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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터뷰] 2주마다 병원서 정맥주사 맞던 고셔병 환자들...이젠 온전한 일상으로티모시 M. 콕스(캠브리지대학교 의과대학)

[라포르시안] '고셔병'은 효소 결핍으로 인해 생기는 유전성 희귀질환이다. 완치가 어렵고 확진 후에는 평생에 걸쳐 결핍된 효소를 공급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4~6만 명당 1명꼴로 발생하고 있으며, 현재 국내에서 치료가 진행 중인 환자는 40여명 정도로 집계된다. 과거에는 고셔병이라는 인식자체가 낮아 정확한 진단이 쉽지 않았을 뿐더러 치료제가 없어 장기간 생존하는 환자가 많지 않았다. 그러나 20세기 후반 효소대체요법(ERT) 치료가 개발되면서 고셔병은 만성질환처럼 관리가 가능해졌다. 다만, 2주마다 규칙적으로 병원에 방문해 정맥주사를 맞아야 하기 때문에 환자 및 가족들은 평범한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그러다 경구용 기질감소치료제(SRT)인 '세레델가'가 출시되면서 고셔병 환자들도 평범한 삶을 꿈꿀 수 있게 됐다. 세레델가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1일 1~2회만 복용하면 돼 규칙적으로 병원을 방문해 정맥주사를 맞아야하는 번거러움에서 벗어나 일상생활도 가능해졌다. 세레델가는 미국에서 개발된 이후 2014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승인을 거쳐 2015년 국내 허가를 받았고, 지난해 11월부터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고 있다. 주요 임상을 주도한 캠브리지대학교 의과대학 티모시 M. 콕스 교수를 만나 세레델가에 대한 장기 임상 데이터와 안전성 프로파일, SRT 처방 경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 고셔병은 일반인에게 생소한 질환이다.  
 
“고셔병은 희귀질환 중에서도 초희귀질환이면서 유전 질환이다. 환자별로 나타나는 증상이 매우 다양하고, 증상이 경미하더라도 삶을 살아가는 데 상당한 불편함이 있다. 지금은 좋은 치료제가 많이 개발돼 치료 및 증상 관리는 쉬워졌으나 아직까지 완치는 어렵다. 우리 몸 속 ‘대식세포’는 인체의 면역을 담당하는 세포로 세균이나 바이러스, 이물질, 인체 내 노화세포 등을 분해하는 역할을 한다. 리소좀 효소인 글루코세레브로시다아제는 대식세포 안에서 ‘글루코세레브로사이드’라는 당지질을 포도당과 세라마이드로 분해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고셔병 환자는 유전자의 이상으로 글루코세레브로시다아제를 만들지 못함으로써 대식세포에서 글루코세레브로사이드가 분해되지 않고 축적돼 간 또는 비장 비대, 혈소판 감소 및 그로 인한 출혈, 골통, 관절통, 고관절 무혈성 괴사 등 골격계 증상을 유발한다.”
 
- 효소대체요법(ERT)의 장단점은. 
 
“ERT 치료제가 등장하기 전인 1970~80년대 초에는 골수 이식 등으로 치료를 했었다. 하지만 수술 성공 확률이 일정하지 않았고 비용도 매우 많이 들었다. 동시에 골수 공여자를 찾기 힘들다는 점에서 치료가 쉽지 않았다. 1980년대 중반 ERT 치료제가 등장하면서 고셔병 치료에 획기적인 변화가 시작됐다. 고셔병의 르네상스 시기라고 봐도 무방하다. ERT는 골수 이식으로 얻고자 했던 치료목표와 유사한 치료 효과를 보인다. 때문에 유아 및 소아청소년 시기 이전에 고셔병을 빨리 진단받고 치료를 시작하면 정상인과 비슷하게 잘 성장할 수 있고, 심각한 장기 손상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ERT는 정맥주사 형태이므로 환자가 정기적으로 내원해야 한다. 환자들의 자유로운 삶이 제한될 뿐 아니라 내원할 때 마다 환자들이 ‘나는 아픈 환자구나’를 지속적으로 상기하게 된다. 또한 ERT는 분자 크기가 큰 편이라 체내 모든 조직에 충분히 전달되기 어려운 부분이 존재한다. 고셔병의 다양한 증상으로 인해 간, 비장, 폐, 림프구와 함께 골 변형 및 다양한 신경학적 증상으로 인해 뇌까지 흡수가 필요한 환자가 존재하지만 ERT 치료에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 기질감소치료법(SRT) 개발은 고셔병 환자에게 있어서 어떤 의미인가.
 
