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건보진료 34조 중 65세이상 진료비 13조5천억..."의료체계 전면 개편해야"

[라포르시안] 올 상반기 중 건강보험 진료비가 34조원에 육박해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9%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진료비 증가율이 둔화됐다고는 하지만 전체 진료비에서 65세 이상 노인진료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40%에 육박할 정도로 커졌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추진으로 중증치매 환자의 본인부담률 인하를 비롯해 틀니와 임플란트 급여 확대, 노인 외래정액제 개선 등의 정책이 본격 추진되면 진료비 증가는 더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만큼 노인의료비 증가를 효율적으로 억제할 수 있게끔 의료체계 개편 필요성이 높아졌다. 지금과 같은 상황을 방치하면 오는 2030년 이후에는 국가의 모든 자원을 노인들의 병원 입원비나 요양 수발비용에 사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30일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17년 상반기 진료비를 분석해 공동으로 작성한 ‘진료비 통계지표’와 ‘건강보험 주요통계’에 따르면 2017년 상반기 건강보험 진료비는 33조 9,859억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조 8,604억원(9.2%)이 늘었다.

올 상반기 건강보험 진료비 중 공단이 요양기관에 지급한 급여비(공단부담금)도 전년보다 2조 1,278억 원이 증가한 25조 3,68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2% 증가세를 기록했다.

진료형태별 진료비 증가율은 외래 9.9%, 입원 9.5%, 약국 7.3% 순이었다.

요양기관 종별로 진료비 증가율은 치과병원이 27.0%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치과의원 23.1%, 한방병원 16.1%, 종합병원 13.5%, 요양병원 11.0%, 의원급 10.4% 순으로 나타났다. 치과 병의원의 진료비 증가율이 높은 건 노인의 틀니와 임플란트 등의 건강보험 급여가 확대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진료비를 요양기관 수로 나눈 기관당 진료비 증가율은 치과의원 20.3%, 치과병원 19.8%, 병원 12.4% 순이었다.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이른바 서울의 '빅 5'로의 환자쏠림현상은 여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빅5 병원의 올 상반기 총 급여비는 1조 4,518억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2.2% 증가했으며, 전체 의료기관에 지급된 급여비의 7.3%를 차지했다. 42개 상급종합병원에 지급된 급여비에서 빅5 병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35.8%에 달해 전년도 같은 기간의 33.5%와 비교해 2.3%p가 늘었다.

표 출처: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표 출처: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무엇보다 심각한 건 노인진료비 증가율이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 65세 이상 건강보험 적용인구는 665만 명으로, 적년 상반기(633만명)와 비교해 약 32만명이 늘었다.

상반기 중 65세 이상 노인인구의 총 진료비는 13조 5,689억 원으로 전체의 39.9%를 차지했다. 작년 상반기와 비교해 전체 진료비 증가율은 9.2%이지만 65세이상 인구의 진료비 증가율은 13.5%로 훨씬 더 높았다.

노인의 1인당 월평균 진료비는 34만4,238원으로 전체 평균(11만1,487원)보다 3배 이상 더 많았다.

이런 경향은 연령대가 높이질수록 더 심화됐다.

올 상반기 1인당 진료비는 평균 67만 1,587원(연간 환산 134만 3,174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8.72% 증가했다.

연령별로 보면 60대의 1인당 진료비는 124만6,101원으로 전체 1인당 평균 진료비의 약 1.8배였지만 70세 이상 연령대의 1인당 진료비는 222만 6,937원으로 전체 1인당 진료비의 3.3배 수준에 달했다.

"의료체계, 병원 중심서 지역사회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편 이런 식으로 노인진료비 증가율이 계속 이어지면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본격적인 후기고령자에 진입하는 2030년부터 노인의료비 증가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건강복지정책연구원은 건보공단의 연구용역 의뢰를 받아 일반물가수준과 건강보험 노인가입자 수, 건강보험 수가, 1인 진료량(1인 진료일수 및 1일 진료강도) 증가율 예상치를 연동해서 노인의료비 부담이 얼마나 커질지 예측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 결과를 담은 '고령사회를 대비한 노인의료비 효율적 관리방안'이란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의 건강보험 의료비는 2015년 22.2조원에서 2030년에는 91.3조원으로 4.1배 증가한다. 같은 기간 노인 1인당 건강보험 의료비는 357만원에서 760만원으로 2.1배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런 상황에 직면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국가 차원의 보건의료발전계획을 수립해 실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난 2000년 제정된 '보건의료에 관한 기본법'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장관은 관계 중앙행정기관의장과의 협의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보건의료발전계획을 5년마다 수립해야 한다. 하지만 보건의료발전계획 수립과 실행이 지금까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연구원은 "노인의료비 관리를 위해서 가장 선행되어야 할 정책은 보건의료발전계획 수립에 있다"며 "의료계획이 없다보니 의료체계의 발전 방향을 알 수 없는 개별 의료기관은 자신들의 경영적 판단에 의해 의료공급시장에 참여하게 되고, 의료공급의 적정성이 유지될 수 없는 문제가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체계를 지역사회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방향 아래 의료인력을 비롯한 자원수급계획, 인력양성계획, 시설계획, 재정계획을 새로 설계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렇지 않고 지금과 같은 병원 중심의 의료체계를 유지한다면 2030년대가 지나면 우리 사회의 모든 자원을 노인들의 병원 뒷바라지에 다 쏟아 부어야 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고령화시대에 노인들에 대한 의료비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노인인구 비율이 20%가 되는 2025년 이후부터는 노인의료비 문제로 국가의 재정부담이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라며 "현재와 같은 '병원중심 의료체계'를 고수할 경우 노인의료비 관리는 불가능해져 2025년 이후에는 노인 계층의 '의료난민', '돌봄난민' 문제에 봉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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