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번 환자 유족에 1천만원 배상..."진단검사 지연·부실 역학조사로 감염”

[라포르시안]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사망한 30번째 환자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승소했다.

앞서 법원은 지난달 같은 병실에 입원해있던 중 38번째로 메르스 확진 환정을 받고 숨진 환자의 유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기각한 바 있다.

18일 메르스 유가족의 소송 대리를 맡은 경실련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제4민사부)은 지난 9일 메르스 감염피해자(30번 환자)와 경실련이 정부를 상대로 진행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1심 판결 중 원고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피고인 대한민국 정부가 원고인 30번째 환자에게 1,000만원을 지급토록 판결했다.

재판부가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이유는 보건당국이 메르스 의심환자 신고에 따른 진단검사 및 역학조사 등의 조치를 지연한 점을 인정한 것이다.

실제로 질병관리본부는 2015년 5월18일 오전 10시 강남구보건소로부터 메르스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있다는 신고를 받았지만 이 환자가 방문한 바레인이 메르스 발생 국가가 아니라는 이유로 진단검사를 거부했다. 이후 거듭된 검사 요구에 34시간이 지난 5월19일 오후 8시경 1번 환자에 대한 검체를 채취했다.

보건당국이 평택성모병원에 대한 역학조사를 부실하게 했다는 점도 법원의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법원은 질병관리본부는 메르스 1번 환자 접촉자를 의료진 및 1번 환자와 같은 병실을 사용한 사람들로 한정하고 다른 밀착접촉자나 일상적 접촉자를 파악하지 않은 점을 과실로 인정했다.

평택성모병원 역학조사가 부실하게 되지 않았더라면 16번째 환자를 추적할 수 있었을 것이고, 16번째 환자와 원고인 30번째 환자의 접촉이 차단돼 감염을 예방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법원 판결과 관련해 경실련은 "이번 판결은 국가가 환자의 안전을 무시한 채 감염병을 조기에 진단하고 예방 또는 치료받을 수 있는 환자를 감염에 이르게 했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해 국가의 감염병 관리 실패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 국민에게 위자료 지급을 결정한 첫 판결"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경실련은 "메르스 사태 이후 2년이 지났지만 5%에 불과한 공공의료기관과 OECD 최하위인 12%의 공공병상 보유율 등 부끄러운 공공의료의 현실은 달라지지 않은 점은 개탄스럽다"며 "정부는 피해보상 뿐 만 아니라 국가를 심각한 재난 상황에 이르게 한 감염병의 예방과 관리를 위해 공공의료 확충과 인력 양성 등 근본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메르스 사태 당시 감염 및 의심환자로 분류돼 사망 또는 격리된 원고들이 국가·지방자치단체·병원 등을 상대로 감염병 관리 및 치료의 대한 책임을 물어 신체적·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13건의 공익소송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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