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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문재인 케어'와 적정 보험료 부담을 공론화하자
  • 김상기 편집국 부국장
  • 승인 2017.12.11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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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포르시안]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월 9일 역대 최고 수준의 재정 투입을 통해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핵심은 질환별로 점진적으로 비급여를 축소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과감하게 비급여를 전면 급여화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5년의 임기동안 총 30조6,000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보장성 강화 대책이 발표되자 언론에서는 미국 오바마 전 대통령의 '오바마 케어'에 빗대 '문재인 케어'라고 명명했다. 문재인 케어로 명명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은 발표 이후 지난 4개월 간 사회적 논란을 불러왔다.

가장 크게 반발하는 건 의료계다. 지금과 같은 건강보험 저수가 기조에서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는 곧 병원과 의사의 희생을 담보로 한 정책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주최로 서울 시내에서 1만여명의 의사가 참여하는 대규모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이전에 급여가 정상적일 수 있도록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  <관련 기사: 한국의료를 관통하는 깊고도 단단한 '착취구조',  OECD 헬스데이터가 말해 주는 건...'저비용' 구조로 왜곡된 한국의료>

사실 '문재인 케어'란 표현은 과하다. 굳이 표현하자면 '건강보험 케어'일 뿐이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1977년 의료보험제도가 도입된 이래 지난 40년간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정책이다. 특정 질환, 특정 연령대, 특정 소득계층을 중심으로 조금씩 건강보험 급여 확대를 통한 보장성 확대가 이뤄졌다. 특히 지난 2004년 노무현 정부에서 건강보험 재정의 당기수지 흑자를 기반으로 중증질환 중심의 보다 적극적인 보장성 강화 대책이 등장했다. 사실 2005년 이전까지는 건강보험 보장률이라는 구체적인 보장성 평가지표조차 없었다. 참여정부에서 보장성 확대 정책을 주요 정책으로 추진하면서 보다 계량화 한 보장률 지표가 등장했다.

지금 문재인 케어라 부르는 건 이전 정부기 추진해온 보장성 강화 정책의 연장선에 있다. 앞서 박근혜 정부 때 발표한 복지부의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계획'을 보면 비급여 의료의 특성에 따라 필수적 의료는 모두 급여화하고, 비용효과가 미흡한 비필수적 의료는 치료효과·사회적 수요를 고려해 건강보험이 비용의 일부를 지원하면서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제시했다.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의 핵심인 '의학적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와 같은 방식이다. 특히 의학적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의 중간단계로 추진하는 '예비급여'는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대책에 포함된 '선별급여'와 동일한 개념이다.  다만 보장성 강화의 목표치나 급여 확대 대상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박근혜 정부도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를 위해 필수가 아닌 비급여 진료(미용?성형 등의 일부 의료 제외)에 대해서도 본인부담률을 차등화(50~80%)해 급여화하는 선별급여제를 도입했다. 문재인 정부는 전 정부에서 4대 중증질환에 한해 추진했던 보장성 강화 대책을 모든 질환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런 정책은 이미 예고됐던 것과 다른 바 없다. 문제는 이런 적극적인 보장성 강화 대책을 추진하면서 제대로 된 사회적 논의가 없었다는 점이다. 5년간 30조원(정부 추산, 이보다 훨씬 더 많이 들 수도 있다)이 넘는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건강보험 가입자와 공급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절차가 없었다는 건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결국 건강보험제도를 중심으로 긴밀하게 얽혀있는 의료공급자와 가입자를 배제한 채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결정한 게 지금처럼 의료계의 반발을 사고 사회적 갈등비용을 유발하는 원인이다.

'촛불민심'을 등에 업고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앞선 정부와 달리 보건의료 분야에서 민주적인 보건의료정책 거버넌스를 기반으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추진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보건의료정책 결정 시스템이나 의사결정 과정은 지극히 정치적이고 관료주의적이란 지적을 받아왔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보건의료정책의 기조가 달라졌고,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가 선심성 공약으로 전락했다. 선거 때마다 표를 의식한 보장성 강화 공약을 남발했다.

이젠 달라져야 한다. 정부 주도의 통제와 관리에서 탈피해 다양한 이해당사자가 주체적으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고, 그런 경로를 통해 보건의료정책 결정이 이뤄지게끔 바꾸지 않은면 안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환자와 시민사회, 보건의료 전문가의 자발적인 참여와 연대에 기반한 정책 결정 거버넌스를 구조화 해야 한다. 올바른 방법과 경로를 통해 의사결정 과정 자체의 정의와 공정성, 합리성을 갖출 수 있도록 거버넌스를 형성하고 내재화해야 한다. 보건의료정책 결정 과정에서 민주적인 거버넌스가 구축될 때 공공의료 강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의료전달체계 개선 등의 정책이 본래 목표한 바를 달성할 수 있다. 특히 국민의 건강권 보장을 위한 정책이 정치의 수단으로 전락하거나 관료적 통제에 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마침 시민사회와 노동계로부터 '문재인 케어'의 성공적 이행 방안 논의할 사회적 대화기구를 만들자는 제안이 나왔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핵 방향을 논의하는 과정에 시민사회와 국민은 없고, 정부와 의료계의 대립과 갈등만이 부각되고 있다는 문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의료계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적정부담, 적정급여, 적정수가' 체계로의 전환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복지부도 더는 보장성 강화대책 이행 일정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 올 연말까지 중요한 이행 로드맵을 발표하겠다고 성급하게 서두를 일이 아니다. 조금 늦더라도 보장성 강화 대책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의료계를 비롯해 국민, 시민사회, 정부가 함께 논의할 수 있는 공론화 데이블을 열자.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같은 형식도 나쁘지 않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나 의료정책 결정을 놓고 어디서 반발하거나 문제가 터지면 그쪽만 얼기설기 대충 손보고 넘어가는 식의 정책 추진이 지금과 같은 의료체계 왜곡을 키웠다. 이참에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적정 보험료 부담에 대해서도 공론화 하자.  보장성 강화를 추진하는 데 '보험료 부담을 최소화 하겠다'는 정부의 말은 앞으로 무책임하다. 저급여에서 적정급여로 보장성을 강화하려면 당연히 보험재정이 더 많이 들 수밖에 없다. 가입자가 보험료를 더 부담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한국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소득 대비 건강보험료 부담이 상당히 낮은 편에 속한다. 적정 급여화를 위해 누구에게, 얼마나 더 부담을 지울 것인지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일단은 보장성 강화의 우선순위 기준 수립과 보험재정 확충을 위한 적정 보험료 부담을 논의할 공론화위원회부터 시작하면 어떨까 싶다.  

김상기 편집국 부국장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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