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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상처뿐인 영광?…해외 유명저널에 게재된 삼성서울병원의 메르스 연구논문14번 환자 응급실서 감염 확산 분석한 논문 ‘란셋’에 발표…감염 전문가들 “어쨌든 꼭 필요한 연구”

[라포르시안] 영국에서 발행되는 의학학술지인 란셋(The Lancet)은 종양학, 신경과 및 전염병 분야에 특화된 저널로, 전 세계적으로 그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특정 논문이 발표됐을 때 그 가치를 간접적으로 알리기 위해서 논문이 실린 학술지의 '임팩트 팩터'(IF, 논문인용지수)를 자주 언급한다. 각국에서 발행되는 저널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http://www.bioxbio.com/)를 통해 확인한 란셋의 2015년 기준 임팩트 팩트는 무려 '44.002'에 달한다. 물론 IF로 저널의 명성을 판단하고, 논문의 질과 연결하는 것에 대한 논란도 많은 편이긴 하다.

그동안 국내 의료진이 발표한 논문이 란셋에 게재된 경우가 여러 차례 있었다. 그런데 감염병 분야의 연구 성과가 란셋에 실린 경우는 거의 드물었다.

2016년 7월 8일자로 란셋 온라인판에 게재된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의 메르스 관련 연구논문. 란셋 사이트 화면 갈무리.

그런데 최근 국내 의료진의 감염병 관련 연구논문이 란셋에 게재됐다. 그것도 아주 조용히.

이달 8일자로 란셋 온라인판에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의료진을 중심으로 작성한 '한국 응급실에서의 한 명의 환자로부터 노출에 의한 중동호흡기증군 감염 발발'(MERS-CoV outbreak following a single patient exposure in an emergency room in South Korea: an epidemiological outbreak study)이란 제목의 논문이다.

이 논문은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조선영 교수와 소아청소년과 강지만 임상강사가 공동제1저자로 참여했고, 감염내과 정두련 교수와 소아청소년과 김예진 교수가 교신저자를 맡았다.

논문은 지난해 발생한 메르스 사태 당시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5월 27일부터 29일까지 사흘간 머무르면서 82명의 감염자를 발생시켜 '슈퍼 전파자'로 불린 14번 환자를 중심으로 한 감염의 전파 양상을 분석한 것이다.

당시 역학조사를 통해 14번 환자는 5월 27일부터 사흘간 응급실과 외부 복도, 화장실, x레이 촬영실과 영상의학과 접수데스크 등의 장소를 돌아다닌 게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런 점을 감안해 5월 27일부터 29일까지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14번 환자와 접촉한 675명의 환자와 218명의 의료진 및 병원 근무자를 노출 장소에 따라 3개 그룹으로 분류했다.

14번 환자로부터 같은 응급실 공간에서 노출된 집단을 A그룹으로, 방사선실과 등록데스크 등의 공간을 제외한 다른 구역에서 노출된 집단을 B그룹으로, 그리고 응급실 이외 다른 공간에서 노출된 집단을 C그룹으로 구분했다.

연구진은 3개 그룹에서 메르스 감염률과 메르스 바이러스 잠복기간, 감염의 위험 요인 등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메르스 감염률은 A그룹이 20%(117명 중 23명)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B그룹이 5%(58명중 3명), C그룹이 1%(500명 중 4명) 등의 순이었다. 별도로 의료진과 직원의 메르스 감염률은 2%(218명 중 5명)였다.

메르스 바이러스의 평균 잠복기(전페 평균은 7일)는 A그룹이 5일로, C그룹의 11일보다 더 짧았다. 작년 5월 29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방문했지만 14번 환자와 직접적인 접촉이 없었던 환자와 내원객 중에서는 감염 확진 판정을 받은 사례가 없었다.

