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학의사회, ‘119 강제수용 입법저지 위한 긴급기자회견’ 개최
"적절한 최종 치료 위한 환자 이송시스템이 선정적 언론보도로 왜곡"
“법적 위험 경감·최종치료 인프라 확충 없는 강제수용은 환자 안전 위협”

[라포르시안] 대한응급의학의사회(회장 이형민)는 더불어민주당 김윤 의원이 발의한 이른바 ‘119 강제 수용법’(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포함한 일련의 ‘응급실 뺑뺑이 방지법’이 응급의료 현장을 왜곡시켜 환자 안전을 위협할 것이라며 강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응급의학의사회는 응급실 강제수용 시도를 중단하고, 법적 책임 구조 개선과 응급실 과밀화 해소, 최종 치료 인프라 확충 등 현장 전문가가 제시하는 대안을 바탕으로 응급의료체계 정상화를 추진할 것을 요구했다.

응급의학의사회는 7일 오후 대한의사협회 대강당에서 ‘119 강제수용 입법저지와 응급실 뺑뺑이 해결을 위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응급의학의사회는 이날 기자회견이 119 강제 수용 입법 저지와 응급실 뺑뺑이로 대표되는 사회 문제 해결에 전문가들이 먼저 책임 있게 참여하겠다는 선언적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의사회는 응급실을 둘러싼 왜곡된 인식과 입법 흐름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형민 회장은 “응급실 뺑뺑이는 응급의학 전문의들에게 상처와도 같은 말로, 이 표현 때문에 많은 응급의학 전문의들이 좌절하고 현장을 떠났다”며 “응급실 뺑뺑이를 없애자고 말하지만 정작 이것이 무엇인지, 어떤 과정을 가리키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정치권에서 ‘없애겠다’는 발언과 입법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전 세계 어느 나라에도 응급환자 이송과 전원 과정에서의 재이송, 조정 과정이 완전히 없는 곳은 없다”며 “응급실 뺑뺑이는 적절한 최종 치료를 위한 정상적인 환자 이송 시스템의 일부임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선정적인 언론 보도와 책임 전가 논리 속에서 왜곡돼 사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응급 치료와 최종 치료는 분리돼야 함에도 정부와 정치권은 최종 치료의 법적 책임을 응급의료진에게 전가하고, 행정 편의를 위해 환자 수용을 강제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응급의학의사회는 응급실 수용성이 떨어지는 핵심 원인으로 과도한 형사·행정 책임과 판결 사례를 지적했다.

이형민 회장은 소아 횡격막 탈장 사건, 대동맥 박리 사건, 대구 환자 추락 사건 등 사례를 언급하며 “최종 치료 제공 한계와 구조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응급의학 전문의와 의료기관에 과도한 법적 책임을 부과하는 판결이 누적되면서 ‘최종 치료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면 처벌된다’는 메시지가 현장에 각인됐고, 이는 응급실 수용성을 떨어뜨리는 직접적 요인이 됐다”고 말했다.

이로 인한 응급의학과 전공의 및 전문의 이탈도 심각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그는 “응급의학과 전공의 복귀율이 50%에도 못 미치고, 응급의학 전문의의 약 60%가 5년 이내 응급실을 떠나겠다고 응답했다. 다시 응급의학과를 선택하겠다는 비율은 30%에 불과한 반면, 미국은 90%가 넘는다”며 “코로나19 재난과 의정 갈등 시기 내내 응급실을 지킨 응급의학 전문의들을 지금 정치권이 토사구팽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응급실 강제수용식 발상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 회장은 “응급실은 ‘할 수 있는데 안 받는 곳’이 아니라 ‘법적 책임 때문에, 최종 치료 제공 인프라 때문에 물리적으로 못 받는 곳’이다”라며 “이 기본 전제를 무시한 채 ‘무조건 받아라’는 법안을 만드는 것은 할 수 없는 일을 억지로 시키는 것일 뿐이며, 환자 사망과 의료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간 발의된 뺑뺑이 방지법들의 문제점과 현장과의 괴리도 설명했다.

