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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의료정책, 박근혜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사회진보연대 보건의료팀] 문재인 정부 의료정책의 모순과 보건의료운동의 위기
지난 2017년 8월 31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여성가족부 핵심정책토의 모습. 사진 출처: 청와대 홈페이지

[라포르시안] 문재인 정부는 2018년 보건의료 분야에서 큰 모순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다. 의료 공공성과 보건의료산업 육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꿈 때문이다. 그런데 의료 공공성 강화 정책은 실효성이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실질적인 정책 기조는 규제 완화와 보건의료산업 육성에 방점을 뒀다고 봐야 한다. 규제 완화 속도는 박근혜 정부에 비해 느리지만 착실하게 단계를 밟아나가고 있다.

비급여 못 잡고 재정만 낭비할 문재인케어

올해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문재인케어는 뜨거운 감자가 될 예정이다. 문재인 정부는 ‘모든 비급여의 급여화’라는 파격적인 슬로건을 걸고 ‘문재인케어’를 의료공공성 정책의 간판으로 내세웠다. 기존 비급여 기술 및 새로 도입될 신의료기술 비용의 10~50%를 건강보험으로 보장해주겠다는 예비급여 제도가 핵심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고 비급여를 통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예비급여 도입 이후 비급여는 3개 카테고리로 분류되어 처리될 것이다. 첫째, 효과와 경제성이 입증된 비급여는 전면 급여화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많지 않다. 둘째, 효과는 있되, 경제성이 떨어지는 비급여는 예비급여나 비급여로 남는다. 이 경우가 제일 많을 것이다. 셋째, 효과도 검증되지 않는 비급여다. 예비급여에 포함되지 못하고 비급여로 남는다.

그런데 문재인케어에는 비급여 시장 퇴출 방법과 계획이 없다.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세 번째 경우만 시장 퇴출을 ‘권고’한다고 짧게 언급되어 있을 뿐이다. 두 번째 경우에는 어떤 조치를 취할지 아무런 언급이 없다.

비급여를 통제하려면 다음 세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실효성 있는 제재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기존 약품/기기에 비해 효과가 나을 게 없으면서 가격만 비싼 의료기기나 신약을 판매하는 제약/의료기기 자본, 비급여를 수익 창출의 도구로 활용하는 의료공급자, 비급여를 통해 국민 대다수를 포섭한 민간의료보험이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문재인 케어'와 수가 인상 등을 논의하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의-정 실무협의체’를 운영 중이다.

하지만 문재인케어는 어느 누구에게도 손해가 가지 않게 하면서 비급여를 없애겠다고 하고 있다. 결국 남을 것은 생색내기 수준의 보장성 강화와 건강보험 재정 낭비다. 더욱이 4차 산업혁명을 통한 혁신성장 달성에 있어 보건의료산업은 1, 2순위를 다툴 정도로 중요도가 높다. 때문에 보건복지부는 신의료기기와 신약에 예비급여와 선별급여를 대거 적용할 것이다. 이는 제약/의료기기 자본에게 신제품 판로를 열어 준다는 걸 의미한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상반기 중으로 예비급여 제도를 도입하고 비급여의 예비급여화를 시작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재 대한의사협회와 전의총을 필두로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의협은 지난 12월 문재인케어 반대 집회를 성공적으로 성사시키고 수가 인상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의정 협의체를 만들어 의료계와 협상 중이며 비급여의 급여화로 줄어드는 수익 규모만큼의 수가 인상을 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지난 1월 17일, 복지부는 ‘비급여 급여화 추진계획’을 공개하고 예비급여 제도의 세부내용을 공개했다. 이 자리에서 영양 수액이나 도수 치료는 그대로 비급여로 놔두겠다고 공언했다. 심지어 신의료기술에 대해서는 가격을 의료계가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하는 방안도 고려하겠다고 이야기했다. 영양 수액, 도수 치료는 아직 효과가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지만 의원과 병원이 주요 수입원으로 삼는 비급여다. 또 환자들이 민간의료보험을 통해 이용하는 주요 3개 과잉진료 항목에 포함된다.

결국 예비급여는 경제성이 떨어지거나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비급여를 그대로 남겨서 의료공급자들이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이는 의료공급자들뿐만 아니라 민간보험사도 원하는 바다. 비급여 가격이나 행위 수를 국가가 예비급여를 통해 ‘관리’한다. 예비급여는 10~50%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은 본인부담이기 때문에 환자들은 실손보험에 가입한다. 실손보험은 국가가 비급여 가격을 관리해주기 때문에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그래서 민간보험사들이 만든 ‘보험연구원’에서는 2017년 8월 ‘효율적 의료비 지출을 통한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 방안’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사실상 예비급여에 해당하는 제도를 빨리 도입하자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한편 예비급여 도입 과정에서는 의정협의체를 통해 수가를 대폭 인상시킨다. 결국 의료공급자에게는 수가 인상, 민간보험에게는 수익 증가, 제약/의료기기 자본에게는 제품 판로 개척이라는 혜택을 준다. 모두가 윈-윈 하지만 비급여 문제는 해결되지 못하고 건강보험 재정은 낭비된다.

