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중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로 설치 전망
필수의료정책 패키지 중 첨예한 사안 공론화·구체화 역할
인턴제·지역필수의사제·혼합진료금지·미용의료 시술자격 개선 등 다뤄
의료계 "필수의료 패키지는 의사죽이기 패키지" 반발

2월 1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내용을 브리핑하고 있다.  
2월 1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내용을 브리핑하고 있다.  

[라포르시안]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추진을 둘러싼 의료계와 정부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의사단체를 중심으로 집단행동 움직임이 가시화하면서 의정이 강대강 대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의대정원 확대는 '지역·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정책 패키지 중 하나다. 정부가 마련한 정책 패키지에는 의대 증원에 버금가는 첨예한 정책 사안을 여러 가지 포함하고 있다. 지역필수의사제와 의료인 업무범위 개선, 혼합진료 금지, 미용의료 개선 등이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들어있다. 이들 사안은 의대 증원 추진에 버금가는 갈등을 불러올 수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지금은 의대 증원 규모가 발표되면서 여기에 의료계 반발이 집중되면서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을 뿐이다. 

정부는 올 상반기 중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꾸려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중 특위에서 다루기로 한 사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의료개혁특위는 전문가 중심으로 꾸려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내용 중 특위 논의 과제를 공론화 및 구체화할 방침이다. 특위는 1년 간만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정책 패키지 중 의료개혁특위에서 다룰 사안은 ▲인턴제 개선 ▲지역필수의사제 ▲의료인 업무범위 개선 ▲면허관리 선진화(개원면허 도입) ▲ 과목‧병상 수 기준 의료기관 체계를 기능 중심 으로 전환, 종별 가산 개편 ▲지역의료발전기금 신설 ▲의료인 형사처벌 부담 완화(필수의료 업무상 과실치사상죄 감면 방안) ▲가칭 ’의료기관안전공제회’ 설립 추진 ▲실손보험 개선 ▲혼합진료 금지 ▲미용의료 개선 등이다.  

이 중에서 인턴제 개선은 합리적 진로 선택과 기본적 임상 역량 확보가 가능하도록 수련체계를 개편하는 것이 목표다. 전공의 전체 수련기간과 수련 질 확보, 향후 진로 등을 고려한 합리적 수련기간을 설정하고, 필수진료과목, 일차의료 관련 수련 기회를 대폭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인턴 과정 전담 지도전문의 확보, 인턴제 개편에 따른 비용 지원도 추진할 계획이다.

인턴제 개선은 면허 질 관리를 위한 방안으로 추진하는 개원면허 도입과 연계된다. 정부는 의료 질 향상을 위해 임상 수련과 연계한 '개원면허'를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앞서부터 의학계에서는 인턴제 폐지를 추진해왔다. 앞서 보건복지부와 의료계 간 논의로 2013부터 인턴제를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의대생들이 크게 반발하면서 흐지부지됐다. 최근 들어서도 인턴제를 폐지하고 일본과 영국처럼 일차진료의사를 양성하는 2년제로 개편하자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정부는 의사면허와 별도로 개원할 수 있는 진료면허를 별도로 취득하는 방안으로 의료개혁특위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인턴제 폐지를 추진했을 때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의대생들이 크게 반발했던 것처럼 '개원면허' 도입 역시 의대생들 입장에서는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의료개혁특위 논의 과제

내용 
인턴제 개선 합리적 진로 선택과 기본적 임상 역량 확보가가능하도록 수련체계 개선 방안 마련
지역필수의사제 지역병원 집중 육성을 통한 좋은 전문의일자리확충과 함께 계약형 지역필수의사制 도입 추진
의료인 업무범위 개선 자격·업무 관련 법령·규정 및 의료법 체계 정비, 현장 중심 조정체계 구축
면허관리 선진화 의료 質 향상을 위해 임상 수련과연계한개원면허의 단계적 도입 검토
기능·수요 중심 협력적 전달체계 전환 과목‧병상 수 기준 의료기관 체계 ➡ 기능 중심 전환 + 종별 가산 개편 추진
재정투자  필수의료 인력‧인프라 확충 및 역량 강화 지원을위한 지역의료발전기금 신설 등 검토
의료인 형사처벌 부담 완화 필수의료 업무상 과실치사상죄 감면 방안
피해자 권리구제체계 확립  가칭 ’의료기관안전공제회’ 설립 추진
실손보험 개선 실손보험 개발‧변경 등 복지부-금융위사전협의 제도화, 건보 본인부담 보장 범위 개선 등 공사보험 역할 정립
혼합진료 금지 비중증 과잉 비급여 혼합진료(비급여+급여 진료) 금지 적용 추진
미용의료 개선 국민 건강 관점에서 해외사례‧정책연구, 사회적논의등을 거쳐 시술 자격 개선 등을 포함한 종합적 제도 개선 추진

