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희(엔젤로보틱스 이사)

[라포르시안] 날씨가 쌀쌀해지고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면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이 11월 열리는 ‘독일 뒤셀도르프의료기기전시회’(MEDICA·메디카) 참가 준비에 여념이 없을 것이다. 메디카는 해외 수출을 하는 국내 기업들이 1년을 마무리하는 중요한 이벤트 중 하나다. 아마도 처음 메디카에 참가하는 기업들은 좁은 내수시장을 벗어나 해외시장 진출이나 수출 대박을 꿈꿀 것이다.

필자는 약 20년 전 처음으로 메디카를 찾았을 때 전시장 크기와 부스 규모에 놀랐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간 꾸준히 메디카를 참관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시장 진출과 수출을 위해 메디카 참가를 고려 중인 국내 의료기기 기업에 진심 어린 조언을 드리고 싶다.

의료기기 신생 기업은 메디카에 부스를 꾸리기만 하면 단기간 내 수출 대박이 날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게 된다. 하지만 모든 전시회가 그렇듯 메디카도 철저한 준비 없이 참가하면 아무런 성과도 없이 막대한 비용만 쓰게 된다. 어떻게 하면 메디카에서 수출 계약을 할 수 있을까? 전시회 참가 기업이 아닌 해외 바이어 입장에서 생각하면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해외 바이어가 한국 기업의 제품을 봤을 때 제일 궁금한 것이 무엇일까? 바로 유럽 CE 인증 여부일 것이다. 제품을 유럽에 판매하기 위해서는 CE 인증이 필수다. 아무리 제품이 좋아도 판매국에 필요한 인증이 없다면 영업 자체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시 부스에 있으면 해외 바이어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CE 인증이 있느냐, 없으면 인증 계획은 어떻게 되느냐?’이다.

만약 해외 바이어 입장에서 한국 제품에 관심이 있어도 식품의약품안전처 제품 인증만 갖고 있거나 해외 인증 계획이 불명확하다면 수입을 고려하지 않을 것이다. 메디카를 포함한 해외 전시회를 나갈 때 해당 규제 당국 인증에 대한 준비 또는 계획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이유다. 따라서 이미 유럽 CE 인증을 획득했거나 적어도 심사 중일 때 메디카를 참가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일 것이다.  만약 인증이 있다면 해외 바이어가 물어보는 다음 질문은 “해당 국가의 거래처가 있느냐?” “가격은 얼마나 하느냐?” “어떠한 기능이 있느냐?” “유사 제품과 차별성은 무엇인가?” 등 영업을 진행하기 위한 실질적인 질문이 이어지게 된다.

해외 바이어는 이 같은 대화 속에서 제품 스펙을 확인하고, 전시된 샘플을 동작시켜 보는 등 자신이 영업하는 해당 국가에서 경쟁력이 있을지 판단한다. 바이어는 이렇게 제품을 확인한 후 같이 갈 파트너로 적합한지 여부를 평가할 것이다. 기업 또한 해당 바이어가 해외 파트너로서 적절한지 판단하게 된다. 구체적으로는 회사 홈페이지를 보거나 회사 신용도 평가를 하는 등 직간접적으로 기업 상태를 확인해 1~2년 반짝하는 기업이 아닌 지속적으로 파트너 관계를 유지할지 확인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이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몇 년의 시간이 소요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최초 전시회 참여 후 1~2년 이후에야 직접적인 매출이 발생하게 된다. 단 한 번의 전시회 참가가 바로 매출로 이어지는 계약을 성사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적어도 3년 이상 동일 전시회에 참가할 때 비로소 소정의 성과를 이룰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전시회 참여 1년 차 때는 자신의 제품과 기업을 홍보하게 되고, 2년 차가 되면 해외 바이어들이 제품과 기업에 관심을 표명하거나 계약 진행을 위한 사전 논의가 이뤄진다. 전시회 참여 3년 차 정도 돼야 제품 계약이 이뤄지고, 최소 5년은 지속적으로 전시회에 참가할 때 괄목할 만한 해외 매출이 발생하고 ▲기존 바이어 관리 ▲신규 바이어 발굴 ▲신제품 소개가 원활히 이뤄질 것이다. 특히 10년 이상 참가 기업들은 신규 바이어 발굴보다는 기존 바이어들과의 상담을 통해 한 해를 마무리하고 내년 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메디카는 유럽 바이어가 모두 참석하기 때문에 현재 거래 중인 유럽 내 모든 바이어와 밀도 있는 논의를 할 수 있는 장소이자 기회를 제공한다. 많은 국내 의료기기 기업이 코로나19 앤데믹 이후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국제의료기기전시회에 활발히 참가하고 있다. 지난해 메디카에는 역대 가장 많은 한국 의료기기 기업이 참가했다. 올해 역시 많은 한국 기업이 메디카에 참가해 국산 의료기기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해외시장에서의 큰 성과를 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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