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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 이후 잠잠하더니...다시 의료영리화 요구하는 경제계경총 등 영리병원·원격의료 허용 정책 정부에 요구..."촛불민심 역행하는 시대착오적인 요구"
2016년 1월18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 판교역 광장에서 민생구하기 입법촉구 천만서명운동본부가 추진하는 경제활성화법 처리를 촉구하는 서명에 참여하는 당시 박근혜 대통령

[라포르시안] 경제계가 다시 보건의료분야의 규제 개혁과 일자리 창출을 명분을 의료영리화 정책 추진 요구에 나섰다. 

지난 박근혜 정부 때 경제계의 규제완화 요구가 '최순실 게이트'와 무관치 않다는 의구심이 커지고 한동한 뜸하더니 최근 들어 다시 규제개혁 요구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최우선 국정과제로 제시한 '일자리 창출' 실적 부진과 최근의 경기 악화 등을 구실로 기업들의 수익 창출을 위한 각종 규제완화 요구를 쏟아내고 있다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15일 기획재정부에 '혁신성장 규제 개혁 과제'를 건의했다.

경총이 건의한 규제 개혁 과제는 ▲ 영리병원 설립 허용 ▲ 원격의료 규제 개선 ▲ 의사·간호사 인력 공급 확대 ▲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한 은산 분리 완화 ▲ 프랜차이즈 산업 규제 개선 ▲ 산업과 경제의 디지털화에 따른 노동관계법 개정 ▲ 드럭스토어 산업 활성화 ▲ 5세대 이동통신(5G) 투자 지원 확대 ▲ 고령자에 대한 파견허용 업무 규제 폐지 등이다.

경총에 이어 중소기업중앙회도 '일자리 창출을 저해하는 10대 규제' 등 51건의 규제개혁 과제를 지난 19일 국무조정실과 기획재정부, 중소벤처기업부 등에 건의했다.

중기중앙회는 기재부 등에 건의한 규제개혁 과제 중에는 경총과 마찬가지로 ▲ICT 기술을 활용한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허용 ▲투자개방형 의료법인(영리병원) 허용 등이 포함됐다.

중기중앙회는 "한국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일자리 창출효과가 큰 서비스산업의 비중이 낮아 산업구조 재편이 시급하며, 의료·관광·금융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 육성을 위해 진입장벽을 파격적으로 낮추고 과감하게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며 "지역별 특색에 맞는 의료산업과 관광산업을 개발하면 낙후된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키고 내수성장과 소득증대는 물론 서비스업을 선호하는 청년들의 일자리도 증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경총과 중소기업중앙회가 정부에 건의한 규제개혁 과제는 박근혜 정부 때 제시했던 내용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12월 28일, 당시 국무조정실은 규제기요틴 ‘민관합동 회의’를 열고 경제단체에서 건의한 153건의 규제기요틴 과제 중 114건을 수용키로 확정했다.

규제기요틴 추진 과제로 선정된 114건 중 보건의료 분야야 관련된 사안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조속 제정 ▲메디텔의 설립기준 및 부대시설 제한 완화 ▲경자구역내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설립요건 규제 완화 ▲의사-환자간 원격진료 규제 개선 ▲디지털 헬스기기 등 융합신제품에 대한 선제적 인증제도 개선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 및 보험적용 확대 ▲의료기관 진료기록 관리·보관의 편의성 제고 등이다.

이를 건의한 경제단체는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경영자총연합회, 무역협회, 벤처협회, 중견기업연합회, 소상공인연합회 등 8곳이었다.

