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사업 실시 앞두고 간호사 채용 나섰지만 '하늘의 별따기'
복지부, 올해 예산 중 간호사 인건비 작년보다 줄여…"시범사업 부실 우려"
[라포르시안 손의식 기자] 지난해 7월부터 13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시행한 '포괄간호서비스 병원'(보호자 없는 병원) 시범사업 대상에 20개 공공병원이 추가로 선정돼 참여 기관이 33곳으로 늘어난다. 특히 보건복지부가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내년부터 포괄간호서비스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해 더욱 관심이 모아진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이번에 시범사업 대상으로 선정된 18개 지방의료원은 보호자 없는 병실에 투입할 간호인력을 충원하지 못해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일부 지방의료원은 보호자 없는 병원 시범사업 실시에 맞춰 간호사 채용공고를 냈지만 마감 때까지 단 한명의 지원자도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시범사업 대상으로 선정된 삼척의료원은 전체 병상 중 34개 병상을 보호자 없는 병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여기에 맞춰 투입해야 할 간호사 인력은 총 10명이지만 채용공고가 마감된 지난 4일까지 지원자는 단 한명도 없었다.
삼척의료원 관계자는 “시범사업에 투입할 간호사 10명을 구하기 위해 4일까지 채용공고를 냈지만 단 한명도 접수가 안 됐다”며 “예정된 34개 병상은 못돌리더라도 최소 2명이라도 확충해야 그나마 반이라도 돌릴 수 있다. 할 수 없이 추가 채용공고를 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뜩이나 간호인력을 구하기 힘든 지방 상황에 비쳐 봤을 때 복지부가 배정한 간호사 임금이 부족하다는 하소연도 제기했다.
복지부가 올해 시범사업을 위해 배정한 예산은 총 186억원으로, 이중 간호사, 간호조무사, 병동도우미 등의 인건비가 145억원을 차지한다.
복지부에 따르면 시범사업을 위해 33개 병원에 필요한 간호사는 총 514명으로, 평균 초임은 지난해 246만8,786원보다 6만7,825원 감소한 240만961원이다.
삼척의료원 관계자는 “간호사 구하기가 힘든 지방 여건에 비쳐볼 때 240만원이면 부족하다”며 “이런 이유로 기존 경력을 인정해 호봉을 쳐주겠다고 해도 지원자가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연봉으로 최소 3,000만원 이상은 돼야 지원이 가능할 것”이라며 “복지부가 예산을 배정할 때 지방 여건에 따라 간호사 인건비를 차등 지급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른 지방의료원도 간호사 구하기에 급급한 상황이다.
목포시의료원 관계자는 “우리 의료원은 보호자 없는 병원 시범사업을 위해 50병상에 25명의 간호사가 필요하지만 채용이 안 되고 있다”며 “인근 의료기관 임금과 비교해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대부분 간호사들이 서울이나 수도권으로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마나 구해도 오래 못 버티고 그만 두는 상황”이라며 “간호사는 물론 간호조무사도 구하기 힘들 정도로 지역에 간호인력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했다.
일부 지방의료원은 전체 간호사 정원조차 채우지 못한 상황에서 추가로 포괄간호서비스 업무를 수행할 간호인력을 구해야 하는 형편이다.
서산의료원 관계자는 “서산의료원의 간호사 정원은 102명이지만 현재 근무하는 간호사는 80명 정도에 불과하다”며 “급여가 인근 민간 의료기관보다 적어 여러 가지 수당으로 보조하고 있지만 차이는 여전하다. 급여를 개인병원처럼 임의로 책정할 수 없어 어려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범사업을 위해 30병상에 17명의 간호사가 필요하지만 간호인력 부족으로 걱정이 크다”며 “졸업 예정자를 확보하긴 했어도 그 인원이 반드시 온다는 보장도 없고 대형병원으로 빠질 가능성도 크다. 연중 내내 모집하는 수 밖에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포괄간호서비스 시범사업에 투입할 간호사가 부족한 것은 수도권에 위치한 공공병원도 마찬가지다.
인천의료원은 시범사업을 위해 45병상을 운영할 계획이지만 지난 4일 현재 3명의 간호사만 겨우 확보한 상황이다.
인천의료원 조승연 원장은 “시범사업을 위해 채용 공고를 낸 상황”이라며 “올해 졸업하는 간호사들이 있기는 하지만 경력 간호사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 있는 간호사도 빠져나가는 판”이라고 말했다.
조 원장은 “당초 계획은 한 병동의 전체 45병상을 시범사업을 위해 운영할 계획이었지만 현재 확보한 간호사가 3명에 불과해 2개 병실 10병상만 시범사업이 가능하다”며 “간호사를 충원하는대로 병상을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상당수 병원들이 적정 간호인력을 확보하지 못한 채 보호자 없는 병원 시범사업을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1차 시범사업에 참여한 13개 병원 중 삼육서울병원, 세종병원, 청주의료원, 목포중앙병원, 순천한국병원, 안동의료원, 온종합병원, 좋은삼선병원, 수원윌스병원 등 9곳이 간호사가 정원 미달인 채로 사업을 개시했다. 이중 안동의료원과 좋은삼선병원 등 2곳은 간호사 채용률이 20%에 불과했다.
김성주 의원은 “간호인력 수급 어려움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님에도 시범사업 준비과정에 반영하지 못한 것은 문제”라며 “건보공단 사업비 등 가용예산을 충분히 활용해 충분한 간호인력을 확보해 제대로 된 시범사업을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오히려 지난해보다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간호사 임금을 줄였다.
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포괄간호서비스에 투입되는 예산 총 186억 중 145억원이 6개월 분 인건비로 배정됐다.
전체 33개 시범사업에 투입되는 간호사는 514명, 간호조무사는 405명, 병동도우미는 136명으로, 간호조무사와 병동도우미의 월 급여는 150만원으로 동일하다. 병동도우미에 대해서는 136명의 6개월 급여로 2억400만원이 신규로 배정됐다.
반면 간호사의 월 급여는 240만961원으로 지난해 246만8,786원보다 6만7,825원이 줄었다.
대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간호사를 구하기 힘든 지방여건을 감안해 시범사업에 투입할 간호사의 월급을 줄이는 대신 간호사 월급보다 낮은 병동도우미를 투입하기 위해 신규 예산을 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인천의료원 조승연 원장은 “포괄간호서비스 시범사업에 투입되는 간호사는 건강보험공단이 뽑아서 배정해줘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며 “공공의료를 수행하는 인력에 대해서는 공무원 대우를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원장은 “일반 병원과 대학병원 간호사의 월급이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지만 대학병원이 가지고 있는 메리트 때문에 간호사들은 대학병원을 선호한다”며 “공공의료를 수행하는 간호사에 대해 공무원 수준의 대우를 보장해주면 (시범사업 병원에)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