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종병 의사인력서 전공의 40% 육박...2020년 전공의 파업 나서자 진료마비
대전협 "필수의료 기피 문제 해결하려면 상급종병 전문의 채용 확대해야"
복지부, 전문의 중심 병원 인력구조 개선.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추진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

[라포르시안]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등으로 의사인력 확충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가 늘어난 의시인력이 지역·필수의료 분야로 유입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의료기관이 전문의 중심으로 운영될 수 있게끔 인력 구조 개선을 추진한다. 

1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조규홍 장관은 지난 13일 부산광역시를 방문해 지역 및 필수의료 혁신을 위한 지역 순회 간담회를 열었다. 앞서 지난 6일에는 울산광역시, 7일에는 제주특별자치도를 방문해 ‘찾아가는 간담회’를 열고 지역·필수의료 정책패키지의 핵심적인 내용을 순차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부산지역 간담회에서 조규홍 장관은 지난 10월 발표한 ‘필수의료 혁신전략’ 및 ‘의사인력 확충 추진계획’을 바탕으로 전공의 등 의료인력의 근무 여건 개선 대책을 설명했다. 

조 장관은 충분한 임상역량을 갖춘 전문의 중심으로 병원이 운영될 수 있도록 인력 구조를 개선할 계획임을 밝히고, 보상체계와 각종 인력 제도도 이에 맞춰 개선하겠다고 했다. 

복지부는 보상체계와 각종 인력 제도를 개선해 의사의 번아웃을 방지하는 동시에 좋은 일자리도 확대할 예정이다.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는 도입 취지에 맞도록 입원서비스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보상을 강화할 방침이다. 

조규홍 장관은 “지역·필수의료 의사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선 의사인력 확충과 더불어 의사인력이 소진되지 않고 자부심을 가지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지역·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다양한 정책 대안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전문의 중심으로 병원의 인력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은 의료계에서도 지속해 제기해왔다. 특히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수련병원의 필수의료과 기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전문의 인력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2021년 보건의료인력실태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보건의료인력실태조사 결과보고서 근무 의사 인력 분포를 보면 상급종합병원은 전문의 비중이 57.9%, 레지던트 26.8%, 인턴 11.0% 순이었다. 종합병원은 전문의와 레지던트 비중이 각각 77.2%, 15.5%였다. 

표 출처: 2021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
표 출처: 2021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

대형병원은 레지던트와 인턴 등 전공의 비율이 거의 40%에 육박할 정도다.  인건비가 비싼 전문의 대신 싼 노동력의 전공의에 의존하는 진료시스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0년 의사 파업 때 전공의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진료대란이 벌어진 게 그 방증이다. 전국 의사 수가 10만명이 넘지만 그 중에서 약 1만명 정도의 전공의가 파업에 나서자 응급실 운영에 차질을 빚고 수술이 연기되는 등 의료시스템이 마비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만큼 대형병원들이 전공의 인력 의존도가 높다는 의미다.  전공의 노동력을 갈아넣어서 돌아가는 구조나 마찬가지다. <관련 기사: 전공의·전임의 등 젊은 의사 노동력 착취로 버티는 한국 의료체계>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실시한 ‘2022 전공의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전공의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77.7시간이었다. 전공의 가운데 52.0%가 ‘4주 평균 주 80시간을 초과해 근무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렇게 '전공의 과로'에 의존해 돌아가는 의료시스템이 환자 안전에도 좋을 리 없다. 만성적인 의사인력 부족 속에서 전공의의 '쉼 없는 장시간 노동'은 업무집중도를 떨어뜨려 의료 질 악화와 환자안전을 위협하는 원인이 된다.

앞서부터 대전협은 수련환경 개선과 필수의료 기피과 문제를 개선하려면 상급종합병원의 전문의 채용 확대를 추진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대전협은 최근 2024년도 상반기 레지던트 모집 결과 관련해 "필수의료 기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급종합병원 전문의 채용 확대를 통해 부족한 인력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전공의 의존도가 높다"며 "전문의 인력 확보를 통해 전공의 업무량을 줄여야 한다. 전공의 근무 시간을 주 80시간에서 주 68시간으로, 연속 수련 상한은 최대 36시간에서 최대 24시간으로 제한하는 전공의 특별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상급종합병원이 전문의 채용을 늘리도록 하려면 수가 가산 및 정부의 국고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전협은 "상급종합병원 지정 시 의사 인력기준 강화, 병상 당 전문의 수 기준 신설, 상급종합병원 평가 시 전문의 및 응급·입원전담전문의 수 평가 지표 강화 등 병원이 더 많은 전문의를 채용하도록 제도적 기반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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