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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보건의료기본법은 어겨도 괜찮은가?…복지부에 묻는다
  • 김상기 편집국 부국장
  • 승인 2017.05.17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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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포르시안] '이 법은 보건의료에 관한 국민의 권리·의무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정하고 보건의료의 수요와 공급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보건의료의 발전과 국민의 보건 및 복지의 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보건의료기본법' 제1조에 명시된 제정 목적이다. 이 법은 지난 2000년 1월 제정돼 같은 해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기본법이란 법률 명칭에서 짐작하듯이 이 법은 헌법에서 규정한 기본권으로서의 건강권 및 국가의 건강권 보호의무를 보다 구체화했다. 법의 기본이념도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하고 국민 개개인이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제도와 여건을 조성하며, 보건의료의 형평과 효율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삼았다. 요약하면 국민의 건강권 보장이 가능한 의료체계 수립을 위해 국가가 해야할 의무를 규정한 법이다. 

보건의료기본법의 골자도 국민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 각 정부부처의 보건의료기능에 대한 종합· 조정기능을 강화하고, 체계적인 보건의료정책 수립· 시행체계를 마련해 보건의료제도의 효율적인 운영과 국민보건을 향상하는 데 뒀다. 이러한 법제정 목적을 달성하는데 가장 중요한 관련 규정이 바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의'의 심의를 거쳐 5년마다 '보건의료발전계획'을 수립토록 한 것이다. <보건의료기본법 전문 바로 가기>

보건의료발전계획에는 ▲보건의료 발전의 기본 목표 및 그 추진 방향 ▲주요 보건의료사업계획 및 그 추진 방법 ▲보건의료자원의 조달 및 관리 방안 ▲지역별 병상 총량의 관리에 관한 시책 ▲보건의료의 제공 및 이용체계 등 보건의료의 효율화에 관한 시책 ▲중앙행정기관 간의 보건의료 관련 업무의 종합·조정 ▲노인·장애인 등 보건의료 취약계층에 대한 보건의료사업계획 등을 포함토록 하고 있다.

그런데 보건의료기본법의 핵심이나 마찬가지인 이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법이 시행된 지 올해로 16년째 접어들었지만 정부는 지금까지 제대로 된 '보건의료발전계획'을 수립한 적이 없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2010년 이후부터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초 이 법에서는 국무총리 산하에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두도록 했다. 위원회의 위원장은 국무총리가 맡고, 보건복지부 장관이 부위원장을 맡는 구조였다. 그러다 지난 2010년 법이 개정되면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가 보건복지부 산하로 이관된 이후부터 위원회 구성을 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보건의료기본법은 유명무실한 상징적인 법률로 전락했다. 벌써 수년째 이런 상태임에도 누구도 문제 삼지 않고 있다.

현재 국내 보건의료체계는 갖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우선 국가 차원의 종합적인 보건의료체계 발전 방안이 부재했다. 전체 의료기관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민간의료기관의 경영적 판단에 기반해 의료공급이 이뤄져 왔다. 그러다 보니 지역별 의료자원 쏠림현상과 건강형평성 문제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의료전달체계 정립은 난망한 상황이고, 보건의료인력 수급 불균형 문제도 심각하다. 개별 의료기관의 경영 전략에 따라 병상을 늘리고, 의료인력을 확충하다 보니 지역별, 병원별 의료자원의 양극화가 점점 심해진다. 환자로 치면 심각한 복합만성질환 상태다. 이대로 가면 인구고령화와 맞물려 의료시스템의 붕괴가 올지도 모른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상황이 이런데도 복지부는 문제의 심각성을 잘 모르는 듯하다. 최근 논란이 된 의사, 간호사, 약사 등 보건의료인력 중장기 수급 전망 연구결과가 이를 방증한다. 부실한 연구는 둘째 치고 순서가 잘못됐다. 먼저 보건의료발전계획을 수립해 의료체계의 발전 방향과 목표를 설정한 다음 그에 맞춰 보건의료인력 수급 전망을 수립해야 한다. 중장기 의료계획도 없이 의료인력 수급 전망을 하는 건 황당한 일이다. 지금의 부실한 의료체계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하나 싶다.

지역별 보건의료인력과 의료시설 수급 불균형 문제만 해도 그렇다. 보건의료기본법에는 국가와 각 지자체가 보건의료자원의 장·단기 수요를 예측해 보건의료자원이 적절히 공급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우수한 보건의료인력의 양성을 위해 교육 등 필요한 시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규정해 놓았다. 국가가 의료자원이 적정하게 분배될 수 있도록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다. 그동안 정부는 지역간 의료양극화 문제가 마치 민간의료기관에 의해 형성된 의료시장의 문제인 것처럼 바라보고 적극 개입하지 않았다. 책임을 방기한 채 오히려 방관자 노릇을 했다. 

앞서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를 앞세워 보건의료 분야에서 국민의 주머니를 털어 기업의 새로운 돈벌이를 마련해 주려고 갖은 애를 썼다. 이를 위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규제프리존특별법이니 하는 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서는 기업이 아닌 국민의 건강권을 위해 보건의료기본법이 그 제정 목적을 구현할 수 있도록 애써야 한다. 국민의 건강을 보호·증진하기 위해 보건의료의 수요와 공급에 있어서 국가가 큰 틀의 보건의료발전계획을 세우고, 그에 필요한 의료자원이 확보될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지려고 노력할 때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내건 '나라를 나라답게'에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된다. 부디 '보건의료기본법'을 충실히 준수하길 바란다.

김상기 편집국 부국장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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