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뷰] 충청권 7개 의대에 549명 증원...내년도 정원 1천명 육박
최소 7명부터 최대 151명까지 의대별 정원 배분 큰 격차
정원 확대 따른 교육여건 개선·교수 충원 등 구체적 계획 부재

[라포르시안] 마침내 정부가 의대 증원 2000명 증원에 마침표를 찍었다. 전국 40개 의대 가운데 서울지역 의대 8곳을 제외한 경인권과 비수도권에 있는 의대 32곳에 2000명 증원분을 나눠 배정했다. 

증원분 배분은 정부가 제시한 의료개혁의 핵심 목표인 지역 완결형 의료체계 구축에 초점을 맞춰 배정 정원의 80% 이상을 비수도권 대학에 우선적으로 배치했다. 또 정원 50명 이하 미니 의대는 적정 정원규모를 갖춰 운영되도록 증원했다. 

지역별로 보면 비수도권 27개 대학에 전체 증원분의 82%인 1639명을 증원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비수도권 의대 정원은 현재 2023명에서 내년부터 3662명으로 66.2% 72.4% 수준까지 높아진다. 이런 기준에 따라 거점국립대 9곳 가운데 강원대·제주대를 제외한 경북대, 경상국립대, 부산대, 전북대, 전남대, 충북대, 충남대 등 7곳의 정원이 200명으로 늘었다.

의대 증원분 배분의 최대 수혜지역은 충청권이다. 충남과 충북, 대전 지역에 있는 7개 의대 정원은 이번 증원 배분을 통해 549명이 늘었다. 내년도부터 충청권 7개 의대의 입학정원은 증원분을 포함해 총 970명에 달한다. 전체 의대 정원 5058명 중에서 약 20%에 육박한다. 기존에 충청권 7개 의대의 입학정원은 총 421명으로 전체 의대정원 3058명에서 약 14%를 차지했다. 

이번에 증원분 배분으로 충청권 의대 정원이 엄청나게 증가한 셈이다. 특히 충북대 의대는 기존 정원 49명에서 151명을 증원해 내년도부터 입학정원이 200명으로 4배나 늘었다. 

충청권 7개 의대에 549명을 배분한 게 얼마나 많은지는 다른 지역과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경남도와 경북도, 대구, 부산, 울산 등 경상권 지역에 11개 의대의 현재 총 정원은 810명이다. 이번에 배정된 증원분은 총 650명으로, 내년도에 경상권 11개 의대 입학정원은 총 1460명이다. 

내년부터 7개 의대가 있는 충청권의 의대 입학정원은 서울 지역 8개 의대 입학정원(826명)보다 더 많아지는 셈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지난 20일 의대 정원 배정결과 관련 브리핑에서 "각 권역에 거점병원 역할을 하는 병원들이 있는데, 충북도에는 충북대병원이 되겠고 전북에는 전북대병원이 되겠다"며 "이 둘을 비교해 보면 이번에 결정한 최종 정원 수가 200명으로 동일하고, 병원도 병상수가 유사하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같이 200명을 맞춰주는 것이 맞겠다는 판단이 됐다. (충북대 의대는) 기존의 정원 자체가 오히려 너무 소규모로 작았다"고 말했다. 

전북대병원과 충북대병원이 병상 규모가 비슷하니 이에 맞춰 의대 정원도 동일하게 200명 규모로 맞춰 배정했다는 설명이다. 

아무리 지역 완결형 의료체계 구축에 초점을 맞춰 의대 증원분 배정을 했다지만 이렇게까지 충청권에 많은 의대 정원과 의사인력 배출이 필요한지는 짚어볼 일이다. 

정부가 의대 정원 배정에서 '2000명 증원'이란 숫자에 지나치게 집착한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의대별 증원분 배정을 보면 적게는 7명부터 24명까지, 많게는 124명부터 151명까지 배정이 이뤄졌다. 이를 통해 각 의대별 내년도 입학정원이 100명, 120명, 150, 200명 씩 딱 맞춰 떨어진다. '2000명'이란 숫자에 맞춰 대학별로 꿰맞추기를 한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2000명 증원은 대통령실의 병적인 집착"이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충북대를 비롯해 내년부터 갑자기 정원이 80~150명이나 늘어나는 의대에서 학생교육을 어떻게 실시할 것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학생 수가 급증하지만 강의실과 실습 환경 등은 전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1년 이내에 정원 증가 규모에 맞춰 새로운 교육환경을 구축하기까지는 요원하다. 

충북대 의대 내부에서는 4배가 커진 입학정원에 맞춰 강의실과 교수진 확충, 임상실습 공간 확보 대책이 부재한 상태에서 부실교육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의대정원 확대에 따른 교육여건 개선과 의대교수 충원 등에 있어서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일 의대정원 증원 결과 발표 브리핑에서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측은 앞으로 교육여건 개선을 위한 계획을 수립해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브리핑에서 "(의대 증원) 방향에 따라서 각 대학에서 학생 정원 규모가 정해지면 거기에 따라서 어떻게 교수와 그 시설, 기자재를 확충할 것인가의 계획을 수립하게 된다"며 "대학 내에서의 계획을 수립해, 국립의 경우 관계부처와 협의를 해서 정원 절차, 구체적인 실행에 필요한 예산 등의 지원체계를 신속하게 마련해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각 대학이 5월까지 2025학년도 신입생 모집요강을 확정하면 그에 맞춰 교육여건 개선 계획을 세우고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렇게 증원해 배출된 의사인력이 지역에 남아서 필수의료 분야에 종사한다는 보장도 없다. 지역 의대에서 의사인력 배출이 늘어나지만 이들이 근무할 공공병원도 제대로 없다. 늘어난 의사인력이 지역의료와 공공의료 분야에서 근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나 인프라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늘어난 의사인력이 지역의료가 아닌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옮겨가 지역간 의료불균형을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다.  

“정권은 짧지만 의료 붕괴의 여파는 영원하다"는 우려처럼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서 누가 뒷감당을 하게 될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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