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수(삼성서울병원 디지털혁신 담당)

[라포르시안] 올해 1월 9일부터 12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4’는 전 세계 150개국 4000개 이상 기업이 참가해 인공지능(AI), 로보틱스, 디지털 헬스케어, 메타버스 등 다양한 혁신 기술을 선보였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인공지능(AI) ▲로봇 ▲모빌리티 ▲스마트홈 ▲메타버스·Web 3.0 ▲디지털 헬스케어 ▲ESG ▲푸드테크 ▲스페이스 테크 ▲스타트업을 CES 2024의 10대 트렌드로 꼽았다. 

이 가운데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맞춤형 의료 ▲수요자 중심 ▲예방 ▲AI에 기반한 국내외 혁신 제품이 대거 소개됐다. 특히 국내 C사의 마스터 메디컬 베드(Master Medical Bed)와 사물인터넷(IoT) 연동 헬스케어 통합 플랫폼 ‘홈 메디케어플랫폼’이 디지털 헬스케어 혁신상을 수상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홈 메디케어플랫폼은 웰니스 영역에서의 케어 솔루션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케어 관련 디지털 헬스케어 시범사업 중 하나가 ‘재택의료’이다. 홍보가 부족해 많은 국민이 잘 모를 수 있지만 현재 13개 방문 진료 형태의 재택의료가 시범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5일 대한재택의료학회 제1회 추계심포지엄에서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과 환자를 병원으로 오게 하는 건 결코 바람직한 미래 모습이 아니며, 특히 방문 진료를 포함한 재택의료가 환자·보호자뿐만 아니라 의료진도 만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모델로 제시됐다. 재택의료는 또한 빈번하게 발생하는 폐렴과 요로감염·욕창 등 합병증 위험을 감소시키고 환자의 병원 방문 횟수도 줄여 사회적 부담을 경감 하는 효과가 크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이어졌다.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재택의료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요원한 상황이라는 점이다. 무엇보다 원격지에서의 환자 모니터링 시스템과 IoT 기반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 등을 활용한 재택의료 활용 모델을 적극 개발·시행할 때라고 생각한다. 특히 의료비가 비싼 미국에서는 병원뿐만 아니라 베스트 바이(Best Buy)나 월마트(Walmart)와 같은 전자제품 등 관련 유통업체들도 재택의료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더욱이 하버드 계열로 보스톤 소재 브리검(Mass General Brigham hospital)과 같은 종합병원이 재택의료를 적극 추진하는 것은 매우 인상적이다. 

브리검은 재택의료를 ‘Home Hospital’로 부르는 데, 이는 환자들이 의료서비스 제공자로부터 적기에 최고의 케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을 본인의 집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24/7 원격 생체 신호 모니터링, 매일 여러 차례 의사·간호사로 구성된 의료진 방문, 정교한 원격 헬스케어 기술 그리고 주변에서 항상 이용 가능한 통합된 전문가들로 구성된 팀을 통해 전통적인 병원 입원과 동일한 최고 수준의 재택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실제로 Home Hospital은 만성 심부전으로 인한 합병증을 겪고 있는 환자에게 만성 폐쇄성 폐질환·감염 등과 같은 급성 상태가 발생한 경우 집에서도 병원 수준의 빠른 치료 기회를 제공했다. 주치의 감독하에 간호사·응급의료 기사 또는 다른 의료서비스 제공자들이 환자를 매일 두 차례씩 방문해 생체 신호를 모니터링하고 정맥주사와 같은 병원에서 제공하는 치료를 제공한다. 또 블루투스를 통해 연결된 무선 체중계 및 혈압 측정기를 비롯한 다른 모니터링 장치를 사용할 수 있고, 환자가 언제든 도움이 필요한 경우 24/7에 의료 스태프가 대기하고 있다. 

환자는 이러한 Home Hospital을 통해 편안하고 익숙한 환경에서 치료받기 때문에 증상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브리검 Home Hospital의 성공은 병원만의 노력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미국 대형 전자제품 소매점 베스트 바이(Best Buy)의 ‘Current Health Platform’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Current Health Platform은 재택 환자와 ▲의사 ▲간호사 ▲응급의료 기사 ▲의료 전문가 등을 연결하는 ‘케어 플랫폼’으로 케어 방식을 개선하고, 환자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필요한 물품을 적기에 제공하는 포괄적인 서비스를 가능케 한다. 

이와 함께 ‘Lively Mobile Plus’와 같은 서비스는 개인 긴급 응급 대응 시스템(Personal Emergency Response System·PERS) 장치로 낙상을 감지하고 환자를 긴급 대응 요원에게 연결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처럼 베스트 바이와 브리검 종합병원의 협력은 디지털 소매 경험을 기반으로 환자가 편안함을 느끼는 집에서 고품질 케어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환자·보호자의 감정적 또는 금전적 부담을 줄이는 데 기여한다. 

참고로 베스트 바이는 미국 재택의료 시장을 3.5조 달러 규모로 추산하고 있으며, 오는 2025년까지 연간 매출 500억 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현재 100만 명에게 제공하고 있는 재택의료 서비스를 5년 내 500만 명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1월 대한재택의료학회 심포지엄에서 한 의사는 한국의 상황과 미국 사례를 비교하며 “재택의료는 우리가 가야 할 길이자 모든 의료의 완결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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