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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케어보다 '보건의료발전계획' 수립이 더 급하다보건의료기본법 제정 이후 19년째 부재...공급자 중심 단절적·분절적 공급체계 개편해야

[라포르시안] 문재인 정부의 보건의료정책 방향성 설정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오늘(5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보건의료특별위원회 주최로 국회의원회관 제2 세미나실에서 열렸다. 

토론회에는 여당 관계자, 추무진 의협회장 등 보건의약단체장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보건의료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인사말에서 "보건의료기본법에 따르면 정부는 5년마다 보건의료발전계획을 수립해야 하지만 2000년 법 제정 이후 한 번도 수립되지 않았다"면서 "보건의료발전계획의 부재는 보건의료 정책에 대한 총체적인 접근 부족과 보건의료 부분 내 갈등 심화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권 공동위원장은 "지금은 고령사회 진입으로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는 보건의료정책의 정합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보건의료발전계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관련 기사: 문재인 정부 보건의료 정책, ‘보건의료발전계획’부터 세워야>

토론회 주제발표를 맡은 신현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새로운 보건의료 발전계획을 제안했다. 

신 연구위원은 "사회 양극화, 저정상 기조 고착, 저출산 고령화에 대비하기 위해 보건의료기본계획 수립이 필요하다. 특히 의료의 질, 접근성, 효율성 등 목표별 가치 상충 문제를 공유가치로 전환하기 위한 선순환 고리를 구축해야 한다"며 "공급자 중심의 단절적·분절적 공급체계에서 상호가치 창출을 통해 모두가 이익을 보는 시스템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한 중점추진 과제로 국민 책임과 연계한 보장성 강화 정책 추진, 공급자 책임과 연계한 질 기반 보상체계로 개선, 정부 책임과 연계한 공공성 강화를 제시했다. 

신 연구위원은 국민책임과 연계한 보장성 강화 정책 추진 방향으로 ▲건강보험 급여중심 보장성 관리에서 개인 단위 포괄적 보장성 관리(공·사보험+급여·비급여) ▲임상적 유용성(안전성·유효성) 기반 건강보험 급여 확대 관리를 건강보험 급여(목록+가격)의 전 주기적 가치평가체계 구축으로 ▲사후적 치료 중심의 보장성 추진을 생애주기별 맞춤형 보장성 강화로 ▲건강권 확대 중심의 보장성을 책임이 연계된 보장성 강화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공급자 책임과 연계한 질 기반 보상체계로 개선하는 방안으로 신 연구위원은 "행위 중심 지불제도를 가치 중심 지불제도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행 행위별수가제도는 양적 기반의 보상체계여서 공급자가 살아남기 위해 시설, 장비 등 외형적 투자를 확대하고, 투자 대비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진료량을 극대화해야 하는 악순환이 되고 있다"며 "의료의 질 향상이 수입 증가와 재정지출 감소, 환자 만족도 및 건강결과 향상으로 이어지도록 질 기반의 가치 중심 지불제도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심사·평가와 지불체계도 국민이 더 건강할수록 더 많은 이익을 얻는 보상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료전달체계 개선 방향도 내놨다.

공급자 주도의 수요 창출 방식을 환자의 합리적 선택에 기반을 둔 의료이용체계로 개편할 것을 주문했다. 

구체적으로 ▲공급자 주도 수요창출 기반을 국민의 합리적 의료이용 선택을 지원하는 요구 기반 의료이용으로 ▲공급자 필요에 의한 자율적 의료공급을 환자의 필요를 반영한 중장기 국가계획에 기반을 둔 의료공급으로 ▲의료와 복지가 분절된 병원 완결형 치료중심에서 의료와 복지가 통합된 지역사회 연결형 관리 확대로 ▲공급자 중심의 단절적·분절적 의료제공 방식에서 환자 중심의 연속적·통합적 의료이용 방식으로 전환을 제안했다.

주제발표에 이어 진행된 토론에서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보건의료발전계획 수립 때 건강 결정 요인을 참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건강 결정요인별 건강에 대한 기여율을 보면 생활습관이 40%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생물학적 요인(30%), 환경(20%) 순이지만, 개인 의료비(97.5조원)의 93%가 소요되는 의료서비스는 기여율이 10%에 불과하다"면서 "생활습관 개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각 부처로 분산된 생활습관 개선 및 환경 정책 관련 정책을 통합 조정하고, 국립대학병원 역할 전환을 통해 의료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 교수는 "민주적 절차에 따른 투명한 의사결정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면서 "국회가 중심이 되고 여러 정부 부처와 이해집단이 참여하는 논의 기구를 만들 것"을 제안했다.

병원협회는 신현웅 연구위원의 주제발표 내용에 우려를 표시했다. 

이성규 병협 기획위원장은 "정책 방향이 바람직하더라도 그 방법이 재정 효율성이나 평가 위주, 규제 중심으로 치우치는 것은 대단히 곤란하다"면서 "보건의료발전계획의 거시적 수립과 세부 정책을 마련하면서 불가능한 제도 보다는 의료계, 국민과의 논의를 통해 수용 가능한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보장성 강화 대책에 대해서도 "비정상적인 현행 저수가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이다. 비용 증가를 억제하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국고지원 증대 등의 재정 확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용민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장도 "대한민국 일차의료는 심폐소생술이 급하다"며 수가 현실화를 강조했다. 

이 소장은 "현행 의료수가는 원가의 75%에도 못 미친다. 수가를 현실화하고 유능한 일차진료 의사를 양성하는 쪽으로 수련 시스템을 개선하고 그 비용은 국가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진료의뢰 및 회송체계에 대해서도 "좀 더 불편하고 좀 더 어렵게 상급종합병원에 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데, 정치인들은 표를 의식해 그런 시스템 구축을 꺼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치과의사협회도 의료 수가 문제를 들고 나왔다. 

김홍석 치협 정책이사 겸 치과의료정책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은 "주제발표 내용에서 원가에 대한 부분이 간과되어 있다"며 "현행 저비용 고효율의 의료시스템은 의료인의 희생이 밑바탕이 됐다. 적정수가는 의료인과 국민 모두에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의사협회와 약사회는 의료정책에서 많은 부분 소외돼 있다고 불만을 표시하며 개선을 주문했다. 

김태호 한의사협회 기획홍보이사는 "장애인 주치의제도 시범사업 등에서 한의사는 배제되어 있다. 그런데 나중에 포함하려면 관련 단체 간 갈등이 유발된다"면서 의료정책을 추진하는 데 이어 관련 지자체와 의약단체, 간호단체가 포함된 거버넌스를 구성해 논의를 진행해야 하는데, 한의협은 이런 부분이 아쉽다"고 했다. 

강봉윤 약사회 정책위원장도 "명절 비상진료대책을 제외하고는 정부의 각종 보건의료정책에서 약사는 배제되어 왔다"면서 "비용절감과 접근성 향상은 파괴적 혁신에서 비롯된다. 약국이 지역 주민의 헬스케어를 관리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윤수 보건복지부 의료정책과장은 보건의료발전계획 수립 의지를 강조했다. 

정 과장은 "그간 옥상옥 아니냐는 지적이 있어서 보건의료발전계획을 세우지 못한 것은 유감이다. 이번에 일종의 교과서 같은 종합계획을 만들겠다"며 "이를 위해 예산과 조직이 뒷받침해야 하는데 기획재정부를 설득해서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 과장은 "또한 보건의료발전계획을 수립하면서 의료단체 등 각 사회 주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박진규 기자  hope11@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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