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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병원 잠복결핵 관리 엉망' 지적한 기사·국감자료가 황당한 이유[뉴스&뷰] 올해 처음으로 의료기관 잠복결핵 감염 검진 실시…다른 집단시설·일반인 양성률보다 낮은 수준
이미지 출처: KBS 뉴스 보도화면 갈무리.

[라포르시안] 『5대 병원 ‘잠복 결핵’ 관리 엉망…의료진 수백명씩 ‘양성’ 첫 확인 』

지난 20일자로 한 공중파 방송 뉴스가 보도한 기사 제목이다.

이 기사는  '빅5'로 불리는 서울의 5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을 대상으로 잠복결핵감염 검사를 실시했더니 양성 판정을 받은 인원이 상당히 많다는 내용이다.

기사 제목만 보면 상당히 자극적이다. 유명 대학병원에서 의료진 수백명이 잠복결핵에 감염된 상태인데 관리가 엉망이라고 하니.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 기사는 여러 측면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 해당 기사는 국민의당 최도자 의원이 올해 국정감사를 앞두고 피감기관인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근거로 한다.

최도자 국민의당 의원은 21일자로 주요 대형병원의 잠복결핵 관리 문제를 지적하는 보도자료를 냈다.

 

최도자 의원은 21일자로 '의료기관 종사자의 잠복결핵 감염 심각하다'는 제목의 국감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최도자 의원이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제출받은 국감 자료에 따르면 ‘5대 병원 의료기관 종사자 잠복결핵검진 추진 중간결과’ A병원의 검진인원 중 28.14%(591명)가 잠복결핵감염 양성으로 판정됐다.

B병원은 잠복결핵 감염 검진인원의 20.96%(114명), C병원은 14.25%(527명), D병원 13.98%(279명) 등이었다. 나머지 한 곳인 E병원은 자체 검진 중으로 오는 12월 완료될 예정이라 양성 판정을 받은 비율이 확인되지 않았다.

최도자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환자를 상대하는 의료인들의 잠복결핵감염은 일반인들의 감염보다 더 주의깊게 관리돼야 하지만 아직 실태파악도 안되고 있다”며 “검진 대상기관의 장에게만 맡겨놓을 것이 아니라 정부가 책임지고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표 출처: 최도자 국민의당 의원 보도자료.

보도자료 내용만 놓고 보면 의료기관이 의료진의 잠복결핵 감염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환자를 상대하는 의료인이란 점에서 잠복결핵 감염 관리의 필요성이 큰 건 사실이지만 잠복결핵 감염 양성률이 5대 병원에서 유난히 높다거나 관리가 엉망이라고 지적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우선 의료기관 종사자를 대상으로 잠복결핵 감염 검진은 지난해부터 처음으로 의무화가 이뤄졌다. 잠복결핵이 증상이나 전파 가능성은 없지만 면역력이 떨어지면 활동성 결핵으로 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작년에 '결핵예방법'을 개정하면서 의료기관·학교·영유아시설 등의 집단시설 종사자에 대한 결핵·잠복결핵 검진을 의무화했다.

결핵예방법 및 관련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의료기관의 장은 종사자에 대해서 매년 결핵검진을 실시하고, 잠복결핵 감염 검진은 의료기관에 소속된 기간 중 1회 실시토록 했다. 다만 고위험군은 매년 잠복결핵감염 검진을 실시토록 규정했다.

잠복결핵 감염 검진 의무화에 따라 복지부는 올해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중 고위험부서에서 근무하는 보건의료인 약 12만명분의 검진사업 예산을 확보했다.

올해에는 빅5를 비롯한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종사자 중 고위험부서 근무자를 대상으로 잠복결핵감염 검진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번에 최도자 의원이 낸 보도자료는 올해부터 처음 실시된 잠복결핵감염 검진사업을 통해 확인된 일부 의료기관의 검사 결과이다.

그렇다면 빅5 병원의 잠복결핵 감염 검진에서 병원 한 곳당 많게는 500여명, 적게는 200여명의 양성 판정자가 나온 결과는 크게 우려해야 할 일일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잠복결핵 감염 검진을 의무화 한 다른 집단시설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라고 볼 수도 있다.

표 출처: 질병관리본부

질병관리본부가 지난 6월 공개한 집단시설 종사자 대상 잠복결핵검진 추진 중간결과 자료를 보면 의료기관의 양성률은 다른 시설보다 더 낮았다.

중간결과 자료에 따르면 잠복결핵 감염 검진 의무화 집단시설 중 의료기관은 올해 6월 8일까지 6만792명이 검진을 받았고 이 중 1만1,214명(18.4%)이 잠복결핵 양성으로 판정받았다.

어린이집은 4만3,551명이 검진을 받았고 9,116명(20.9%)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사회복지시설은 2만3,276명이 검진을 받았고, 양성 판정을 받은 인원은 6,926명(29.8%)으로 집계됐다.

잠복결핵 감염 검진이 의무화 된 집단시설 종사자의 양성 판정률은 평균 21.4%였다.

일반인의 잠복결핵 감염 양성률은 이보다 훨씬 더 높았다.

'2015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 중 약 1/3인 73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잠복결핵 검사에서 감염 양성률이 36.8%로 나타났다. 집단시설 종사자의 감염 양성률보다 훨씬 높은 편이다.

이번에 최도자 의원이 공개한 자료는 의료기관 내에서 감염 등의 위험이 높은 호흡기내과 외래 병동, 기관지내시경실, 결핵균검사실, 폐기능검사실 등에 근무하는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실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무엇보다 올해 처음으로 의료기관 등 집단시설에서 잠복결핵 감염 검진이 의무화 됐는데, 이런 식으로 잠복결핵 감염 양성률을 공개해 '관리 부실' 등으로 몰아가면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정기적인 결핵검진을 통해 환자를 적극 치료하고, 잠복결핵 감염자를 파악해 관리함로써 결핵 문제를 해결하려는 접근이 필요하다

정부가 집단시설 종사자를 대상으로 잠복결핵 감염 검진을 의무화 한 건 결핵으로부터 영유아와 학생을 보호하고, 병원 내 감염을 사전에 예방하겠다는 취지인데 이렇게 '관리 부실' 등으로 몰아가는 건 그러한 취지를 왜곡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게다가 의료진은 결핵감염에 노출될 위험이 높은 환경에서 근무한다는 점을 감안하지 않고 의료인 결핵 감염 환자가 발생하면 대부분 의료기관의 감염관리 부실로 몰아가기 일쑤였다. <관련 기사: 병원비 받으려 결핵 사망자를 4시간 응급실에 방치?…상식 밖 엉터리 기사들>

이렇게 의료기관에 책임을 전가하기보다는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지원정책을 펴서 의료기관이 결핵 감염 예방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잠복 결핵 관리 엉망'이라는 기사나 '의료기관 종사자의 잠복결핵 감염이 심각하다'고 지적한 국정감사 보도자료는 상당히 우려스럽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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