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휴(더좋은 보건의료연대 집행위원)

[라포르시안] 높아진 의료기기 위상을 반영이라도 하듯 의료기기에 대한 세부법 일환으로 ‘디지털 헬스케어법’ 제정을 놓고 국회에서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굳이 독립법으로 갈 필요성이 있느냐와 반드시 독립법이어야만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반대하는 쪽은 기존 의료기기 혁신법에 관련 내용이 담겨있는 만큼 법 제정보다는 기존법 개정으로도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강점을 살려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독립법 제정을 통한 선제적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다만 어떠한 형태의 결론이 나더라도 의료기기산업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공통된 목소리다.

디지털 헬스케어법 제정을 놓고 사회적 담론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한 가지 개념 정리를 하고 넘어갈 이슈가 있다. 바로 ‘디지털 치료기기’와 ‘전자약’이다. 디지털 치료기기와 전자약의 용어 정리는 이미 몇 년 전 논의가 끝났지만 관련 시장이 급격히 커지면서 단어 사용의 혼용 문제가 여전히 존재한다. 일단 두 단어 중 어느 것이 합당한지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리기 어렵다면  차선으로  어떤 개념의 선택이 보다 득이 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 번째, 규제적 측면에서 전자약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경우 기존 약의 허가체계를 따라야 하는데 이는 사실 불가능에 가깝고 막대한 허가 비용도 소요된다. 따라서 보다 많은 참여를 통한 집단지성을 포기해야 할 것이다. 특히 막대한 허가 비용 때문에 중소기업이 아닌 대기업 중심으로 연구 개발이 이뤄진다면 그만큼 실익도 크지 않을 것이다.

두 번째, 약은 생리학적 기전을 따르지만 의료기기는 약이 규정하고 있는 이외 모든 면을 담보하고 있다 보니 적용 가능성 또한 무궁무진하다. 다시 말해 제약의 경우 전문화된 분야로 한정되지만 의료기기는 융복합 적용의 잠재적 가능성이 매우 크다.

세 번째, 인공지능(AI)의 급격한 발전을 그대로 접목해 상품화할 수 있는 접근 가능성 측면에서도 제약보다 의료기기가 장벽이 낮다. 최근 챗GPT가 온 세상을 흔들고 있는데  이를 기존 AI 기술이나 장비에 적용하기 위해서라도 전자약보다는 디지털 치료기기의 개념을 갖는 것이 더 가치가 있다.

규제 적용 및 산업적 발전 가능성, 확장  범위  모든 측면에서  디지털 치료기기는 전자약보다 선명한 개념을 담고 있고 향후 발전 가능성을 볼 때 혼란을 줄일 수 있다. 비록 전자약이 이해하기도 쉽고 새로운 개념을 잘 표현하고 있지만 디지털 치료기기는 정확한 사용과 정의 또한 업계 혼돈을 줄이고 많은 창업 기업에 동기를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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