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협 "의대 증원 전면 백지화.업무개시명령 폐지해야"
의대생들 "증원 계획 철회해야...동맹휴학계 제출 시작"
윤 대통령 "전공의와 의대생, 국민 생명 볼모로 집단행동 해선 안돼"

대한전공의협의회(회장 박단, 이하 대전협)는 20일 대한의사협회 회관 지하 1층 대강당에서 긴급 임시대의원총회를 열었다. 
대한전공의협의회(회장 박단, 이하 대전협)는 20일 대한의사협회 회관 지하 1층 대강당에서 긴급 임시대의원총회를 열었다. 

[라포르시안]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추진에 반발해 집단행동에 나선 전공의들이 의대 증원 계획을 전면 백지화할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의대생들도 의대정원 증원 정책에 항의하며 동맹휴학계 제출로 단체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의대정원 확대를 비롯한 의료개혁을 흔들림없이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의대 증원에 찬성하는 국민 여론이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정부와 정치권, 의료계 간 타협점을 찾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대전협은 21일 성명서를 통해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2,000명 의대 증원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대전협은 지난 20일 대한의사협회 회관 지하 1층 대강당에서 긴급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약 5시간에 걸친 회의를 가진 바 있다. 이번에 나온 성명서는 이날 긴급 임총에서 논의한 내용을 정리해 대정부 메시지로 발표한 것이다. 

대전협은 "정부는 2월 초 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와 2,000명 의대 증원 정책을 발표했다. 국민 부담을 늘리는 지불 제도 개편, 비급여 항목 혼합 진료 금지, 진료 면허 및 개원 면허 도입, 인턴 수련 기간 연장, 미용 시장 개방 등 최선의 진료를 제한하는 정책들로 가득하다"며 "대한민국 의료 체계 근간을 흔들 중차대한 정책이지만 19쪽에 불과한 보건복지부 문서에는 피상적인 단어만 나열되어 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의대정원 2,000명 확대 추진 관련해 과학적 근거도 부족하고,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정치적 표심을 고려했다는 의구심도 제기했다. 대전협은 "(의대 증원 관련해) 정부는 근거 자료 공개를 거부했다. 전국 의대 학장단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는 무리한 증원 규모를 제출했던 점을 시인한 바 있다"며 "합리적인 의사 수 추계를 위해 과학적인 근거 마련이 선행돼야 하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했지만, 정부는 정치적 표심을 위해 급진적인 의대정원 정책을 발표했다"고 비판했다. 

대전협은 "지금도 필수의료 기피 현상은 해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고, 의사 수를 늘린다고 한들 저수가와 의료 소송 등의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며 "의대 증원은 필수 의료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국민들의 의료비 증가로 돌아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가 전체 전공의들의 연락처를 사찰하고, 사직서 수리 금지,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 등 초법적인 행정 명령을 남발하며 전공의를 범죄자 취급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직했다. 

대전협은 "전공의들은 더 이상 정부의 횡포를 견디지 못하고 하나둘씩 사직을 결정했다"며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면 의사뿐 아니라 어느 누구에게도 이와 같은 초법적, 비민주적 조치가 취해져서는 안된다"고 했다. 

이와 함께 정부를 향해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2,000명 의대 증원 계획 전면 백지화 ▲과학적인 의사 수급 추계를 위한 기구 설치 및 증원과 감원 같이 논의 ▲수련병원의 전문의 인력 채용 확대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을 완화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대책 제시 ▲주 80시간에 달하는 열악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 전공의를 겁박하는 부당한 명령들 전면 철회 및 사과 ▲ 의료법 제59조 업무개시명령 전면 폐지 등을 요구했다. 

대전협은 "오로지 총선 승리만을 위한 의료 정책을 가만히 지켜볼 수는 없었다. 무너지는 수련 환경 속에서도 병원을 떠나고 싶었던 전공의는 단 한 명도 없다"며 "정부가 조속히 지금의 정책을 재고하고 전공의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올바른 정책을 제시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의대생들도 의대 증원 추진에 반발해 집단휴학계 제출 등 단체행동에 나선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는 지난 20일 전국 40개 의대·의학전문대학원 대표들 명의로 성명을 내고 "날림으로 양성된 의사로부터 피해를 볼 미래 세대와 환자의 건강, 증원으로 인해 제대로 교육받지 못할 후배를 보호하기 위해 금일부로 동맹 휴학계 제출을 시작한다"고 했다. 

이들은 "정부는 정원을 확대해 의사를 날림으로 배출하려 한다. 환자도 날림으로 배출된 의사의 진료와 치료를 원하지 않는다"며 "군사독재정권 시대를 연상케 하는 정부의 비민주적인 조치와 강압적인 명령이 실시간으로 일어나고 있다. 지금이 2024년이 맞는지 의문”이라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이들은 “타당성과 실효성이 결여된 2,000명 증원 계획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철회하라"며 "정부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의대생 간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2월 20일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윤석열 대통령. 사진 출처: 대통령실
2월 20일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윤석열 대통령. 사진 출처: 대통령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0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의대 증원 등 의료개혁을 흔들림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전공의·의대생의 집단행동과 관련해 "의료 현장의 주역인 전공의와 미래 의료의 주역인 의대생들이 국민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집단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며 “의료개혁은 절대 흔들림 없이 추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일각에서는 2000명 증원이 과도하다며 허황한 음모론까지 제기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 숫자도 턱없이 부족하다. 2000명 증원은 말 그대로 최소한의 확충 규모"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의료개혁 과정에서 국민들의 생명과 건강이 위협받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내각 전부가 일치단결해서 국민들이 피해가 없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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