실손의료보험과 영리병원을 제재하지 않는 문재인 정부

건강보험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한 민간의료보험에 대해서 문재인 정부는 제재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앞서 살펴봤듯이 문재인케어는 민간의료보험을 견제하지 못한다. 영양 수액, 도수 치료 등을 그대로 비급여로 놔둔다면 실손보험 가입자들이 탈퇴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민간보험 활성화 정책만 쏟아지고 있다. 특히 금융위원회가 인슈어테크 육성을 표방하면서 공격적으로 민간의료보험 육성 정책을 내고 있다.

작년 11월 발표한 ‘건강증진형 보험상품 가이드라인’은 박근혜 정부의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을 계승한 것이다. 건강관리서비스는 식이습관 교정, 운동 요법, 금연, 금주 등 개인적 건강 관리를 통해 질병을 예방하는 방법이다. 이 가이드라인은 민간보험회사가 건강관리서비스를 하고, 거기서 수집된 생체정보를 축적할 수 있게 허가해 준다. 여기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는 민간보험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개인 건강정보가 유출된다. 둘째로 생활습관을 개선하기 어려운 조건에 있는 저소득층에게는 효과가 없어 건강불평등이 심화된다.

시민사회단체들은 가이드라인을 강하게 비판하고 철회 의견서를 보냈으나 가이드라인은 원안 그대로 고시되었다. 심지어 지난 1월 22일 있었던 ‘대통령 주재 규제혁신 위원회’에서는 규제혁신의 대표적인 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보건의료정책 무게중심이 산업화에 있다는 걸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다.

올해 1월 발표된 ‘금융혁신 추진방향’에서는 질병·간병보험 전문 보험회사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간병비를 급여화 하겠다는 문재인케어에 완전히 반하는 정책이다. 복지부는 2018년 업무계획에서 금융위원회와 협의해 실손의료보험료 인하를 유도하는 개선방안을 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위의 다른 정책들을 고려할 때 실효성 있는 제재 정책이 나올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영리병원이나 의료법인 인수합병에 대한 입장도 모호하다.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는 영리병원 허용 불가가 공약이었다. 하지만 현재 제주도에서 개원 심의 중인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에 대해서는 ‘제주도의 판단에 맡긴다.’라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녹지국제병원은 이미 여러 차례 국내 병원의 우회투자 의혹이 제기되어 왔는데, 이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있다. 진주의료원 폐원을 손 놓고 구경만 했던 박근혜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은 행보다. 병원 인수합병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작년에 주식회사 호텔 롯데의 보바스 병원 인수를 사실상 용인해 준 바 있다.

자본이 눈독 들이는 건 보건의료 빅데이터와 건강관리서비스

보건의료산업 분야 4차 산업혁명을 위해 정부가 가장 시급히 필요하다고 밝힌 것은 보건의료 빅데이터 규제 완화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인공지능(AI)이 빅데이터 없이는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위원회 산하 헬스케어 특위에서는 올해 최우선 핵심 과제로 보건의료 빅데이터 규제 완화를 선정했다. 이를 위해 개인정보보호법, 의료법, 생명윤리법 개정, 보건의료 빅데이터 특별법 제정 등을 추진하고 있다. 산업자원부는 병원이 보유한 약 1천만 명분 전자의무기록·유전체·생체정보를 담은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추후 이 병원 보유 건강정보를 복지부가 관리하는 건보공단과 심평원, 질병관리본부 진료정보, 유전정보와 결합할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복지부는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공공적 목적’에만 활용하겠다고 나서며 방어막을 치고 있다. 하지만 복지부가 이야기한 ‘공공적 목적’에는 신약 개발, 의료기기 개발 등도 포함되어 있어 사실상 산업적 목적에도 활용하겠다는 이야기다. 오히려 보건복지부는 최근 조직 개편을 통해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담당하는 의료정보정책과를 보건의료정책실에서 보건산업정책국으로 이관했다. 보건의료 빅데이터 정책이 산업적 활용에 방점이 찍혀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구조 개편이다.

정부가 또 하나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것은 바로 건강관리서비스다. 앞서 언급했던 금융위원회의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이 이미 시행 중이다. 여기에 최근 경제관계 장관회의에서 민관합동 법령해석팀을 신설하여 보험회사가 하는 건강관리서비스가 의료행위가 아니라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주기로 했다. 의료법상 의료행위는 의료인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자원부는 원격의료 기기를 이용한 건강관리서비스 실증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건강관리서비스 시스템 구축에 2020년까지 30억 원을 투자한다.

공급체계에 무게중심을 둔 공공의료 강화를 요구해야 한다!

보건의료운동은 문재인 정부 보건의료정책 전반에 대해 보다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 이유는 3가지다. 첫째, 문재인케어는 보장성 강화와 비급여 통제라는 목표를 달성하기에 부족하다. 둘째, 문재인케어의 핵심 정책수단인 예비급여 제도는 제약/의료기기, 민간보험 자본의 이해를 거스르지 않는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이는 보험재정 낭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문재인케어에 대해 보다 면밀히 분석하고 비판할 필요가 있다. 셋째, 문재인케어가 문재인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을 대표하면서 각종 규제 완화 및 의료민영화 정책이 가려지고 있다.