이강의 응급의학의사회 대외이사는 “김윤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을 보면 최종 치료 개념을 명확히 한다는 명분 아래 최종 치료 책임을 응급의료에 전가하려는 것처럼 보인다”며 “법안에서 정당한 수용 불가 사유를 보건복지부령으로 규정한다고 돼 있는데, 개별 환자·질환·시간·인력·장비 상황을 일률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전화에 의한 수용 능력 확인 규정을 삭제하고, 수용 불가 사전 고지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부분 역시 119가 연락 없이 이송하는 구조를 열어두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다”며 “수용 불가 사전 고지를 실시간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최소 1,000명 이상 전담 인력이 필요하며 연간 500억~600억원 이상 예산이 소요돼 현실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권역·지역 센터 24시간 2인 1조 근무 운영 방안 역시 2,000~2,500명 추가 인력이 필요해 인력 수급과 예산 측면에서 비현실적"이라며 "지난 2년간 추진된 응급의료 대책들은 현장을 모르는 전시행정과 탁상공론으로, 의미 있는 효과 없이 예산만 낭비했고 현장 신뢰는 이미 상실된 상태”라고 했다.

 응급의학의사회는 지속적인 보건의료 재난 상황 속에 응급의료 현장은 붕괴 직전이며, 코로나19와 보건의료 위기 동안 헌신한 응급의료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응급의학의사회는 ▲응급의료를 붕괴시킬 응급실 강제수용 시도 즉각 중단 ▲응급실 과밀화 해소와 중증환자 진료권 보장을 위한 경증 환자 수요 억제 조치 마련 ▲최종 치료 인프라 확충과 취약지 응급의료 인프라 확충을 위한 구체적 계획 제시 ▲응급의료에 대한 민형사 면책 조치 마련 및 최종 치료 책임의 응급의료진 전가 중단 등을 요구했다.

특히 응급실 뺑뺑이를 명확히 정의하고 개선 목표와 지표를 설정해 국민 동의를 구하는 것은 정부의 역할로, 구체적 대안 마련은 현장 전문가의 영역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이를 위한 논의체를 즉각 구성할 것을 촉구했다.

전호 응급의학의사회 총무이사는 “현재 추진되는 뺑뺑이 방지법들은 예후와 치료 결과, 최종 치료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환자를 병원에 떠넘기고 책임을 회피하는 행위를 제도화하려는 것”이라며 “무책임한 비전문가 중심 입법으로 국민 생명을 맡길 수 없다. 응급의학의사회는 응급환자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로서 응급의료체계 개선과 ‘응급실 뺑뺑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이형민 회장은 119 이송의 적정성 관리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 회장은 “연간 약 300만 건에 이르는 119 이송의 경증 환자 비율이 높다”며 “119 이송의 적정성 관리와 책임 구조 정비, 필요 시 119 일부 유료화와 병원 간 전원 이송 관리 등 질 관리 장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119 이송이 응급환자 중심의 합리적 체계로 운영되기 위해 질 관리와 책임 규정이 필요하다”며 “단순 경미손상, 코피 등 경증환자의 119를 통한 상급병원 응급실 이용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119 이송과 응급실 자원의 남용을 개선하지 않은 채 응급실 강제수용만 도입하면, 실제로는 중증환자 치료 여력이 더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형민 회장은 “전국 400개 응급실에서 약 2,000명의 응급의학 전문의가 지금 이 순간에도 환자를 보고 있다”며 “과거보다 인프라는 늘었지만 정책적 지원은 후퇴했고, 규제는 강화됐다. 현장을 지탱하는 동력은 ‘나아질 거라는 기대’였지만 지금은 그 기대가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의료현장에서 포상을 바라는 게 아니다. 강압적 입법과 과도한 규제, 책임 전가가 현장을 무너뜨리고 있다”며 “응급실 뺑뺑이는 우리에게 십자가와 같은 단어이다. 더 이상 외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대안을 제시하고 정부에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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