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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꼭 필요한 사람들 위해 양보해야 공동체가 보호된다공급 확대는 근본적 해결책 될 수 없어...'공급 우선순위' 사회적 합의 이끌어내야
"의료진 등 꼭 필요한 사람에게 마스크 모자라면 나에게 돌아오는 위험도 커져"
마스크 5부제 시행 첫날인 9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약국 앞에서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길게 늘어선 대기줄 모습.

[라포르시안] 코로나19 유행의 장기화로 마스크 품귀현상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급기야 정부가 출생연도에 따라 요일별로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는 '마스크 5부제'를 도입했다.

정부는 지난달부터 마스크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제조업체와 비상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하루 1,000만 장 이상 생산을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하루 1,000만장 이상 마스크를 생산하더라도 전체 인구 5,000만명에게 하루에 한 장씩 돌아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량이다.

마스크 생산을 지금보다 훨씬 더 늘리면 이 문제가 해소되지 않을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마스크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생산설비를 확충해야 하고, 마스크 필수 원자재인 MB필터(멜트블로운 부직포) 확보, 생산현장과 제품 운송 등에 필요한 인력과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 

마스크 생산은 민간이 주도해온 사업 영역으로, 감염병 유행으로 인해 한시적으로 폭증한 수요에 맞춰 생산시설 증설과 기계구입, 인력확충 등에 무작정 나설수도 없는 일이다. 코로나19 유행이 종식되고 나면 그 이후에는 다시 마스크 수요가 예전의 수준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고, 업체들로서는 생산시설과 인력을 더는 유지하기 힘든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나서 마스크 생산량 확대를 위한 생산설비 확충, 마스크 필수 원자재인 MB필터 확보, 생산인력 확보 등에 걸쳐 전방위로 지원책을 펴겠다며 생산을 독려하고 나섰다.  

문제는 일일 마스크 생산량 1000만장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마스크 제작업체마다 엄청난 과부하가 걸렸다는 점이다. 짧은 시간에 주문량이 폭증하면서 이를 맞추기 위해 직원들은 잠시도 쉬지 못한 채 연장근무를 하고 있으며, 그나마 부직포와 코 편, 귀 끈 등 원부자래 수급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특히 중국산 부직포와 MB필터 수급도 만만치 않다. 중국에서 코로나19 유행이 거세지면서 자체 마스크 수요가 폭증하자 해외 수출이 사실상 중단됐기 때문이다. 다행히 국내에서 마스크용 MB필터 생산을 확대하고 있지만 폭발적으로 증가한 수요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런데 코로나19 유행이 2~3년쯤 전에 찾아왔더라면 지금보다 더 극심한 마스크 품귀현상에 직면했을 수도 있다. 

지금까지 마스크 제품은 일년 중 미세먼지가 심한 봄철이나 환절기인 가을철에 한시적으로 수요가 발생하는 편이었다.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릴 때 이외에는 마스크 수요가 높지 않은 편이다보니 국내 마스크 시장도 크지 않았고 소규모 영세업체가 생산을 주로 맡아왔다. 

자료 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표 제작: 라포르시안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약외품 생산실적' 자료에 따르면 보건용 마스크의 2018년 생산실적은 1,193억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3년 전인 2016년에는 보건용 마스크의 생산실적이 187억원에 그쳤고, 2017년 381억원, 2018년 1193억원으로 3년 사이에 10배 가까이 확대됐다. 

국내 코로나19 유행 초기만 하더라도 일일 마스크 생산량은 600만장 수준이었다. 2월 중순 들어 대구지역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증하고 감염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마스크 수요가 폭증하기 시작했다. 정부가 관련업계의 생산시설 확충을 적극 지원하고 나선 최근에서야 일일 생산량이 1,200만장 수준으로 늘었다. 

하지만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책을 펴더라도 민간 주도로 마스크 생산시설을 확충하는 데 한계가 있다.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움직이는 시장의 작동원리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한 한시적인 수요 폭증에 맞춰 생산시설을 지속해 증설할 수 없는 일이다.  

마스크 제작에 필요한 원부자재와 생산시설이 한정된 상황에서 지금처럼 공급을 계속 확대하는 방식은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이 분명하다. 
 
결국 이 문제의 해결법은 보건당국이 마스크의 올바른 사용법에 대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마스크 공급 우선순위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이를 통해 방역에 필요한 자원의 불필요한 낭비를 막고, 마스크 가격 폭등과 품귀현상으로 인한 국민의 불안감과 비용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관련 기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예방, 마스크 써야 해? 말아야 해?>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는 "마스크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국가는 일정 물량의 마스크에 대하여 약국을 통한 공적 마스크 유통을 선택했다. 마스크에 대한 공급통제와 공적유통은 사재기를 방지하고 최대한 많은 국민들에게 마스크를 공급하고자 하는 올바른 길"이라며 " 하지만 단순분배와 수요에 비해 적은 공급으로 인해 실제 마스크가 필요한 사람들이 사용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스크 대란 상황을 협력할 경우 서로에게 가장 이익이 되지만 개인적인 욕심으로 서로에게 불리한 상황을 선택하는 문제를 보여주는 '죄수의 딜레마'에 비유했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정말 필요한 사람들에게 마스크를 우선적으로 공급해야 한다는 합의와 마스크 공급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그에 따라 마스크를 경제적 장벽없이 공급하자고 제안했다. 

건약은 "비교적 건강한 사람들은 무분별한 마스크 사용을 경계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대중교통 이용처럼 정말 피할 수 없는 상황에는 면마스크로 일회용 마스크 사용을 대체하자"며 "하루빨리 정말 필요한 사람들에게 마스크를 공급해야 한다는 합의와 마스크 공급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정해진 우선순위에 따라 마스크는 경제적 장벽없이 공급하자"고 제안했다. 

시민건강연구소도 코로나19 유행에 맞서는 시민행동의 일환으로 '마스크 양보하기'를 꼽았다. 

시민건강연구소는 "의료진과 방역 요원, 노인(특히 호흡기 증상이 있는 사람), 다중 시설에서 많은 사람과 만나고 말하는 노동자는 마스크를 해야 하지만, 사람을 많이 만나지 않거나 개방 공간에서 생활하는 사람은 필요성이 적다"며 "먼저 양보하자는 이유는 도덕이나 윤리 차원이 아니라 지금은 사회적 유행을 막는 것이 관건이라면, 꼭 필요한 사람(예를 들어 동네 병원의 의사)에게 마스크가 모자라면 나에게 돌아오는 위험도 그만큼 커지기 때문에 100%를 보장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어느 쪽이 내게 더 안전한지 확률을 따지는 ‘합리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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