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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중심서 지역사회 중심 의료체계로...'의료지역화'로 간다복지부, 지역사회 중심 보건복지 체계 전환 다양한 정책 추진..."보건의료발전계획 먼저 수립해야"

[라포르시안] 앞서 박근혜 정부의 보건의료 분야 정책 모토는 '의료세계화'였다. 국내 병원으로 해외환자를 유치하고, 병원시스템을 해외에 수출하는 데 상당한 비중을 뒀다. 대형병원과 산업체를 중심으로 한 일자리 창출과 산업화 정책을 계속 쏟아냈다.

박근혜 정부의 의료세계화 정책을 상징하던 게 바로 '원격의료 활성화'였다.

전국 어디에서나 지리적 접근성에 제한없이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미명 아래 의사-환자간 원격의료 활성화를 밀어붙였다. 이 정책은 관련 산업체와 대기업을 위해서 새로운 헬스케어 사업 시장을 열어주기 위한 산업화 정책이었다는 의혹을 샀다.

지역간 의료자원의 수급 불균형과 건강형평성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의료세계화를 빙자한 의료산업화 정책은 한국의료를 더 왜곡시켰다는 비난이 높다. <관련 기사: [편집국에서] 보건복지부가 지난 4년간 쌓아놓은 수많은 적폐>

한국의료가 처한 현실에서 절실한 건 '의료세계화'가 아니라 오히려 각 지역별 특성에 맞는 '의료 지역화', 혹은 '의료 지방화'이다.

지역간 의료자원의 수급 불균형과 건강형평성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의료세계화를 빙자한 의료산업화 정책은 한국의료를 더 왜곡시켰다는 비난이 높다. 

연령별 인구와 만성질환 유병률, 교통수단, 의료공급자원 배치 등을 감안해 각 지역별로 최적화된 의료시스템을 공급하고, 국민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는 게 우선이다.

그런 면에서 문재인 정부의 보건의료정책 방향이 '지역사회 중심 보건복지' 기반을 구축하는 쪽으로 잡혔다는 점에 관심이 쏠린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18일 세종 어진동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정부업무보고(삶의 질 향상)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출처: 국무총리실

노인·아동·장애인·정신질환자 등 지역사회 중심 보건복지 체계로

복지부는 지난 18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새해 업무보고에서 지역사회 중심 보건복지체계 구축 방향을 제시했다.

지역사회 중심 보건복지체계는 기존 병원 중심의 보건의료 체계에서 탈피해 탈시설 및 지역사회 정착 지원 등 사람 중심의 지역사회 통합적 보건복지 서비스 제공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를 위해서 앞으로 ▲지역사회 중심의 노인 의료·요양체계 개선 ▲아동복지지원체계를 민간중심에서 국가·지방자치단체 중심으로 옮겨 공적 책임 강화 ▲정신질환자 지역사회 정착 지원 지속 ▲장애인 탈시설화 및 지역사회 정착 추진 등의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다.

이미지 출처: 2018년 정부 업무보고 자료

우선 인구고령화가 급속히 이뤄지면서 갈수록 커지는 노인의료비 부담 등에 대비해 현행 병원 중심으로 노인의료를 지역사회 중심으로 전환하고, 동시에 요양체계도 개선하는 정책이 추진된다.

지역사회 내에서 노인의 욕구, 신체 상태, 돌봄 여건 등에 맞게 의료서비스–시설거주 돌봄–재가서비스 등을 이용할 수 있게끔 관련 인프라를 조성한다.

요양원 수준으로 전락한 요양병원은 치료가 필요한 노인이 중점적으로 이용하도록 수가를 개편하고, 치료의 필요도에 따라 급여체계를 개편할 방침이다. 돌봄이 필요한 노인은 재가급여를 우선으로 건강·가족지원이 강화된 장기요양서비스 이용을 유도하는 정책도 추진한다.

복지부는 제도개선 및 보완방안에 대한 의견수렴을 거쳐 오는 8월 중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아동 보건복지 지원체계를 민간중심에서 국가·지방자치단체 중심으로 옮겨 공적책임을 더 강화하는 정책도 추진한다.

복지부는 심야 등 중증소아환자의 재택의료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게끔 관련 제도를 개선할 방침이다. 우선 올해에 중증 소아환자 대상 의료인 왕진시 별도의 건강보험 수가를 적용하고 왕진 체계를 구축하는데 필요한 병원 내 24시간 콜센터 설치 등을 지원하는 시범사업을 실시한다.