올해는 앞서 언급했던 모든 규제 완화 정책에 대한 강력한 반대운동이 절실한 때다. 하지만 정부가 문재인케어를 통해 보건의료 개혁의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대안적 보건의료체계를 요구하는 운동도 꼭 필요하다. 현재 상황에서 보건의료운동의 시의적절한 요구 과제는 공급체계 중심 공공의료 강화다. 문재인정부는 의료공급체계 관련해서는 실효성 있는 대책을 못 내고 있다. 메르스 후속 대책으로 2016년부터 운영된 의료전달체계 개선 협의체의 최종 권고문은 의료계와의 합의에 사실상 실패했다.

현재 한국 의료공급체계의 과제는 공공의료의 역할 정립과 확대, 의료전달체계 확립이다. 문재인 정부는 “의료공공성 확보 및 환자 중심 의료서비스 제공”을 국정목표로 하고 있다. 주요 내용은 4개다. 첫째, 2020년까지 1차 의료기관과 대형병원의 역할 정립을 유도할 수 있는 건강보험 수가구조 개편방향 마련(2019년부터 환자 의뢰-회송 본 사업 시행 및 진료권역별 정보교류시스템 구축). 둘째, 2022년 의료 취약지에 300병상 이상 거점 종합병원 확충으로 취약지 의료 수준 제고(2019년 공중보건장학제도 시범사업 실시). 셋째, 2022년까지 응급의료 전용 헬기, 소아전문응급센터, 재활병원, 권역외상센터 확대, 심혈관센터 지정설립 등 환자중심 응급의료체계 구축. 넷째, 2022년까지 중앙·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 설치다.

의료전달체계 개혁, 의료양극화 해소(의료취약지 거점 종합병원 확충)라는 방향성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민간병원이 확대되고, 의료전달체계가 왜곡되어온 역사적 과정과 그로 인해 형성된 관습과 문화를 고려하면 현재 계획은 너무 소극적이다. 임기 중반인 2020년에 “방향을 마련”하는 수준이며, 임기 말인 2022년 목표로 한 계획이 대다수다. 신종전염병 창궐 빈도가 높아지고, 해외출입국자 수가 연일 증가하는 현재, 임기 내에 또다시 메르스 사태와 같은 참사가 생기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보건의료운동은 공공의료기관 확충·강화 및 공공의료네트워크 강화를 위한 법제도 정비를 장기적 과제로 가져가야 한다. 이에 따라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과제를 제안한다. 첫째, 공공병원을 중심으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전면 도입해 모범사례를 만들어 민간병원을 선도하도록 요구한다. 둘째, 통합적 공공보건의료정책 수립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공공의료기관의 컨트롤타워를 단일화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끝으로 현재 사회서비스공단 공약이 후퇴될 위기에 있으므로 이를 엄호하면서 공공의료공단 요구로 확대될 수 있도록 연대해야 한다.

노동시간 단축하여 과로사를 추방하자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노동계의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는 노동시간 단축이다. 노동시간 단축에 있어 사회적 공감대를 확산시키는 주요 축 중의 하나가 과로사 문제다. 작년 넷마블을 비롯한 게임업계 노동자의 과로사, tvN <혼술남녀> PD의 과로자살, 집배 노동자들의 과로와 과로자살, 운수 노동자들의 과로사 등 연속적인 죽음에 직면했다. 버스기사 졸음운전 사고로 인해 ‘과로버스’가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노동조합, 시민단체 등이 함께 모여 과로사OUT 공동대책위원회가 9월에 출범했다. 대책위는 59조 특례 폐기와 공휴일 유급휴일 법제화 요구 등의 투쟁을 지금까지 이어나가고 있다.

현재까지 집중했던 이슈는 ‘공휴일 법제화’, ‘특례업종 폐지’였으나 ‘공휴일 법제화’는 아직 이슈파이팅이 더 많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례업종 폐지’는 52시간제와 중복할증 등의 문제로 많이 잊혀졌다. 특례업종을 규정한 근로기준법 59조 폐기는 반드시 달성해야 할 목표이기 때문에 상반기에 운동진영의 힘을 집중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로사에 대한 근로감독을 추동하고, 현장개선 투쟁을 더욱 폭넓게 진행하기 위한 계획이 필요하다.

또한 문재인 정부는 생명안전에 대한 정책기조를 강하게 제시하면서, 2017년 8월에는 ‘중대 산업재해 예방 대책’을 발표하는 등 산업재해 문제 해결을 중요한 사업과제로 두고 있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와 노동·안전 단체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던 사항들이 반영되어 산재보상 및 예방과 관련된 제도 변화가 2018년 상반기에 대대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노동자 운동은 이런 제도 변화에 대응하면서 현장 투쟁을 활성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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