 

의료개혁특위에서 다룰 또다른 중요한 사안 중 하나는 '지역필수의사제'다. 이 과제는 지역병원을 집중 육성해 전문의 일자리를 확충하고 안정적인 지역 의료인력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존에 추진했던 '지역의사제'는 의대 정원 일부를 별도로 선발한 뒤 장학금 등을 지원하고, 졸업하면 10년간 지역 의료기관에서 의무 복무하도록 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의무복무가 위헌적인 소지가 있다는 논란을 샀다. 

이번에 정부가 마련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방안에 따르면 지역필수의사제 도입 방안으로 '지역의료리더 육성제'와 '지역필수의사 우대계약제' 등 2가지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지역의료리더 육성제는 대학-지자체-학생 3자 계약 어래 ‘지역의료리더 육성 프로그램’ 선택 시 장학금‧수련비용을 지원하고, 교수 채용 할당 + 정주(定住) 지원 등으로 일정 기간 지역 근무를 하는 방식이다. 

지역필수의사 우대계약제는 충분한 수입과 정주 여건(교육, 주거 등 지자체 지원) 보장 등을 조건으로 지역 필수의료기관 장기근속 계약을 맺도록 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지자체와 대학 등의 지역필수의사 확보 노력에 따른 의대 증원 분을 배정하고, 지역의료 재정지원, 시범사업 등을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지역의사제처럼 의무복무를 강제하지 않고 유인책을 제시해 지역의료 근무를 선택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다른 특위 논의 과제 중 하나인 의료인 업무범위 개선은 불필요한 업무부담 개선, 갈등 해소 등을위해 의료현실에 맞는 합리적 업무 범위를 정하는 게 목표다. 그러나 이 사안은 지난번 간호법 제정 때처럼 의료인 간 업무범위를 둘러산 첨예한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다루기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의료인 형사처벌 부담 완화를 위한 필수의료 업무상 과실치사상죄 감면 방안은 환자단체와 시민단체에서 반대하고 있다. 

급여와 비급여를 섞어서 하는 혼합진료를 금지하는 방안을 놓고는 벌써부터 의료계에서 국민의 치료 선택권을 제한하는 방안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미용 의료 개선 방안으로 시술 자격 개선 등을 포함한 종합적 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과제도 의료계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안이다. 정부는 영국, 캐나다 등의 사례를 들며 일부 미용 의료 시술에 대해 별도의 자격제도와 관리체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를 놓고 의료계에서는 정부가 의사 외에 간호사 등 비전문가에게 미용 의료시술 자격 확대 정책을 추진하려는 것 아니나며 반발하고 있다. 의사단체는 "의사면허증이 없는 비전문가들이 미용 의료시술을 수행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며, 그로 인한 부작용은 매우 심각하다"며 "면허 제도의 근간을 해치는 근시안적인 정책을 강행하고자 하는 바에 대해 심각히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앞으로 정부가 의료개혁특위를 구성하고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담은 특위 과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과정에서 의료계와 갈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일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브리핑에서 "의료개혁특위는 가능하면 신속히 위원회를 구성하려고 한다. 늦어도 상반기 내에는 가동이 될 것"이라며 "조속한 시일 내에 위원회를 구성해서 가동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전 실장은 "혼합진료 금지 부분은 일본이나 이런 해외에서는 지금 하고 있다"며 "가격 통제를 받고 있지 않은 이런 비급여 부분들로 인해 현장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선 의료개혁특위에서 논의를 거쳐서 구체적인 안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한편 의료계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가 '필수의료 말살 패키지', '의사 죽이기 패키지'라며 성토하고 있다. 의사협회 비대위는 의대 증원과 함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도 저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의대 증원을 강행하는 가운데 의료개혁특위를 꾸려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중 첨예한 사안을 공론화해 다루면 의료계 반발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의사단체는 "윤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의료개혁 정책은 의사들을 대한민국의 구성원이 아닌 적으로 규정하고, 현장에서 일하는 의사들의 혼란과 불안감을 야기할 것”이라며 “대통령 본인은 필수의료 패키지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의사죽이기 패키지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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