소아환자를 대상으로 왕진 모형을 만들어 활성화 한 후 다른 질환이나 연령층으로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장애인 탈시설화와 정신질환자의 지역사회 복귀 지원 정책도 더 강화한다.

복지부는 장애인의 탈시설화와 지역사회 정착을 위해 장애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민관협의체 논의를 거쳐 올연말 쯤 거주시설 장애인의 탈시설 및 지역사회 정착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와 동시에 의료서비스 측면에서 일종의 장애인 주치의사인 '장애인 건강관리의사'를 도입해 지역사회 내에서 합병증과 만성질환 관리 등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

중증장애인의 건강검진 수검률이 높이기 위해 장애인 건강검진기관 10개소를 새로 지정하고, 오는 2021년가지 각 시도별로 장애인보건의료센터도 확충할 방침이다. 오는 2020년까지 전국에 4개의 어린이 재활병원을 설립하고, 장애아동 건강관리의사 도입, 재활 수가 개선 등의 정책도 각각 시행키로 했다.

작년 5월부터 시행된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라 정신질환자의 지역사회 복귀가 늘 것에 대비해 정신건강복지센터 인력을 추가 배치하고, 정신건강사례관리시스템 구축으로 지역사회 기반 사례관리를 강화한다.

특히 올해에 정신질환자의 사회복귀를 위한 단기보호 거주지인 중간집(Halfway House) 시범사업을 시행한다.

지역사회 중심의 통합적 건강관리가 가능하도록 ▲주민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건강증진 ▲동네의원 중심의 만성질환 관리 체계 구축도 계속 강화한다.

주민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건강증진 활성화를 위해 보건소 내에 간호사·영양사·운동관리사 등의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건강플랜팀'을 구성해 영유아·여성·노인·만성질환자 등 대상자별로 생애주기 및 특성별 맞춤형 건강관리 시범사업을 내년부터 실시할 예정이다.

동네의원에서 고혈압, 당뇨 등 통합관리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역보건의료기관과 연계해 생활습관 및 질환관리 안내 역할을 강화하도록 기존 만성질환관리 사업의 장점을 연계·통합한 '포괄적 만성질환 관리 서비스 모형'을 올 상반기 중 개발한다.

고령사회서 '병원중심 의료체계' 못 버텨

복지부의 이 같은 정책 방향은 병원 중심의 현행 의료체계를 지역사회 중심으로 전환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서부터 저출산과 고령화가 가속화 하는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급성기 병원 중심의 의료체계를 유지할 경우 머지않아 모든 의료자원을 노인과 만성질환자의 돌봄에 다 쏟아붓게 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건강복지정책연구원은 지난해 작성한 '고령사회를 대비한 노인의료비 효율적 관리방안'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고령화시대에 노인들에 대한 의료비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노인인구 비율이 20%가 되는 2025년 이후부터는 노인의료비 문제로 국가의 재정부담이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라며 "현재와 같은 '병원중심 의료체계'를 고수할 경우 노인의료비 관리는 불가능해져 2025년 이후에는 노인 계층의 '의료난민', '돌봄난민' 문제에 봉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구원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의료체계를 병원 중심에서 지역사회중심체계로 전환 해야만 노인의료비를 국민들의 부담능력에 맞게 관리할 수 있고, 향후 건강보험제도, 요양보험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의료체계를 병원 중심에서 지역사회 중심으로 전환하기에 앞서 국가 차원의 종합적인 보건의료발전계획 수립이 절실하다.

지난 2000년 제정·시행된 보건의료기본법에 따라 복지부장관은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하고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이하 보정심)의 심의를 거쳐 보건의료발전계획을 5년마다 수립해야 한다. 보건의료발전계획에는 국가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보건의료 부문의 발전 목표와 추진 방향, 의료자원의 적정 분배와 공급, 의료이용체계 효율화 방안 등을 담는다.

그러나 보건의료기본법이 시행된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보건의료발전계획을 수립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반드시 보건의료발전계획부터 수립한 후 여기에 맞춰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나 의료자원 수급,  의료전달체계 개편 등의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 문제가 생길 때마다 주먹구구식으로 정책을 추진하면 의료체계를 더 왜곡시키고 건강보험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힘들다.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보건의료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작년 9월 열린 보건의료발전계획 수립 관련한 토론회에서 "각각의 보건의료 정책의 정합성을 높이고, 보건의료 부문간 갈등을 조율하면서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보건의료정책의 큰 그림인 보건의료발전계획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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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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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 2018-01-22 11:21:38

    좋은 기사입니다. 선진국처럼 '병원' 중심에서 '지역사회' 중심으로 가야 합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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