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개 의대 교수 비대위, 오늘까지 사직서 제출 여부 결정
"의학교육 현장 붕괴되면 교수로서 사명은 더 이상 없어" 강경
정부, 강경 대응 방침 고수...의정 대화채널 회복 요원해

[라포르시안]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4주차를 넘어섰다. 전공의 인력이 의료인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대형병원은 수술과 입원진료 등에서 차질을 빚고 있다. 

의사집단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내년부터 의대정원 2000명 증원을 강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의대 증원 갈등을 풀 수 있는 의정 간 공식적인 대화 채널은 단절된 상태다. 의료현장의 혼란을 수습할 수 있는 돌파구를 찾기가 시간이 지날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상급종합병원에서 전공의 인력공백을 메꿔온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 여부가 의대 증원 갈등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12일 저녁 서울대, 연세대, 울산대, 가톨릭대 등을 포함한 전국 19개 의대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들이 온라인 회의를 열고 집단 사직서 제출 등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전국 의대교수 비대위에 참여하는 19개 의대는 제주대, 원광대, 울산대, 인제대, 한림대, 아주대, 단국대, 서울대, 경상대, 충북대, 한양대, 대구가톨릭대, 연세대, 부산대, 가톨릭대, 충남대, 건국대, 강원대, 계명대 등이다. 

19개 의대 교수들은 이날 회의에서 의대생들의 학업과 전공의 수련 중단으로 인한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대위'를 조직하고 연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전국 의대교수 비대위는 "의대생과 수련병원 전공의들이 학업과 수련을 마치지 못하면 대한민국 의료의 진짜 붕괴가 올 것"이라며 "정부의 전공의에 대한 사법적 조치와 의과대학 학생들의 유급 및 휴학 위기가 곧 다가옴에 따라 이를 막기 위한 교수들의 행동을 논의한 결과 3월 15일까지 각 대학의 교수 사직서 제출에 대해 소속 대학 교수와 수련병원 임상진료 교수의 의사를 물어서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사직서 제출이 의결된 대학의 사직서 제출 시기는 다음 회의에서 결정하고, 사직서가 수리되기 전까지 각 대학의 수련병원에서 환자 진료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덧붙였다. 

의대 교수들은 정부가 의대생과 전공의에 대해서 제재를 가할 경우 사직서를 제출하겠다는 여론이 높다. 

대구가톨릭대의대 교수회 비대위가 지난 12일 전체 교수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공의/의대생에 대한 제재 발생시 교수 중 89.4%가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답했다. 

대구가톨릭대 의대 교수회는 지난 9일 성명을 내고 "전공의들의 사직을 충분히 이해하고, 존중하기에 묵묵히 병원을 지키고 있을 뿐, 정부 정책에 동조하는 것이 아니다" 라며 "의대생, 전공의들의 결정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며, 정부의 강압 때문에 그들에게 피해가 발생한다면 그들과 함께 행동할 것"이라고 했다.

성균관대 의대 교수협의회도 지난 14일 오후 전체 교수회의를 열고 비상대책위원회를 이번 주 내에 출범하기로 결정하고, 다른 의대교수들과 협력 대응을 강화하기로 했다.

성균관대 의대 교수협은 "학생 휴학과 전공의 사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하기로 했다"며 "교수 사직을 포함한 교수들의 향후 행동에 관한 계획 수립하고, 현재 상태에서 최선의 진료로 중증 및 응급 환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지난 14일 긴급총회를 열고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 결의 현황 등 의대별 상황을 공유했다. 

전의교협은 앞서 지난 11일 5차 성명서를 내고 "정부는 전제조건을 내건 대화만을 고집하고 있으며, 이제는 전공의에 대한 집단 행정처분을 통해 아예 병원으로 돌아올 기회조차 박탈하고 있다. 학생의 휴학 및 유급을 촉발해 의과대학 교육 체계마저 붕괴시키고 있다"고 했다. . 

전의교협은 "전공의와 학생이 중대한 피해를 입고, 교육 현장이 붕괴되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면, 교수로서의 사명은 더 이상 없다"며 "전공의와 학생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할 경우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는 현사태를 야기한 정부에 대해 단호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며, 문제해결을 위한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의대 교수들이 집단행동에 나설 경우 '진료유지명령' 발동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지난 12일 브리핑에서 “교수들도 기본적으로 의료인이기 때문에 의료 현장을 떠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의료법에 근거한 각종 명령이 가능하다”며 “지금 명령을 한다 안한다를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도 정부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14일 브리핑에서 박 차관은 의대 교수들을 향해 "지금은 환자를 떠난 전공의들을 의료현장으로 돌아오도록 설득할 때"라며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것은 의사로서의 직업적·윤리적 소명이자 법적 책무이다. 환자와 그 가족의 고통을 외면한 채 환자의 생명을 버린다면 의료현장에 남아 있는 제자들과 국민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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