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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재난에서 위기소통 중요성 보여준 '마스크 대란'정부·보건당국, '마스크 착용' 일관성 없는 메시지 전달로 혼란 키워

[라포르시안] '공적마스크 모두 소진', '마스크 SOLD OUT' 

마스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코로나19 유행의 장기화로 바뀐 일상 중에서 가낭 눈에 띄는 건 '마스크 대란'이다.

약국 출입문마다 마스크 품절이나 마스크 5부제 판매에 관한 정보를 알리는 게시물로 요란하다.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약국 문앞에 길게 늘어선 대기줄은 일상의 낯익은 풍경으로 자리 잡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주된 전파 경로가 비말감염으로 확인되면서 집밖을 나설 때 마스크는 필수품이 됐다. 그러나 마스크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마스크 부족현상은 생산량 확대와 보급체계 개선에도 불구하고 나아질 기미가 없다. 수요에 비해 공급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마스크 일일 생산량은 1천만장 규모이다. 전체 인구수 대비 턱없이 부족하다.

문재인 정부는 2015년 메르스 사태의 경험으로 강화된 국가방역체계와 함께 투명한 정보공개 및 민주적 방식에 기반해 선진적인 코로나19 방역체계를 시행했다는 평가를 국제사회로부터 받고 있다.

특히 신천지 신도를 중심으로 한 대구와 경북 지역에서 짧은 시간에 확진자가 폭증했음에도 불구하고 보건당국과 의료계를 중심으로 신속한 진단검사를 통한 감염자와 접촉자 격리, 확진환자 치료를 위한 의료시설 확충에 선제적으로 대응했다.

반면 마스크 품귀현상에 따른 국민들의 혼란과 불편은 정부의 코로나19 방역대응에서 가장 큰 오점이자 감염병 재난 사태에서 위기소통의 실패 사례로 꼽을 수 있다. 

마스크 관련 위기소통이 실패한 가장 큰 원인은 '일관성 없는 메시지(Mixed messages)' 전달에 있었다.

정부와 보건당국이 코로나19 유행 초기에 강조했던 감염 예방법은 ‘마스크 쓰기’였다. 그러나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마스크 수요가 폭증하자 정부의 메시지는 조금씩 달라졌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지난 1월 20일 질병관리본부는 감염병 위기 경보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상향 조정하고, '국민 감염 예방 행동 수칙'을 발표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이 행동수칙에서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있을 경우 마스크 착용 ▲외출, 의료기관 방문 시 반드시 착용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추가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중앙방역대책본부의 공식 자료에도 마스크 착용 메시지는 기존과 동일했다. 

마스크 착용 메시지에 혼선인 생긴 건 지난 1월 29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보도자료부터였다. 

식약처는 이의경 처장이 보건용 마스크 생산현장을 긴급 점검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보건용 마스크는 입자차단 성능에 따라 제품을 구분하고 있으며,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은 감염 예방을 위해서는 ‘KF94’, ‘KF99’ 등급의 마스크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 보도자료가 배포된 이후 언론을 통해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KF94 등급 이상의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는 기사가 이어졌다.

이후 국내 확진자 발생이 이어지면서 보건용 마스크 품귀현상이 심해졌고, 일반국민의 감염 예방 목적 마스크 착용에 관한 혼선이 빚어졌다.

보건당국은 지속적으로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있거나 외출 및 의료기관 방문 시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지난 2월 6일 정례브리핑에서 "KF94 이상 등급의 마스크는 의료진에게 권장되는 마스크로, 일반 국민이 굳이 착용할 필요가 없다"며 "일상에서는 KF80이나 방한용 마스크로 충분히 감염 예방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월 12일에는 식약처가 대한의사협회와 공동으로 일반인 대상의 '코로나19(COVID-19) 예방을 위한 마스크 사용 권고사항'을 발표했다. 식약처와 의협은 이 권고사항을 통해 KF80 이상 보건용 마스크 착용이 필요한 사례를 제시하고, 혼잡하지 않은 야외나 개별공간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필요하지 않다고 권고했다.

지난 2월 18일 대구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일주일 사이에 신천지 신도를 중심으로 감염 사례가 폭증하면서 마스크 수급 상황은 더 악화됐다. 코로나19 감염 공포가 커지면서 마스크를 구하지 못하는 데 따른 분노와 비난이 커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식약처와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3월 3일 마스크 공급량이 충분하지 않는 등 비상상황에서 한시적으로 적용하기 위한 '마스크 사용 권고사항'을 개정했다. 개정된 권고사항은 보건용 마스크 착용이 필요한 사례를 더 구체화하고, 면 마스크(정전기필터 교체포함) 및 마스크 재사용도 제한적으로 권고했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가 지난 12일 발표한 '마스크 사용 권고안'을 통해 면마스크 사용과 마스크 재사용을 권고하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질병이 없는 건강한 일반인도 보건용 마스크 착용이 감염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발표하면서 마스크 착용을 둘러싼 메시지는 뒤죽박죽 섞이고 혼란만 커졌다.

보건당국이 코로나19 유행 초기부터 감염 예방을 위한 마스크 착용 권고사항을 구체적이고 일관성 있게 제시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앞서 2017년에 발간한 공중보건 위기대응 소통 안내서('위기, 위험, 그리고 소통')를 통해 이런 점을 강조했다.

보건당국은 위기대응 소통 안내서를 통해 위기소통의 5가지 실패 유형으로 ▲일관성 없는 메시지 ▲뒤늦게 공개된 정보 ▲가부장적인 태도 ▲루머나 오보에 늑장 대응 ▲내부 갈등 공론화 등을 꼽았다.

특히 일관성 없는 메시지 관련해 "당국자들이 일관되지 않은 메시지를 공중에게 보내면, 국민들은 이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고, 나아가 당국이 제시한 예방수칙 등 권고 사항에 대해 하나하나 의구심을 갖기 시작한다"며 "따라서 위기 국면에서 보건당국과 관련 부처, 지자체, 협조기관 등이 공조체제를 유지하고, 이를 통해 공중의 입장에서 일관된 메시지가 제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신종 감염병 등으로 인해 새로운 메시지가 전달돼야 할 상황에서는 당국의 한목소리가 필수적"이라며 "잘못된 메시지만이 국민들에게 해를 끼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얘기"라고 했다.

이 안내서에서 지적한 내용을 정부와 보건당국 스스로 되새겨봐야 한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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