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재(벤처기업협회 부회장 겸 디지털헬스케어정책위원장)

[라포르시안] 디지털 헬스케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파르게 성장하며 주목받고 있는 대표적인 산업 분야다. 시장조사업체 GIA(Global Industry Analysts) 보고서는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이 2020년 1525억 달러에서 연평균 성장률 18.8%로 성장해 2027년 5088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세계 각국이 디지털 헬스케어 육성에 적극적인 이유는 여러 사회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점과 그 산업적 가치와 가능성 또한 높게 평가하기 때문이다. 특히 디지털 헬스케어로 완화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회 문제가 인구 고령화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 악화’와 ‘돌봄 부족 현상’이다. 고령화는 OECD 국가를 중심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고령화 속도가 가파르다. 반대로 출생률은 세계 최저 수준이거니와 2020년부터 인구 또한 감소하고 있다. 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로 급증하기 시작한 복지 예산 규모는 2022년 200조 원을 돌파했다.

정부는 인구 고령화에 따른 예견된 건강보험 재정 위기를 극복하고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 여러 방안을 시도 중이다. 실제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보재정 연간 적자 폭을 살펴보면 2024년 2조6000억 원에서 2028년 8조9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 같은 적자 누적이 계속되면 현재 21조2000억 원의 건보 적립금은 2028년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천문학적인 국가재정을 투입하기 시작한 건보재정이지만 앞으로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더욱 강력한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환자 본인부담률 상향 조정 등 다양한 방식으로 건보재정 지출을 줄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또한 의료기관 중심의 치료에서 ‘환자 중심 예방·관리’로 의료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환자가 집에서 스스로 건강을 관리하고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 사회적 비용 감소를 통해 건보재정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ICT(정보통신기술)와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한 디지털 헬스케어가 이를 가능케 하는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빠른 고령화로 돌봄이 필요한 인구는 늘어가고 있지만 정작 돌봄을 제공할 수 있는 인구는 줄어드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심지어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노인들이 자비를 들여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복지 영역에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다행히 정부는 돌봄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발 빠르게 준비하는 한편 저소득층 고령 인구에 대한 돌봄 부족 현상을 해소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25년까지 지역사회 위주의 통합 돌봄 기반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보건복지 서비스와 4차산업혁명 기술을 융합하는 것을 정책 방향으로 설정했다. 디지털 헬스케어가 정부 정책의 핵심으로 부각되고 있는 이유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인구 고령화로 발생하는 여러 문제를 완화하는 수단이자 보건복지 서비스를 효율화하는 장점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활용 방안에 대한 로드맵이 그려진 만큼 우리나라 또한 관련 제도와 정책을 실효성 있게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디지털 헬스케어가 보건복지 분야에서 제 역할을 하게 된다면 건보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는 데 제법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 역시 이러한 점을 인지하고 다양한 정책과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고령화 속도를 고려할 때 정부가 조금 더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인식 제고도 중요하다. 기술과 정책은 준비됐는데 정작 국민이 사용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이 국민이 사용하기 쉽도록 사용자 친화적이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사용자 스스로가 필요와 효용을 느끼고 직접 찾아 사용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해당 기술들이 국민 개개인의 삶은 물론 우리 사회에 필요하고 도움이 된다는 것을 체감해야 한다.

결국 디지털 헬스케어는 그 기술 필요성과 산업적 가치를 인식한 정부의 실질적인 정책 지원과 효용성에 대한 국민 인식 제고가 이뤄질 때 건강보험 재정 악화와 돌봄 부족 현상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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