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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사태 때 '2m·1시간' 격리기준, 보건당국 치명적 실수였다”감염학회, '메르스 연대기' 백서 발간…"천덕꾸러기 취급받던 공공병원이 방역 주역"

[라포르시안] 지난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방역의 최일선에서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였던 대한감염학회가 당시의 상황을 상세하기 기록한 백서를 발간했다.

'메르스 연대기'라는 이름이 붙은 감염학회의 백서는 크게 ▲part1 메르스, 이제라도 바로 알기 ▲part2 메르스 연대기, 최전방에서 돌아온 의료인들의 기록 ▲part3 신종 바이러스와의 일전에 대비하라! 등으로 짜였다.  <대한감염학회 '메르스 연대기' 자료 바로 가기>

학회는 백서에서 메르스 유행 차단을 위한 초기 대응의 한계로 좁은 방역망 설정을 꼽았다.

당시 방역당국은 초기 역학조사에서 감염 가능성이 높은 밀접 접촉자 판단 기준을 '확진 또는 의심환자와 신체 접촉을 한 사람 혹은 환자가 증상이 있는 동안 2m 이내 공간에 1시간 이상 함께 머문 사람'으로 한정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첫 환자와 관련해 이 기준을 적용, 동일 병실에 입원환 환자와 의료진만 격리토록 조치했다. 그러나 방역당국의 예상과 다르게 여섯 번째 환자는 첫 환자와 동일병실에 입원하지 않았지만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는 등 좁은 방역망 너머에서 많은 메르스 감염자가 빠져나갔다.

메르스 유행 사태 당시에도 '2m, 1시간 접촉' 기준을 고집하다 메르스 초기 대응에 실패하고 감염 확산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된 바 있다.

그런데 이 백서에 따르면 메르스 대응지침 중 '2m, 1시간'이라는 밀접 접촉자 기준은 어디에도 그 근거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회는 백서에서 "이 기준이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메르스 지침을 참고한 것이라고 알려졌는데 WHO의 지침에 메르스에 관한 거리, 시간 기준이 실제로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사스와 신종 인플루엔자 유행 당시 적용됐던 밀접 접촉의 기준'3feet'를 넓게 봐서 2m 기준 설저의 근거로 삼은 것 같다"고 추론했다.

게다가 미국 CDC의 밀접 접촉자 분류 기준과 질병관리본부가 마련한 메르스 대응지침 사이에 큰 차이가 났다.

백서에 따르면 미국 CDC의 밀접 접촉자 분류 기준은 '감염자와 2m 이내 또는(or) 같은 방에 머무른 경우였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지침은 '2m 이내 공간에(and) 1시간 이상'으로 한정하면서 격리조치 대상이 되는 밀접 접촉자 폭을 대푝 줄였다.

백서는 "이러한 기준의 설정은 보건당국의 치명적인 실수, 근거없는 확신 이외에 아무 것도 아니었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며 "메르스 사태 초기 대응에서 생긴 구멍은 잘못 제정된 지침의 문제와 함께 이를 경직되고 기계적으로 적용한 것이 더 큰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사진 출처: 대한감염학회가 발간한 '메르스 연대기' 중에서

메르스 전쟁터로 자원한 간호사들..."위대한 희생 정신이었다"

무엇보다 감염학회는 이 백서에서 메르스 방역을 위해 의료인과 의료기관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꼼꼼하게 기록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특히 '메르스 연대기, 최전방에서 돌아온 의료인들의 기록'을 통해 국내 최초 메르스 확진환자가 확인된 2015년 5월 20일부터 메르스 유행의 사실상 종식을 선언한 그해 7월 말까지 벌어진 일을 상세히 정리해 놓았다.

초기에 꼼꼼한 방역 대응으로 메르스 추가 감염자 발생을 막아낸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등 의료진의 노력, 메르스 민관합동대책반의 구성과 운영, 감염학회 회원 등으로 구성된 메르스 즉각대응팀이 현장에서 방역을 위해 헌신적으로 활동한 사안 등을 시간 순서에 따라 서술했다. 

백서는 "즉각대응팀 설치 이후 민관합동 조직내 역할 배분과 업무분장 문제가 해결되면서 메르스 현장 대응에 체계가 잡혀가기 시작했다"며 "삼성서울병원이 즉각대응팀의 권고대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병원 현장에서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그전까지는 병원폐쇄를 포함한 즉각대응팀의 권고에 대해서 현장의 반발이 컷지만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권고안 전달 이후 '삼성도 하는데 당신들은 안 할 겁니까?'라는 설득이 먹혀들기 시작했다"고 기록했다.

6월 18일 강동경희대병원에서 투석환자의 메르스 감염이 확인된 이후 이 병원 투석실의 의료진 상당수가 격리되자 1인 격리투석을 담당을 의료진이 부족했다. 그렇다고 입원환자들을 위한 혈액투석을 중단할 수 없었다.

의료계를 향해 인력 지원을 요청하자 이틀 만에 혈액투석 전문 간호사 23명과 필요한 장비가 강동경희대병원으로 긴급 지원됐다. 이런 노력 끝에 이 병원의 투석환자 중 추가 감염자가 단 한명도 발생하지 않는 성과를 냈다.  <관련 기사: 투석환자 111명 격리치료 강동경희대병원 “숙련 간호사·장비 지원 절실”>

백서는 "전국적으로 의료진 감염사례가 잇따라 보고도고 있던 시기에 의료진 역시 메르스의 공포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며 "당시의 자원 간호사들의 감염의 소용돌이를 향해 스스로 뛰어든 것으로, 당시 그들이 동료들을 향해 보낸 애정과 이타적인 희생 정신은 위대했다"고 평가했다.

메르스 감염자가 경유한 구리카이저병원에서 방역을 위해 중증 재활환자 106명을 격리 치료를 위해 경기도의료원 산하 파주병원 등으로 옮기는 과정을 상세하게 기록했고, 공공병원 의료진의 헌신적인 노력도 서술해 놓았다.

백서는 "천덕꾸러기로 취급받던 공공병원들이 또 하나의 주역이었다. 공공병원들은 확진자 2/3 이상의 격리치료를 수행한 것으로 집계됐다"며 "노출자의 감염관리까지 도맡았다는 점을 감안해보면 메르스 전투의 진정한 첨병은 바로 공공병원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적었다.

김우주 감염학회 메르스백서 편찬위원회 위원장은 "현재의 기록과 정리만으로도 회원 각자의 몸에 각인된 메르스 현장 경험과 대응 DNA는 충분히 후배들에게 전달될 수 있을 거라 믇는다"며 "이 책이 향후 신종 감염병 위기 도래시 후학들의 좋은 참고서 역할을 하고, 더욱 신속하고 빠른 대응의 시금석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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