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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찾을 동네병의원 없는데...대학병원 역할 정립 가능할까복지부,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 개편...외래진료 줄이고 중증환자 중심으로

[라포르시안] 새로운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이 마련됐다. 앞서 보건복지부가 지난 9월 발표한 '의료전달체계 개선 단기대책'을 반영해 상급종합병원의 경증 외래환자 진료 비율을 낮추고 중증환자 진료에 역량을 집중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상급종합병원의 경증환자 쏠림을 억제하기 위한 정책 추진에 앞서 동네의원에서 상급종합병원으로 이어지는 의료전달체계 확립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높다.

의료전달체계가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급종합병원의 종별 역할 정립을 위한 외래환자 제한은 의료현장이나 환자의 의료이용에 혼란만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일 '상급종합병원의 지정 및 평가에 관한 규칙'과 '상급종합병원의 지정 및 평가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상급종합병원의 지정 및 평가에 관한 칙 개정안은 상급종합병원 지정 요건에서 지정 신청일 이전 2년 6개월 동안 중증 입원환자 비율을 현행 21%에서 30% 이상으로 높였다.

경증환자나 외래환자 비율은 더 낮췄다. 지정 신청일 이전 2년 6개월 동안 단순진료 질병군의 비율이 현행 16% 이하에서 14% 이하로 유지해야 상급종합병원 지정 신청이 가능하다. 외래환자 비율도 지정 신청일 이전 2년 6개월 동안 현행 17%에서 11% 이하를 유지해야 한다.

복지부는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 개선과 함께 환자 스스로 적정 의료이용을 유도하는 정책도 추진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경증질환(100개 질환)을 가진 외래환자의 경우 상급종합병원 이용 본인부담률(현재 60%)을 단계적으로 인상하고 본인부담상한제에서도 제외해 의료비 부담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복지부는 "상급종합병원은 의료전달체계의 최상위 기관으로 1단계 의료기관에서 치료되지 않는 중증질환 중심의 진료역할이 필요하나 경증환자를 포함한 대형병원 쏠림현상은 의료의 질 저하, 진료왜곡을 초래한다"며 "특히 상급종합병원에서 반드시 진료가 필요한 중증환자의 경우 과도한 대기 기간, 짧은 진료 등으로 적절한 의료를 받지 못해 치료 효과가 저하된다는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고 지정 기준 개선 필요성을 설명했다.

복지부는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 반영을 통해 상급종합병원이 중증진료라는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며 "기존 상급종합병원이 환자쏠림으로 이익을 보고 있는 상황에서 자발적으로 체계 개선을 선도할 가능성은 희박하므로 '국민의 생명 및 건강'이라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국가의 개입은 필수적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환자가 신뢰할 수 있는 동네 단골의사나 지역 중소병원이 부재한 상태에서 상급종합병원을 중증환자 진료 중심으로 역할 정립을 추진할 경우 제대로 된 성과를 내기 힘들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관련 기사: 포괄성·지속성 좋은 '단골의사' 있으면 미충족 의료경험 크게 낮춘다>

환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건강상의 문제를 상담하고 지속적으로 포괄적인 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지역사회내 일차의료기관이나 주치의가 없는 상태에서 최초 증상이 발생했을 때 대학병원을 찾을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특히 모든 전문과목이 일차의료기관을 개설하고, 상급종합병원과 동네의원이 경쟁하는 의료공급체계에서 환자는 포괄성과 지속성을 갖춘 단골의사를 찾기가 힘들다.

실제로 국내 의료공급체계에서 중소병원은 존재감 자체를 잃었고, 동네의원은 접근성이 좋긴 하지만 의료서비스 질에 대한 신뢰도를 많이 잃은 상황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펴낸 '미래 보건의료 정책 수요 분석 및 정책 반영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중소병원 이용 여부를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47.4%는 중소병원을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동네의원에 대한 신뢰도 낮았다. 조사에 참여한 응답자 4명 중 1명은 동네의원 이용 후 1개월 이내에 동일 질환으로 대학병원, 상급종합병원 등 대형병원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로는 '보다 전문적인 검사·치료를 위해 동네의원에서 대형병원으로 의뢰’가 47.4%로 가장 높았다.

지금과 같은 상태에서 대형병원 진료를 선호하는 의료이용 행태를 문제삼고,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과 환자의 비용부담을 높여 대형병원 방문을 억제하도록 유도하는 게 잘못된 정책 방향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건강세상네트워크는 "단순히 상급종합병원 집중을 방지하고자 국민들의 비용부담을 높인 것이라면 이러한 제도운영은 절대로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공급자나 정부관료의 관점이 아니라 ‘환자경험’을 근거로 의료기관의 신뢰성을 저해하는 요인들을 찾아내야 하며, 일차의료 영역에서는 환자를 대리하는 문지기 역할도 분명히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병원계도 상급종합병원의 경증환자 진료를 억제하기 전에 환자들이 지역 중소 병의원을 신뢰하고 찾을 수 있도록 기능과 역할을 강화하는 게 우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한병원협회는 "경증환자들이 지역 및 중소 병·의원을 믿고 찾을 수 있도록 지원책을 마련하고 기능과 역할을 강화하는 정책을 편 후 이같은 제도를 시행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며 "의료전달체계가 명확히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료전달체계 개선 단기대책의 실효성을 확신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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