“고셔병 표준요법인 ERT 치료를 받아온 환자들은 2주 마다 정기적으로 내원해서 정맥주사를 맞아야 하므로 삶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다. 장기 여행, 유학, 출장 등 2주 이상의 기간이 필요한 일은 할 수가 없었다. SRT 치료제가 등장하면서 환자들이 2주마다 규칙적 내원을 하지 않아도 경구제 복약을 통해 스스로 질환을 관리할 수 있게 됐다. 고셔병 환자들은 매우 개선된 편의성 때문에 ERT에서 SRT로의 전환을 매우 반겼다. 세레델가 개발 후 10년 이상 ERT 치료를 통해 안정화된 환자를 대상으로 SRT로 전환 시 효과를 확인하는 임상을 진행했는데, 대부분의 환자들이 ERT와 유사한 치료 효과를 보이면서 임상 이후에도 SRT로 계속 치료하기를 원했다.”
 
- ERT와 SRT 치료의 특징이 있다면.
 
“두 치료제의 단적인 차이점은 투여방법이 다르다는 것이다. ERT는 정맥 주사 형태로 병원에 내원해 치료를 했다면 SRT는 경구형 제제로 환자 스스로 질환 관리가 가능하다. 기전도 완전히 다르다. ERT는 혈액 내로 치료제를 주입해 체내 결핍된 효소를 공급한다. 반면 SRT는 글루코실세라마이드 합성효소를 억제해 글루코세레브로시다아제가 분해해야 하는 기질의 양을 미리 줄여준다. SRT의 가장 큰 장점은 저분자물질이기 때문에 치료제가 전신에 더욱 잘 분포된다는 부분이다. ERT는 간과 비장 등 주요 장기 쪽에 좀 더 침투가 잘 되는 반면, SRT는 주요 장기뿐 아니라 폐, 골수 등 전신에 고루 침투가 가능하다.
 
- ERT에서 SRT로 전환했을 경우, 실질적으로 환자들의 삶의 질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궁금하다.
 
“삶의 질을 측정하는 연구를 통해 확인한 결과, ERT 치료를 통해 안정화된 고셔병 환자들은 이미 일반적인 미국인 수준의 삶의 질 점수를 보여주었다. 이미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SRT 전환 이후 상승한 삶의 질 점수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높은 점수가 유지된다는 점을 통해 치료제 전환 이후에도 삶의 질이 지속해서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직접 참여했던 ENCORE 연구를 보면 치료제 전환 연구에 참여한 환자 159명 중 153명이 임상을 완료했으며, 이들은 매우 높은 수준의 삶의 질을 경험하고 있었다. 또한 153명의 환자 중 단 1명을 제외하고 모두 지속해서 세레델가를 사용하겠다고 만족감을 표현했다."
 
- 국내에 SRT 치료제로 들어온 제품이 세레델가이다. 실제 임상에서 어떤 효과를 보였는지 궁금하다.  
 
“SRT가 적합한 환자군이라 해도 다른 질환 치료제를 많이 복용하고 있다면 치료제간 상호작용 때문에 의료진과 충분히 상의 후 전환 여부를 고려해야 한다. 또한 임신을 앞두고 있는 여성 환자는 임신 기간 동안은 ERT 치료를 하고, 출산 이후에 SRT로 전환할 수 있다. 전체 고셔병 환자 중 약 90%에서 SRT 치료가 적합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지만 누구에게나 다  SRT 치료로 전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환자의 요구가 아무리 강하다 해도 신체 대사적인 부분과 함께 규칙적 복용이 가능한 환경인지 확인이 필요하다. 세레델가는 세레자임과 마찬가지로 1차 치료제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주사제 대비 비열등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ERT와 비슷한 효과라는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에는 ERT보다 월등하다고 생각한다. 증상이 경미한 환자뿐 아니라 심한 환자에서도 세레델가를 통해 좋은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 한국에는 고셔병 가이드라인이 없다. 영국 환자를 위한 치료 가이드라인의 주요 저자인데,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궁금하다.
 
