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전공의 모집서 소청과 지원자 '0'명 수련병원 수두룩
'빅5' 병원도 대부분 미달...세브란스병원, 지원자 한 명도 없어
산부인과도 지원 기피 이어져...분만·소청과 진료 인프라 붕괴 우려

[라포르시안] 내년 상반기 전공의(레지던트) 1년차 모집에서 수도권 대형병원을 비롯한 대다수 수련병원에서 소아청소년과가 심각한 미달 사태를 맞았다. 서울 시내 주요 대학병원조차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모집에서 대부분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인구 재난' 수준의 심각한 저출산 속에서 소청과 전공의 지원율이 지속해 하락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 이어지면 '소아진료 공백'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소청과뿐만 아니라 산부인과와 흉부외과 응급의학과 등 필수의료 과에서 전공의 지원 기피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7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6일 마감된 2024년 상반기 소아청소년과 레지던트 1년차 모집에서 대다수 수련병원이 미달 사태를 맞았고, 전체적인 소청과 지원율도 20%를 조금 웃돌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울의 '빅5' 병원 중 서울아산병원을 제외한 서울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가톨릭대의료원에서도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유일하게 소청과 정원을 채운 서울아산병원은 10명 모집에 12명이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서울대병원의 경우 소청과 정원 17명에 지원자는 15명에 그쳤다. 특히 세브란스병원은 소청과 정원 10명에 지원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삼성서울병원은 소청과 정원 9명에 7명이 지원했다. 수도권 대형병원을 제외한 지방 국립대병원 등에서는 소청과 전공의 지원자가 단 한 명도 없는 곳이 수두룩하게 나왔다. 

소청과와 함께 저출산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산부인과 지원율도 저조한 수준이다.

빅5 병원 가운데 삼성서울병원과 서울대병원이 산부인과 전공의 모집에서 정원을 채웠다. 반면 서울아산병원과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등은 미달 사태를 맞았다. 세브란스병원은 소청과에 이어 산부인과에서도 지원자 '0'명을 기록했다. 

심장혈관흉부외과 지원 기피도 계속 이어졌다. 심장혈관흉부외과는 지난해 50% 중반대 지원율을 기록했지만 이번에는 총 62명 정원에 지원자는 20명을 조금 넘는 수준에 그쳐 지원율이 30%대로 떨어졌다. 

빅5 중에서 서울아산병원만이 정원 5명에 지원자 6명으로 정원을 채웠다. 그러나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나머지 병원에서는 모두 미달 사태를 맞았다. 

앞서 지난 10월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소아진료 정책가산 신설 ▲필수의료 지원대책에 따른 분만수가 개선방안 등을 마련했지만 전공의 지원율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산부인과 분만 수가 개선에 연 2600억 원, 소아진료 정책가산 신설에 연 300억 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추가 투입키로 결정했다.

소아진료 정책가산은 소아청소년과를 표방하는 요양기관을 대상으로 하며,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6세 미만 소아 환자를 초진 진료 시 정책가산금을 지원한다. 정책가산금은 1세 미만은 7,000원, 6세 미만은 3,500원을 지원한다. 

필수의료 분야인 분만 관련 수가도 지역 단위별로 개선한다. 분만의료기관이 소재한 지역 상황과 각 의료기관의 시설과 인력을 감안하여 지역수가와 안전정책수가를 도입한다.

지역 여건에 따른 의료자원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특별․광역시 등 대도시를 제외한 전 지역의 의료기관에 분만 건당 55만 원의 지역수가를 보상한다. 의료사고 예방 등을 위한 안전한 분만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산부인과 전문의가 상근하고 분만실을 보유하고 있는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안전정책수가를 도입해 분만 건당 55만 원을 추가로 보상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소아청소년과의사회와 산부인과의사회 등 의사단체에서는 정부 대책이 젊은 의사들을 기파과로 유인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실제로 전공의 모집에서 그런 우려가 현실화한 셈이다. 

무엇보다 지금과 같은 저출산이 지속한다면 소청과와 산부인과에서 미래에 대한 희망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지원 기피는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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