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수(삼성서울병원 정보전략팀장)

[라포르시안] 환자가 가상병원에 로그인하면 가상의 원무과직원 또는 인공지능(AI) 챗봇이 환자를 맞는다. 가상병원은 진료 절차를 안내하고 개인 정보, 방문 이유, 증상을 확인하며 앞서 진료 대기자가 있으면 환자를 가상 라운지 또는 가상 대기실로 안내한다. 환자는 가상 대기실에서 진료 순서를 기다리는 다른 환자와 아바타로 대화를 나누고, 각종 엔터테이먼트를 즐긴다. 약속된 진료 시간이 되면 환자 개인 정보가 보호되는 비디오 통화로 의료진과 연결된다.

의사 또는 간호사는 고화질 비디오를 통해 가상 아바타로 등장하거나 또는 실제 모습으로 나타나 대면 진료와 마찬가지로 증상·의료 ​​기록 및 우려 사항에 대해 환자와 이야기한다. 이후 의사는 증상에 따라 특정 진단 검사를 요청하거나 집에서 특정 평가를 수행하도록 환자에게 요청한다. 가령 생체 신호를 측정하고 검체를 수집하거나 기본 테스트를 수행하기 위해 웨어러블 기기 또는 스마트 의료 도구를 사용할 수 있다.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는 분석을 위해 보안시스템을 갖춘 상태에서 안전하게 가상병원과 의료진에게 전송된다.

일부 경우에는 의료서비스 제공자가 환자에게 가상 검사를 안내한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연결된 카메라 또는 특수 장치를 사용해 신체 특정 부위를 검사하도록 지시하고, 원격으로 환자 상태를 평가한다. 만약 약물 치료가 필요한 질환으로 진단되면 의사는 전자 처방전을 환자 거주지 인근 약국이나 집으로 전송한다.

가상병원은 치료 진행 상황을 살펴보고자 재진을 위해 환자와 가상 방문을 예약한다. 이러한 예약은 초기 방문과 유사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환자가 집에서 편안하게 지속적인 치료 및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특히 가상병원 방문은 환자 본인의 전자건강기록과 원활하게 통합되고 진단·치료 등 모든 세부 정보가 정확히 문서화된다. 환자는 이를 통해 본인 의무기록에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치료 연속성을 보장받는다.

해당 시나리오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추진 중인 국가 전략사업 ‘비전 2023’ 과제인 ‘SEHA 가상병원’(SEHA Virtual Hospital) 프로젝트다. 필자는 관련 내용을 접했을 때 약 30년 전 올림픽대로에 갇힌 자동차 안에서 영화 ‘빽 투 더 퓨쳐’에서 등장했던 플라잉카가 있었으면 했던 기억이 문득 떠올랐다.

여전히 환자들은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받기 위해 오랜 시간 대기해야 한다. 필자 역시 병원 종사자로서 이러한 현실을 볼 때마다 안타까움을 넘어 좌절감마저 든다. 얼마 전 뉴스를 통해 하늘을 날아다니는 ‘플라잉 택시’가 운행된다는 소식을 접했다. SEHA 가상병원 역시 규제나 기술적인 측면을 고려한다면 지금 당장 구현하기는 어렵겠지만 플라잉 택시처럼 충분히 실현 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최근 인도네시아 보건부는 자국민 2억 7천만 명 가운데 50%에 해당하는 약 1억 2천만 명이 모바일로 본인 건강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또 지난 4월 인공지능(AI) 마켓플레이스 기업 Nuance는 환자와 의사가 진료 상담을 하면 자동으로 전자의무기록이 작성되는 것을 시연했다. 이밖에 미국 보스톤에 있는 Brigham & Women’s Hospital과 뉴올리언스 Tulane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은 삼성전자 갤럭시워치를 통해 어떤 심혈관 환자가 입원 위험도가 높은지 예측하는 등 수면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나날이 발전하는 ICT(정보통신기술)와 한층 고도화된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및 메타버스 기술이 헬스케어 환경에 접목되고 전향적인 규제 개선이 이뤄진다면 사우디아라비아가 꿈꾸고 있는 가상병원은 상상이 현실로 된 플라잉 택시처럼 머지않아 곧 실현되지 않을까.      

※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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