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교수들, 가르칠 학생·전공의 사라진 상황에서 정체성 혼란마저 느껴"

의협 비대위 주수호 언론홍보위원장.
의협 비대위 주수호 언론홍보위원장.

[라포르시안]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전국 40개 대학이 2025학년도 의대정원 3,401명을 증원 신청한 것에 대해 강하게 규탄하며, 무리한 규모의 증원 신청 뒤에 정부의 압력이 있었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앞서 교육부가 지난달 22일부터 3월 4일까지 2025학년도 의과대학 정원 신청을 받은 결과, 의과대학이 있는 총 40개 대학 모두가 증원을 요청했다. 증원 규모는 총 3,401명이다. 지역별로는 서울 소재 8개 대학이 365명, 경기·인천 소재 5개 대학이 565명 증원을 신청했으며, 비수도권 27개 대학은 2,471명 증원을 신청했다.

이와 관련 의협 비대위는 5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의과대학과 수련병원 존재 이유가 사라진 현실에서, 무리한 의대 증원 신청을 강행한 대학 본부와 정부의 만행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의협 비대위 주수호 언론홍보위원장은 “희망을 잃고 의업을 포기한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들은 의사로서 올바른 길을 갈 수 없는 불합리한 이 상황이 정상화 되기 전까지는 절대로 돌아갈 수 없다고 울부짖고 있다”며 “그럼에도 정부는 필수의료를 책임지고 있던 전공의들의 면허를 정지하겠다고 협박하며, 사실상 필수의료를 없애 국가 자살 상태로 가려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주수호 위원장은 “의학 교육을 직접 담당하는 의대 교수들의 분노와 절규가 담긴 반대에도 불구하고, 각 대학본부는 3,401명이라는 터무니없는 규모의 의대 증원 안을 정부에 제출하는 만행을 저질렀다”며 “정부가 각 대학본부를 압박해 의대 증원을 신청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주 위원장은 “정부와 대학본부의 만행으로 인해 이제 교수들까지 자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가르칠 학생과 전공의가 사라진 지금의 상황에서 교수들은 정체성의 혼란마저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대학의 의대정원 증원 방침에 반대하는 강원대 의대 교수들의 삭발 소식도 전했다. 강원대는 교육부에 현재 의대 입학정원 49명에서 140명으로 증원을 신청한 것으로 확인되자강원대 의대 교수 10여명은 5일 교수와 학생 등 구성원 의사에 반하는 대학 측의 일방적인 증원 방침에 반대한다면서 의대 앞에서 삭발식을 진행했다.

주 언론홍보위원장은 “강원의대 학장에 따르면 교수 모두가 의대 증원은 한 명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견을 대학본부 측에 여러 차례 전달하고 호소했지만, 대학본부는 직접 학생을 가르치는 의대 교수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140명 증원을 요청했다”며 “대학본부에 강력하게 항의하기 위한 방법이 현재로서 삭발식 밖에 없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는 “현재 확인된 바로는 서울대, 연세대, 고대는 의대 학장들이 한 명도 증원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들었다”며 “하지만 해당 대학 총장이 몇 명 증원을 요청했는지에 대해서는 정부도 밝히지 않고 있고, 의협 비대위도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의대 학장 대부분 많아야 10% 정도의 증원을 이야기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본부와 총장 측에서 일방적으로 많은 수의 증원을 정부에 보고한 것이 사실”이라며 “정부는 교육부에서 총장에게 어떤 압박도 없었다고 했는데, 과연 총장이 의대학장과 교수들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그렇게 많은 수의 증원을 보고했는지, 외부의 압력이 있었는지는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 위원장은 “현재 정부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의사들이 의업을 포기하게끔 강제하고 있다”며 “14만 의사는 모든 의사들이 의업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비극을 막기 위해 비폭력, 무저항, 자발적 포기운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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