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복귀 전공의 행정처분 절차 개시에 우려 증폭
“교수마저 병원 떠나면 의료계 향한 비난 더 높아질 것”
“투쟁-환자 딜레마 놓고 저울질 하는 정부가 더 나빠”

[라포르시안]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에 대한 정부의 행정처분 절차가 시작된 가운데 제자들이 법적 불이익을 당할까 걱정하는 의과대학 교수들의 우려가 높다. 하지만 본인들마저 병원을 떠날 경우 지금보다 더 심각한 의료공백이 어지게 되고, 결국 의료계를 향한 국민적 비난이 증폭될 수 있는 만큼 전공의들을 위해 실질적으로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이 의대 교수들의 하소연이다.

보건복지부는 앞서 예고한 것처럼 2월  29일까지 의료현장에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 7,000여명에 대한 3개월 면허정지 행정처분 절차에 돌입했다. 정부는 5일부터 해당 전공의들에게 사전통보서를 발송할 계획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지난 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을 열고 “정부는 현장을 점검해 위반사항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계획”이라며 “7,000여 명의 면허정지 처분 절차가 돌입되는 것이고, 4일 현장점검 결과 복귀 부재가 확인되면 내일(5일) 바로 사전 통보를 예고한다”고 말했다.

의대 교수들은 제자인 전공의들에 대한 법적 처분 가능성이 높아지자 걱정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현실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전공의들이 떠난 병원에서 교수들마저 ‘집단행동’에 나선다면 지금보다 더 심각한 의료공백이 벌어지고, 이로 인해 의료계가 더욱 비난을 받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A대학병원 소속 내과 K교수는 라포르시안과의 통화에서 “지금 상황에서 교수들이 (제자들을 위해)어떤 일을 할 수 있겠나”라며 “교수들마저 병원을 떠나면 의료계는 더 큰 공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K교수는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현재 교수들도 투쟁의 일환으로 환자 진료 및 수술 등에서 사고가 나지 않도록 버티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히려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등 의료정책과 관련한 의-정 대립 상황이 해결되면 병원을 떠나는 교수들이 많을 것으로 내다봤다.

K교수는 “최근 의대 교수들은 회의감과 좌절감을 크게 느끼고 있다”며 “현재 상황이 언제든 정리가 되면 병원을 떠나는 교수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수들은 학장이나 총장에게 의대 증원 규모를 작성하지 말거나 최소한으로 제출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지키지 않고 엄청난 숫자를 쓰고 있다”며 “이런 이유로 교수들은 의대학장이나 대학총장 등에 대한 분노와 반발이 상당하다. 하나둘씩 병원을 떠나는 교수들이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B대학병원 신경외과 L교수도 전공의들을 위해 교수들이 직접 행동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L교수는 “교수들 역시 제자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 없어야 하고, 불합리한 정책을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그런데 중요한 것은 환자들이 있다는 점이다. 환자들이 다치면 안 되기 때문에 교수까지 병원을 떠날 수 없는 딜레마를 마주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교수들 역시 어떤 형태든지 가능하다면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정부에 강력하게 항의하고 싶지만 그런 방법이 있을까 싶다”며 “사실 강력한 방법이라면 환자와 병원을 떠나는 것인데, 그럴 수 없는 딜레마를 지렛대 삼아서 (의사들에게) 울며 겨자먹기로 협조하라는 정부가 참 나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C대학병원 응급의학과 L교수는 전공의를 바라보는 교수들 시선이  2020년 의사 총파업 당시와 다르다고 강조했다.

L교수는 “2020년에는 전공의들에게 병원으로 돌아오라는 교수가 많았지만, 이번에는 그런 교수가 거의 없을 것”이라며 “교수 입장에서 전공의들에게 전문의로서 미래에 대한 길을 보여줄 수 있다면 돌아오라고 할텐데, 지금은 교수 본인들도 괴롭고 힘든데 제자들에게 너희도 이런 인생을 살라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공의 사직 후 교수들의 피로도는 극에 달했지만 전공의들을 원망하지 않는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L교수는 “전공의들이 나가고 업무가 너무 힘들지만 그렇다고 전공의들을 욕하거나 원망하는 교수들은 없다”며 “대부분 교수들은 네 오히려 전공의들에게 미안하다며, 그들이 법적 처벌이나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 돕게다고 한다. 이런 점들이 2020년 집단행동 때와 가장 큰 차이”라고 전했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를 비롯해 의사단체에서 전공의들의 법적 불이익을 돕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정작 병원 차원에선 적극적인 지원을 할 수 없다는 하소연도 털어놨다.

그는 “대학이나 병원 차원에서 전공의들을 대놓고 도와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정부는 (의대와 병원에) 전공의들을 도와주지 말라고 하고 있다. 의사회 차원에서 전공의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지만 병원이 공식적으로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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