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포르시안] 전남대병원이 결핵을 앓다가 숨진 환자의 시신을 4시간 넘게 응급실에 방치했다는 보도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감염 전파 우려가 있는 결핵 환자였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병원비 수납 때문에 시신을 영안실로 옮기는 것을 지체하는 등 돈 때문에 감염병 환자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가장 먼저 이 사건을 보도한 연합뉴스 기사에 따르면 지난 23일 오전 7시 광주 북구 유동 골목길에 쓰러져 있던 50대 남성 A씨를 이웃주민 B씨가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이후 A씨는 7시 30분경 전남대병원 응급실로 도착해 약 30분간 심폐소생술을 받았지만 결국 숨을 거뒀다.

이 사건을 담당한 광주 북부경찰서 담당자에 따르면 당시 쓰러져 있던 A씨를 발견하고 구급대와 함께 병원까지 동행했던 B씨가 119구급대와 응급실 의료진에게 A씨가 결핵 환자라는 사실을 밝혔다고 한다.

경찰도 A씨가 결핵 환자라는 사실을 의료진에 밝히고 감염 우려 때문에 시신을 영안실로 옮길 것을 요구했지만 병원 측에서 수납 등 관련 절차를 이유로 이를 거부하고 4시간 넘게 응급실에 방치했다는 것이다.

이 기사가 나간 이후 국립대병원인 전남대병원이 병원비 때문에 감염성 질환인 결핵을 앓다가 숨진 환자의 시신을 영안실로 옮기지 않고 4시간 넘게 응급실에 방치했다는 식의 보도가 잇따랐다. 병원의 감염병 관리시스템이 허술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전남대병원 결핵의심 사망자 관련 보도된 기사 리스트

"결핵 환자란걸 알았다면 마스크도 쓰지 않고 30분간 심폐소생술을 했겠나"

반면 전남대병원은 보도된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병원 측은 공식 입장을 담은 자료를 내고 "진상 조사를 펼친 결과, 사망 환자가 결핵환자였다는 사실은 언론에서 보도한 8시30분경이 아닌 그 보다 3시간 정도가 지난 11시30분~50분 사이에 인지하게 됐다"며 "뒤늦게 (결핵 환자였다는)사실을 접하게 된 이유는 환자의 보호자들과 접촉이 늦어졌으며, 또한 환자 주민번호 등 개인적 사항을 전혀 알 수 없어 확인하는 과정이 상당 시간 소요됐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병원은 또 "의료진이 결핵환자에 대한 정보를 초기에 접했다면 바로 그에 맞는 조치를 취했을 것이며, 의료진 또한 다른 환자와 본인들의 보호를 위해 마스크 착용 등의 조치를 취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런 정보를 접하지 못했고, 또한 환자는 이미 사망했기 때문에 평소와 같은 진료를 펼쳤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사망자의 보호자가 나타나지 않은 상황에서 병원이 임의로 결정해 시신을 영안실로 옮길 경우 나중에 유족으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우선 보호자를 수소문해 연락을 취했다는 것이다. 

병원은 "환자가 결핵을 앓았다는 정보는 이날 오전 11시50분 쯤 간호사가 경찰과 전화 통화 과정에서 알게 됐다"며 "당시 통화는 간호사가 사망자 아들과 통화 후 사망자 영안실 안치에 대해 유족인 아들의 동의를 얻었다는 내용을 전달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특히 쓰러진 A씨를 발견하고 119구급대에 신고한 후 함께 병원까지 동행했던 마을주민 B씨가 119구급대와 응급실 의료진에게 A씨가 결핵 환자였다는 사실을 밝혔다는 주장이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 병원 법무팀 관계자는 지난 26일 라포르시안과의 통화에서 "B씨가 처음에는 의료진과 119구급대에 A씨가 결핵 환자라는 점을 다 이야기했다고 했는데 나중에 다시 물어보니 119구급대에 이야기를 했는지 안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며 "또 의료진한테 (결핵 환자였다는 사실을)이야기 한 것도 나중에 수납할 때 했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북부경찰서 담당자도 통화에서 23일 오전 10시30분에서 40분경 의료진에게 A씨가 결핵 환자였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를 고려해 보면 B씨가 119구급대와 의료진에게 A씨가 결핵 환자였다는 사실을 밝혔는지, 밝혔다면 언제쯤 이야기를 했는지 명확하게 확인이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만일 B씨가 119구급대와 의료진에게 A씨가 결핵 환자였다는 병력을 밝히지 않았다면 전남대병원이 4시간 넘게 감염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신을 응급실에 방치했다는 기사는 사실관계가 틀린 보도가 되는 셈이다.

