염관리 강화와 일자리 창출이란 두가지 효과를 낼 수 있을까.

비좁은 병실서 가족·간병인 상주하며호 감염 위험에 상시 노출당장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 방안으로 제시한  포괄간호서비스 조기 확대 계획으로는 병원감염관리 강화와 간호인력 새 일자리 창출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높다.

새 일자리 창출이라는 단기적인 정책 추진 효과가 아니라 환자안전과 의료서비스 질 향상, 보호자없는 병원과 간병비 부담 해소 등에 정책 추진 목표를 두고 보다 적극적인 포괄간호서비스 확대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의료기관에서 고질적인 간호사 적정인력 부족과 비정규직 간호사 확대, 그리고 간호사 이직률 증가에 따른 숙련된 간호인력 부족 등의 상황은 환자 안전을 가장 심각하게 위협받는 요인이다. 

사회공공연구원 이상윤 객원연구위원(건강과대안 연구위원)은 최근 '병원 인력 확충: 환자 안전 증진을 위한 최우선 과제'라는 제목의 워킹페이퍼 형식 보고서를 통해 의료기관의 만성적인 간호사 부족 상황은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시한폭탄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한국 의료와 병원은 양적 팽창에 걸맞는 질적 발전 속도가 더디다. 병원은 커지고 많아지며 시설은 좋아지고 있지만 그 안에서 ‘의료사고’는 빈발하고 근본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잊을 만하면 불거지는 의료사고 스캔들은 이러한 한국 의료 시스템 실패에 대한 ‘적신호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OECD 헬스데이터 2013년 통계에 따르면 병원에서 간호사 1인이 담당하는 환자수가 일본은 7명, 미국은 5명인데 비해 한국은 15∼20명에 달한다. 

특히 급성기 병상 1개당 간호사 수는 0.28명에 불과해 OECD 평균인 1.13명의 1/4에도 미치지 못한다.

간호사 인력이 부족하다보니 근무강도는 높아지고, 이로 인해 이직률도 높아지면서 인력 부족이란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한채 오히려 상황만 더 악화되고 있다.

이번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발생한 감염자 186명(27일 현재) 중에서 65명은 환자 가족이나 보호자, 방문객이었으며, 간병인도 8명에 달했다.

전체 환자 186명의 약 40%(73명)가 환자를 돌보거나 문병차 방문했다가 감염된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포괄간호서비스를 조기에 확대해 간호인력을 확충하는 것이 시급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황나미 건강보장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의료기관 입원서비스 질 보장을 위한 포괄간호서비스 확대 방안'이란 보고서를 통해 간호인력 부족에 따른 간호의 질 저하로 인해 입원환자들이 선진국과 달리 대부분 비좁은 병실에서 가족 및 간병인들과 함께 상주하면서 상호 감염 위험에 상시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황 연구위원은 "최근 메르스 감염 및 확산의 주요인으로 떠오른 환자가족 및 간병인의 간병문제와 병실상주 문제는 환자간호의취약성을 동시에 보여 준 대표적인 사례"라며 "선진국에서는 입원환자 간호·간병서비스를 분리하지 않고 공식적인 병원인력이 통합하여 제공하면서 환자 위험관리 수준을 주기적으로 자체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와 동일한 간병문화를 지녔던 일본은 1994년 가족간병 및 간병인 상주로 인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 3년에 걸쳐 신간호체계를 수립, 1997년 간병인 활동을 폐지하고 간호사와 간호보조인력으로 구성된 팀간호체계를 도입해 감염 감소 등 환자 건강결과의 향상효과를 거뒀다.

건보재정 누적흑자 13조…간병비 부담 해소 적극 추진할 때 우리나라는 올 1월부터 입원환자의 간호서비스를 사적시장에 방치함으로써 초래되는 환자 감염 노출 및 간병비 부담 문제를 건강보험 제도권 내에서 해결하기 위한 ‘포괄간호서비스’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포괄간호서비스의 간호인력 배치기준은 간호사 1인당 실 담당환자 수를 상급종합병원 7명으로 규정했다.

종합병원 및 병원의 경우 입원환자의 간호 필요도에 따라 배치기준을 세분해 종합병원 8명,10명,12명으로, 병원급은 10명, 12명, 14명으로 간호인력 배치기준을 마련했다.

그러나 포괄간호서비스 도입은 간호인력 확충과 예산 확보의 어려움 등으로 지지부진한 상태다.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포괄간호서비스 도입 의료기관은 전체 의료기관의 2.2%에 불과한 40개소이며, 이 중 공공의료기관이 16개소에 이른다.

포괄간호서비스를 도입한 의료기관도 대부분 1∼2개 병동(총 69개 병동)만을 시범 운영하면서 환자 위험관리 가능성과 손익을 분석하는 수준이다.

황 연구위원은 포괄간호서비스 확대 방안으로 ▲1단계로 전국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요양 및 정신 병원 제외) 대상 1개 이상 포괄간호서비스 병동 도입 ▲2단계로 포괄간호서비스 도입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 포괄간호서비스 병동 확대 방안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오는 2019년까지 공공 의료기관의 일반병동 90% 이상, 2020년까지 종합병원 및 병원의 일반병동 90% 이상, 인력공급이 안정적인 2025년까지 상급 종합병원을 포함한 전 의료기관의 일반병동 90% 이상 포괄간호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이다.

포괄간호서비스를 전국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모든 일반 병상에 도입할 경우 현 병원간호사 배치수준을 기준으로 추가로 필요한 간호사수는 2020년에 총 4만7,922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황 연구위원은 "전체 의료기관이 각 1개 병동 도입시(1단계) 소요재원은 총 2,600억원으로 추정되며, 전체 의료기관이 일반병동 100% 도입 시 총 소요재원은 4조5,9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현재 건강보험 재정의 누적수지 흑자가 2014년 말 기준으로 약 13조원에 달하고, 내년에 건강보험료 인상 등으로 인한 누적수지 흑자가 17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사회단체는 환자들의 간병비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건강보험 재정 흑자를 포괄간호서비스와 보호자 없는 병원 전면 확대에 사용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전국보건의료노조는 "정부는 단기적인 청년고용 절벽 해소용으로 포괄간호서비스 시범사업에 숟가락을 얹으려는 꼼수를 부릴 게 아니라 2015년 7월 현재 49개 병원에서 시행중인 포괄간호서비스 시범사업을 2017년까지 1800여개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 전면 확대하기 위한 '포괄간호서비스 전면 제도화계획'을 대범하게 수립해 추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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