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토론회서 비판 목소리 봇물…간호서비스 질 하락 우려도 제기
복지부 "10월 중 TFT 구성해 개편안 다듬을 예정"

보건복지부가 지난 2월 현행 간호조무사 제도를 폐지하고 경력·시험을 통한 간호사로의 상승 등을 골자로 한 ‘간호인력 개편안’을 발표한 이후 반년 넘게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회에서 간호인력 개편을 주제로 한 토론회가 처음 열렸다.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복지부가 제시한 간호인력 개편안으로 인해 의료의 질 저하를 우려했다.  

민주당 김용익 의원과 남윤인순 의원, 건강세상네트워크,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은 23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간호인력 개편안 무엇이 문제인가 - 환자안전과 의료의 질 향상을 중심으로’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간호대학생과 간호사 등 700여명이 참석해 주제발표자와 토론자의 발언에 환호와 야유를 보냈다.

토론회 첫 발제를 맡은 서울대학교 간호대학 조성현 교수는 간호사 배치수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 교수는 “간호사는 환자와의 의사소통의 중심에 서 있고 환자안전 및 관리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간호인력의 수준이 의료서비스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며 “간호사의 양적 공급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간호인력 배치수준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가 지난 2008년 42개 상급종합병원과 194개 종합병원 중환자 2만7,37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종합병원의 경우 간호사 배치수준이 낮을수록 환자의 사망률은 증가했다.

간호사 1인당 환자 수가 1명 증가할수록 환자의 사망률은 1,000명당 15명 증가했다.

조 교수는 “간호사 배치수준은 환자의 사망률에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간호인력과 간호보조인력의 역할 구분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시민건강증진연구소 김명희 연구원(예방의학 전문의)<사진>은 "복지부의 간호인력 개편안은 규제완화 조치의 뒤처리 성격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며 간호인력의 고용조건과 근로환경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연구원에 따르면 실제 간호사 연간 이직률은 17%에 달했고 이 중 1년 미만 신규 간호사는 30%에 달했고 병상규모가 200~299개의 개인 중소병원이 22.5%를 차지했다.

간호인력의 간호업무량을 관찰한 결과에서는 총 507분의 업무시간 중 직접간호는 183.3분, 간접간호는 294.8분인데 반해 식사, 화장실 이용시간 등 개인시간은 29.5분에 불과했다.

김 연구원은 “간호사의 연간 이직률이 17%에 이르게 된 원인은 불안정한 고용상황과 저임금, 강한 업무강도 때문”이라며 “특히 중소병원·의원급에 간호사 인력 채용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간호인력 개편안, 간호서비스 질 하락시킬 수 있어"주제발표에 이어 진행된 지정토론에서는 복지부의 간호인력 개편안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잇따랐다. 동국대학교 사회학과 김형용 교수는 “준전문가 노동시장을 확대하는 것은 간호의 저임금 일자리, 저품질 서비스를 고착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저임금·임시적 일자리가 다수를 차지하는 간호인력 시장을 배재한 채 1급 간호실무인력을 양성하는 것은 전문직 서비스의 퇴행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 정은일 공동대표는 “복지부가 간호인력을 컨트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보건당국에서 현재 간호인력의 활용을 위한 규정 등을 손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정책만 만들고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특히 간호인력 개편안이 오히려 간호서비스의 질적 하락을 초래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다. 소비자시민모임 황선옥 부회장은 “간호조무사를 간호실무사로 명칭을 바꾸면 간호능력과 간호서비스의 질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다”며 “간호인력 개편안은 간호서비스의 질을 하락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황 부회장은 “복지부는 의료기관에서 사용이 편리한 간호인력에 대한 수급에만 급급한 나머지 대학교육의 낭비 및 간호조무사 인력 확대로 이어지게 됐다”며 “현재 운용되고 있는 간호조무사 양성과정의 관리 감독을 보다 철저히 해 능력을 갖춘 간호조무사를 양성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간호인력 개편안이 병원 중심의 시각으로만 접근했다는 비판도 있었다.

연세대학교 간호대학 김선아 학장은 “노인인구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제대로 실습교육을 받지 못한 2년제에서 배출된 간호인력을 현장에 투입하는 것은 중소병원의 간호사 부족 문제를 저임금으로 수급하려는 병원중심의 접근법이다”며 “이는 결국 간호인력 체계 전반에 혼란을 일으키는 것은 물론 보건의료서비스의 질 저하를 야기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런 가운데 복지부는 간호인력 개편안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고득영 과장<사진>은 “5년 후에는 어떤 명칭으로든 2년제가 신설될 것”이라며 “다만 아무 계획 없이 2년제 간호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아닌 어떤 교과과정을 통해 인력을 양성할 지 검토한 뒤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 과장은 “간호인력을 의료현장에 투입시키기 위한 모델, 역할 구분에 대한 고민, 병원에 대한 보상과 관련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우선적으로 보호자 없는 병원 시범사업을 통해 필요한 간호인력을 추산한 뒤 오는 10월 TFT를 마련해 본격적으로 개편안을 다듬을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복지부의 발언에 보건의료단체연합 우석균 정책실장은 정면으로 반박했다.

우 실장은 “서울 소재 대학병원의 신규 간호사의 1년 내 이직률은 30%에 달하고 병동간호사 근속년수는 고작 2~3년에 불과하다”며 “복지부의 간호인력 개편안은 현장을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열악한 노동조건은 보지 못한 채 중저형 간호인력을 양성하는 개악안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한편 토론회에서는 특성화고등학교 보건간호과 교사의 간호인력 개편안 반대 목소리도 이어졌다.

한 특성화고교 보건간호과 교사는 “대학에서 간호조무사를 양성하는 것은 고등학교 공교육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에 대학에서의 간호조무사 양성을 저지할 것”이라며 “간호조무사 양성기관에 대한 질 관리와 수급통제 등의 방안이 함께 담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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