지난 2015년 12월 21일 오전 인천 송도에서 열린 삼성바이오로직스 제3공장 기공식에 참석한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맨 왼쪽은 정진엽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 사진 출처: 청와대

"경제계, 일자리 창출 명분 의료영리화 통한 기업 수익 창출 나서"

경제계의 보건의료분야 규제개혁 요구 움직임에 의료계와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최근 성명을 내고 경제계가 요구하는 영리병원과 원격의료 허용은 혁신성장이 아니라 의료 민영화·영리화라고 비난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지방선거 후 문재인 정부가 제1과제로 삼았던 일자리 실적이 부진한 것에 대한 언론들의 보도가 있었고, 미국 금리 인상과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수출감소와 경기 악화에 대한 우려가 일었다"며 "경총은 이러한 분위기를 이용해 일자리 창출을 명분으로 영리병원 설립과 원격의료 허용 등 기업들의 수익 창출을 위한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나섰고, 기획재정부가 경총의 요구가 있은 지 며칠 만에 원격의료 규제 완화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경총이 요구한 영리병원 도입이나 원격의료 허용은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의료공공성 강화와 배치된다고 강조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양질의 일자리 늘리기는 민간 주도의 영리병원 설립과 원격의료와 같은 보건의료 산업 활성화로는 이룰 수 없다. 영리병원과 원격의료는 오히려 양질의 일자리를 줄인다"며 "보건의료 양질의 일자리 늘리기는 공공의료 확충과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 대폭적인 보건의료인력 확충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총이 '9대 혁신성장 규제 개혁 과제'로 기재부에 건의한 영리병원 설립 허용과 원격의료 허용은 촛불민심에 역행하는 시대착오적인 요구라는 비난도 나왔다.

전국보건의료노조는 지난 18일 성명을 내고 "영리병원 설립 허용과 원격의료 허용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대표적인 의료영리화정책이었고, 의료적폐 청산 대상 1호였다"며 "지금 우리나라에는 영리병원 설립 허용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10%에도 못 미치는 공공의료를 확충하고, 민간병원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의료전달체계 확립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원격의료 허용은 정확성과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원격의료기계를 통한 진료를 확대함으로써 의료수익 투자처를 개발하려는 재벌자본에게는 막대한 이익을 안겨주겠지만 의료사고 위험 증가, 환자쏠림현상 심화, 지역적 의료불균형 확대 등 국내 의료제도에 심각한 피해를 미치게 된다"며 "지금 우리나라에는 원격의료 허용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의료취약지와 의료사각지대 지역주민에 대한 의료접근성을 높이고 지역적 의료불균형과 건강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이라고 했다.

보건의료분야의 새 일자리 창출은 의료영리화가 아니라 의료공공성을 확충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의료노조는 "경총이 건의한 영리병원 설립 허용과 원격의료 허용은 규제 개혁이 아니라 의료영리화와 재벌자본의 의료영리 추구 길을 터주는 규제 개악"이라며 "의료공공성을 강화하면서 양질의 일자리를 대거 창출하는 방안이 시대적 과제이며, 촛불개혁을 완성하는 길"이라고 촉구했다.

복지부 "의료영리화 정책 추진 않을 것"

한편 보건복지부는 최근 의료영리화 등에 관한 '복지부 조직문화 및 제도개선 위원회'의 제도개선 권고안에 대해 구체적인 이행계획을 수립했다.

지난 박근혜 정부 때 복지부는 '보건의료산업부'로 불리며 의료공공성보다는 의료영리화를 정책 추진에 앞장섰다는 비난을 받았다.

조직문화 및 제도개선 위원회는 복지부가 본래 역할에서 벗어난 비정상적인 정책을 추진한 이유와 재발 방지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위원회는 지난 4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드러난 국민연금 의사결정 구조 개선 ▲의료 영리화 ▲사회보장 협의제도 개선 ▲정부위원회 운영 개선 ▲복지부 조직문화 개선 등의 제고개선 과제를 선정한 바 있다.

복지부는 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의료영리화 방지 및 공공성 강화 방안을 수립했다.

의료영리화 방지를 위해 복지부는 규제프리존법안 내 지역전략 산업 중 보건의료 관련 산업을 제외하고, 의료법인 부대사업 규제 완화 규정은 삭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기재부에 제시했고, 영리병원 도입은 추진하기 않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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