“희귀질환인 고셔병은 환자 수가 적기 때문에 각 지역 및 의료진마다 처방 케이스에서 매우 큰 차이를 보인다. 때문에 질환에 대해 익숙하지 않은 병원 및 의료진에서도 원활한 환자 치료가 이뤄지도록 도와주는 지침이 필요하다. 영국 NICE 가이드라인을 작성하면서 세레델가 적응증에 대한 설명, 1차 치료제인 점, 처방 후 나타날 수 있는 이상반응 및 주의해야 하는 상호작용 약제 등에 대해 상세하게 포함시켰다. 특히 약물 상호작용에서 문제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좋은 치료제를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한 유의점 등을 자세하게 기술했다.”
 
- 고셔병은 평생 관리해야 한다는 점에서 치료제의 장기간 효과와 안전성 데이터가 중요할 것 같다. 
 
“장기데이터는 상당히 중요하다. 세레델가는 장기간의 임상 연구를 통해 총 8년치 데이터를 확보했다. 특히 허가 주요 임상 연구를 통해 4년치 임상 데이터를 확인했다. 임상에 참여한 환자들의 평균 참여 연수가 3.6년이었으며, 환자인-년(patient-year) 수로 환산하면 약 1,400환자 인년의 데이터를 확보했다. 희귀질환 치료제 임상 연구에서 이 정도 데이터를 확보한 것은 대단한 일이다. 이미 ERT 치료제가 3-4개 출시돼 있는 상황에서도 장기 데이터를 확보하고자 노력했던 이유는 SRT가 향후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유망한 치료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2014년, 다른 국가들에서는 2015년에 세레델가 허가를 취득하면서 현재까지 시판 후 약물 감시 데이터 등이 쌓이고 있다. 희귀질환 분야 내에서도 장기적인 데이터를 많이 확보하고 있는 상태다.
 
직접 참여했던 연구를 기준으로 설명하자면, 환자들의 상태가 안정된 이후 주요 생체지표 개선이 확인됐다. 특히 세레델가 치료 이후 Lyso-GL1을 포함한 여러 혈장생체지표가 빠르게 감소했다. 혈장생체지표의 감소는 세레델가가 질환의 근본적인 원인부터 해결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젊을 때부터 세레델가를 처방 받은 환자들은 세레델가를 통해 평생 고셔병의 근본 원인을 치료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매우 좋은 결과를 보일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상황이다. 한국도 이러한 장기적인 치료 효과를 관찰하기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세계 고셔병 환자 중에는 치료제에 대해 접근성을 전혀 확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한국은 ERT 뿐 아니라 세레델가도 급여 처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매우 특별하고 반가운 상황이다.”
 
- 앞으로 고셔병 치료제 개발은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보나.
 
“고셔병 환자 중 신경과 관련된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이 있다. 때문에 고셔병 치료의 마지막 화두는 뇌까지 안전하게 침투할 수 있는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다. 사노피 젠자임은 현재 제 3형 고셔병 타깃 치료제를 개발 중에 있다. 1일 1회 복용하는 치료제이고, 대사도 쉽게 잘 되며 약효가 뇌까지 침투할 수 있다. 이 성분은 작용하는 disease pathway가 다양한 질환과 관련 되어있어 하나의 약물로 여러 질환들을 접근할 수 있는데, 고셔병 외에 다른 희귀질환인 파브리병, 파킨슨병 등에 대해서도 전 세계적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미 연구를 통해 파킨슨병과 고셔병 사이의 연관성이 밝혀졌기 때문에 치료제 개발을 통해 두 질환 모두에서 유의미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과학적, 경제적 부분과 함께 환자 치료효과 측면에서도 한 걸음 더 진보할 수 있는 연구이기 때문에 성공적인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
 
- 한국의 고셔병 환자와 가족 그리고 의료진에게 당부할 내용이 있다면.
 
“한국의 고셔병 환자들이 질환 때문에 학교, 직장 등 평범한 일상생활에서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안다. 환자 커뮤니티를 통해 임상 연구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하고, 현재 출시된 치료제에 대한 접근성과 함께 치료 효과적인 측면에서도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 보면 좋을 것 같다. 환자와 보건의료전문가, 제약회사의 목표는 동일하다. 질환의 치료이다. 때문에 같이 힘을 합친다면 훨씬 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다. 환자의 입장을 의사나 제약회사에 더욱 많이 알려준다면 ‘질환의 치료’라는 궁극적 목표에 빠르게 다가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조필현 기자  chop23@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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