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외국인 결핵 신환자 2000명 넘어서...정부, 뒤늦게 외국인 결핵관리 강화 나서

[라포르시안]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결핵 발생률' 1위 국가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데 외국인 결핵환자 유입마저 크게 증가하고 있어 보다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특히 전세계 공중보건을 위협하는 요소로 꼽히는 2개 이상 항결핵약제에 내성을 보이는 '다제내성 결핵' 같은 난치성 결핵환자가 건강보험 혜택을 받아 치료비 부담을 줄이려는 목적으로 국내에 입국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결핵환자 신규 발생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1년 0.4%에서 2011년 2.5%, 2016년 6.9%로 증가했다.

새로 신고된 외국인 신환자 수는 2015년 1,589명에서 2016년 2,123명으로 늘었다. 내국인 결핵 신환자 수가 감소하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다제내성 결핵환자 중 외국인의 비중도 2011년 4.5%에서 2016년 20.5%로 급증해 외국인 결핵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주목할 대목은 다제내성 결핵과 같은 난치성 결핵환자가 의료혜택 목적으로 입국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르면 외국 국적자라도 3개월간 국내에 머물며 지역건강보험 평균 보험료 8만원을 내면 국내 건강보험가입자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외국 국적자가 국내 건강보험가입자 자격을 얻게 되면 결핵 치료시 병원비의 5%만 부담하면 된다.

실제로 질병관리본부의 2014년 결핵전문병원 외국인 환자 표본조사(134명) 결과에 따르면 의료혜택을 목적으로 한 입국사례가 28%(38명)로 나타났다.

여기에 입국 후 3개월 이내 결핵 진단을 받은 사례도 18%(24명)나 됐다. 이런 수치는 의료혜택을 목적으로 입국한 외국인 결핵환자가 적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부터 국회 국정감사를 통해 보다 외국인 결핵환자 유입에 따른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2013년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당시 새누리당 김명연 의원은 "한국은 결핵환자에 대해 국내 입국을 제한할 수 있는 규정이 없어 해외유입 결핵으로부터 무방비 상태"라며 "우리 국민을 결핵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국내에 입국하는 외국인은 입국 전에 결핵검진결과를 도출토록 하고 감염의 우려가 있다고 진단되면 외국인도 강제격리입원치료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과 영국 등의 국가에서는 앞서부터 결핵 고위험국 국민을 대상으로 결핵환자 유입을 막기 위한  관리를 강화해 왔다.

미국은 결핵발생률이 인구 10만 명당 20명 이상인 국가의 국민이 장기체류 또는 이민 신청 시 미국 대사관이 지정한 의료기관에서 수행한 결핵검사결과 제출을 요구하고, 전염성결핵의 경우 입국을 불허하고 있다. 

영국 역시 한국을 포함해 인구 10만 명당 40명 이상 결핵이 발생하는 67개국을 대상으로, 6개월 이상 장기 체류신청자 중 결핵 환자는 완치 시까지 입국을 불허하고 있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결핵 발생 및 사망률 1위 국가임에도 외국인 결핵환자 유입을 방치하다가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법무부는 작년 3월부터 결핵 고위험국 국민이 국내에 3개월(91일) 이상 체류할 목적으로 비자신청 시 재외공관 지정병원에서 결핵검사를 의무화했다. 결핵 환자는 완치 판정을 받을 때까지 비자발급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자료 출처: 질병관리본부. 표 제작: 라포르시안
자료 출처: 질병관리본부. 표 제작: 라포르시안

복지부는 외국인 결핵환자가 2015년 1,589명에서 2016년 2,123명으로 33% 이상 증가한 이유를 엉뚱하게 해석했다.

복지부는 "2016년에 외국인 결핵 신환자가 크게 증가한 것은 지난해 3월부터 해외 유입 결핵환자에 대한 강도 높은 대책이 시행된 이후 외국인 결핵환자 발견 증가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거꾸로 해석하면 결핵 고위험국 국민을 대상으로 결핵검사 의무화 조치를 취하기 전에도 많은 외국인 결핵환자가 유입됐지만 확인조차 못했다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미국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등의 국가는 앞서부터 결핵 고위험국 국민이 3~6개월 이상 장기체류를 신청할 경우 비자발급 단계에서 결핵검진 결과를 확인하는 정책을 시행해 왔다"며 "그런 점에서 보면 OECD 결핵 발생률 1위 국가인 한국에서 너무 뒤늦게 대응에 나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