관할구청 병원비 지급보증 후 영안실로 옮겼다는 지적도 사실과 달라병원 측이 23일 정오가 다 돼서야 관할 구청 사회복지사의 결핵 환자 확인과 병원비 지급보증 약속을 받고 시신을 영안실로 옮겼다는 보도 내용도 사실과 달랐다.  

광주시 북구 임동주민센터 담당자는 26일 라포르시안과의 통화에서 "23일 오전 10시가 넘어서 북부경찰서 담당자로부터 기초생활수급자인 A씨 아들과 연락이 안돼 검안비 등의 비용지급 확인이 안되기 때문에 동사무소에서 지급보증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그때 A씨가 결핵 환자였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 그리고 낮 12시경 전남대병원 응급실 담당자와 통화가 됐고, 아들과 연락이 돼 영안실로 옮겼다는 내용을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생각해 봐야 할 대목은 전남대병원 의료진이 A씨가 결핵 환자였다는 점을 일찍 확인했을 경우 감염 우려가 있는 시신(게다가 A씨는 비활동성 결핵으로 감염 우려가 없었던 것으로 판명)을 병원비 수납 등의 이유로 영안실로 옮기지 않고 응급실에 그대로 둘 이유가 없다는 점이다.

이 병원 응급실에 근무하는 한 의료진은 지난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시 상황을 상세히 설명하는 글을 올려 결핵 환자 시신 방치를 보도한 기사가 어느 한쪽의 일방적 주장만 듣고 보도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함께 온 친척 동생이라는 사람에게 병력을 청취했다. 하지만 환자가 당뇨가 있다는 것 외엔 알아낼 수 없었다. ‘심장이 멎은 채 발견된 환자이고, 과거력으로 당뇨를 앓고 있었다’ 이것이 우리가 알아낸 전부였다"며 "결핵을 앓고 있는 환자가 오면 의료진이 가장 먼저 스트레스를 받는다. 전염에 대한 대처를 하지 않고 환자를 직접 대면 할 의사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제로 30분간 마스크조차 쓰지 않고 심폐소생술을 했다. 심지어 전공의는 그 상태로 기관 삽관까지 했다. 호흡기 감염의 위험이 있는 걸 알면서도, 최소한의 보호장구조차 사용하지 않은 채 그럴 수 있을까"라며 "사망 선고를 내린 이후에도 우리는 그 공간에서 계속해서 일을 했고, 특별히 마스크를 쓴 사람은 없었다. 그 환자가 결핵을 앓은 것을 누구도 몰랐다"고 말했다.

상식선에서 판단할 때 당시 그 일이 이런 논란을 일으킬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심정도 밝혔다.

그는 "23일 낮 12시경 보호자가 최초로 연락돼 통화를 했고, 환자가 응급실에 오게 된 경위, 응급실에서 시행한 처치, 사망진단서에 기입하게 될 내용을 전화로 설명한 후 아들의 구두 동의를 바탕으로 환자를 영안실로 옮겼다"며 "사체를 영안실로 옮기는 일련의 과정을 막 마쳤을 때 담당 간호사가 근심스런 표정으로 '방금 경찰관하고 통화했는데, 환자가 결핵인거는 알고 있냐며 기자가 알고 와 있다'고 했다고 들었다. 그때 처음으로 환자가 ‘결핵’ 병력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었고, 나는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상식이 있는 기자라면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기사를 쓸리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생각과 달리 상식 밖의 일이 벌어진 셈이다. 사실관계가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기사가 나갔고 병원과 의료진은 돈벌이에 눈이 멀어 감염 우려가 있는 시신을 응급실에 방치한 파렴치한인 양 비춰줬다.

한편 이 사건을 담당한 광주 북부경찰서 관계자는 지난 26일 오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해당 사건 담당자가 오늘 근무를 쉬는 날이라 통화를 할 수 없다"며 "다만 당시 보도기사는 기자가 관련 내용을 확인하고 작성한 게 아니겠냐"는 입장을 보였다.

취재와 보도기사, 해명자료 등을 바탕으로 구성한 결핵 사망자 응급실 방치 사건의 주요 쟁점에 대한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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