이를 통해 연구진은 메르스 감염을 일으키는 주요한 위험 요인은 감염자로부터 노출된 장소라는 결론을 내렸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과밀한 응급실이 한 명의 감염자로부터 메르스 전파 가능성을 증대시킨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따라서 의료시설에서 신종 감염병의 전파에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명백한 증거를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의 이 같은 연구결과는 작년 메르스 사태 당시 응급실의 과밀화가 한국에서 메르스 전파를 더욱 확산시켰다는 점을 학술적 연구를 통해 구체적으로 입증한 것이다. <관련 기사:‘14번 메르스 환자’는 왜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사흘을 머물렀을까?>

외국에서도 한국의 메르스 사태, 특히 삼성서울병원 내에서의 감염 확산 사례에 높은 관심을 보였는데 이번 논문은 그에 대한 학술적인 연구결과를 제시한 셈이다. 드물게 한국의 감염병 분야 연구논문이 란셋에 채택된 배경으로도 볼 수 있다.

지난 2015년 6월 17일, 충북 오송에 위치한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을 만났다.

주목할 만한 연구성과이지만…다만, 관심을 끄는 대목은 소속 의료진이 작성한 논문이 세계적 의학저널에 게재됐음에도 불구하고 삼성서울병원 측이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해외 의학저널에 소속 의료진이 작성한 논문이 등재될 경우 병원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홍보에 나선다. 하물며 란셋에 논문이 게재될 경우에는 상당히 적극적으로 홍보를 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병원에서 아무런 보도자료도 배포하지 않았고, 란셋 온라인판에 게재되고 며칠 뒤에야 뒤늦게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짐작 가는 바가 없지는 않다.

작년 메르스 사태 때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사흘간 머문 14번 환자로 인해 80명이 넘는 감염자가 발생하면서 메르스 사태 확산의 주범으로 지목됐다. 또한 삼성서울병원은 감사원의 '메르스 예방 및 대응실태 감사'를 통해 보건당국의 역학조사에 제대로 협조하지 않은 점이 드러나면서 메르스 사태를 초래했다는 거센 비난을 받았다. 당시 삼성서울병원장이 대통령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사과하는 모습까지 보이기도 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소속 의료진이 해외 유명저널에 메르스 관련 논문을 게재하는 성과를 냈지만 언론에 홍보를 하기에는 여러 가지로 꺼림칙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싶다.

실제로 의료계 일각에서는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의 메르스 관련 논문이 란셋에 게재된 것을 놓고 불편해하는 시선도 있다. 

반면 메르스 사태에서 삼성서울병원의 부적절한 대응은 논외로 하고 당시 응급실에서 14번 환자로 인한 메르스 전파 상황에 대한 연구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메르스 사태 당시 감염 차단을 위한 방역과 역학조사 등에 적극 참여했던 모대학병원 감염내과의 A교수는 "란셋에 한국 의료진이 작성한 다른 분야의 연구논문이 게재된 적은 있지만 감염병 관련해서 연구논문이 채택된 것은 처음인 것으로 안다"며 "사실 관련 학회를 중심으로 지난해 메르스 사태와 관련된 전체적인 자료를 기반으로 한 연구논문을 작성해 해외 유명저널에 제출했지만 채택되지 안았는데, 이 논문은 채택됐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A교수는 "외국에서도 가장 관심을 가졌던 부분은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14번 환자로 인한 메르스 전파 상황이었다"며 "이미 사우디아라비아의 메르스 발병과 관련한 많은 연구논문이 작성됐기 때문에 한국의 메르스 전체 발병에 관한 연구보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사례에 관해서 더욱 관심이 높았고, 학술적인 가치도 더 높게 평가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당시 삼성서울병원에서의 메르스 감염 확산에 대한 연구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교수는 "과밀한 응급실에서의 급속한 감염병 전파가 어떤 요인으로 인해 발생하는 지에 대한 학문적 연구가 수행돼야 관련 정책을 수립하고 의료제도를 개선하는 데 근거자료가 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관련 연구는 반드시 필요했다"며 "다만 이러한 연구결과가 국내 학술지에 게재됐으며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고 말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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