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MZ세대 보건의료인력 근무환경 개선' 토론회 개최
전공의 36시간 연속근무 개선.전문의 채용 확대 등 필요
"전공의법 따른 문제 해결 넘어서 노동권 옹호 관점서 노력해야"

 

[라포르시안] 한국은 장시간 노동을 미덕으로 여기는 '과로사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보면 2021년 기준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1915시간으로, 38개 회원국 가운데 5번째로 길었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에서 노동시간을 주 최대 69시간으로 확대하는 노동시간 개편안을 추진해 논란을 샀다. 

그런데 주 최대 69시간제를 반기는(?) 이들도 있었다. 수련병원에서 근무하는 전공의들이다. 
  
수련병원에서 근무하는 전공의의 장시간 노동시간은 악명이 높다.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실시한 ‘2022 전공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전공의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77.7시간이었다. 전공의 가운데 52.0%가 ‘4주 평균 주 80시간을 초과해 근무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과목별로 보면 흉부외과가 102.1시간으로 가장 길었다. 다음으로 외과(90.6시간), 신경외과(90.0 시간), 안과(89.1시간), 인턴(87.8시간) 순이었다. 

24시간 초과 연속근무를 ‘일주일에 3일 이상’ 한다고 응답한 전공의 비율은 16.2%였다. 16시간 이상 연속수련 후 최소 10시간 휴식시간을 받았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33.9%가 제공받지 못했다고 했다.

전공의들은 "아마도 노동시간 주 최대 64시간 제도를 유일하게 환영하는 직종은 코로나19 최전선에서 뛰었던 바로 전공의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장시간 노동을 당연시하는 보건의료 현장을 꼬집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7일 국회에서 '2030 전공의 간담회 : MZ세대 보건의료인력 근무환경개선'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이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인재근·정춘숙·신현영 의원과 대한전공의협의회, 젊은의사협의체, 더불어민주당 보건의료특별위원회가 공동 주최했다. 

이날 토혼회에서 발제를 맡은 강민구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은 환자 안전 확보와 필수의료 분야 근무여건 개선을 위해서는 전공의 과로방지법(연속근무 24시간 제한)’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전공의 연속수련시간 상한 36시간(응급상황시 최대 40시간)을 24시간(응급상황시 최대 30시간)으로 낮추는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 개정안을 제출한 바 있다. 

강민구 회장은 "전공의 과로방지법에 더해 전공의 1인당 환자 수를 15명 내외로 제한해 적절한 수련을 위한 교육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또 병상당 전담전문의 인력기준 개선 및 국고지원 확보, 수가 연동 등으로 수련병원 내 전문의 수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 류현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운영위원(일환경건강센터 센터장, 직업환경의학전문의)는 전공의들의 장시간 노동과 과로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은 병원의 인력 확충에 있다고 지적했다. 

류현철 운영위원은 "대전협 실태조사에서 드러난 전공의들의 여전한 장시간 노동, 부족한 수면과 휴식, 폭언과 욕설에 노출, 정신 건강상의 문제는 일차적으로 일하는 사람들 일반의 노동권과 건강권의 측면에서 개선돼야 마땅하다"며 "그런 의미에서 기존 ‘전공의법’에서 36시간 연속근무 제도를 24시간으로 단축하는 등 시급하게 요구되는 사안을 ‘전공의 과로방지법’이란 이름으로 개정하는 것 역시 의미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류 운영위원은 "여러 가지 요구사안이 있지만 가장 핵심적인 전공의들의 과로와 이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은 병원의 인력 확충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통상 노동자들의 경우에는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노동시간이 길고 노동환경이 열악한 경우가 많지만 전공의들은 중대형병원일수록 초과근무 비율이 높다. 비용지불 여력이 되는 중대형병원부터 의사인력 충원을 우선적으로 확충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과정이 '전공의특별법'에 의한 제한적인 적용에서 벗어나 근로기준법 상 노동자의 권리를 추구하는 것으로 확대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류 운영위원은 "‘전공의법’이라는 특별법에 매달린 문제 해결 시도를 넘어서야 하며, 전공의법에 대한 논의 역시 근로기준법이나 노동법 일반에 기준해 이뤄지는 것이 필요하다"며 "근로기준법 적용 문제는 전공의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적용제외나 특례 등 차별과 예외로 인해 정당한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모든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 옹호라는 관점에서 사회적 노력을 함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공의법 시행 이후 전공의 근무시간이 줄어든만큼 생긴 업무 공백을 메우는 일은 임상강사(전임의)나 젊은 교수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 병원 내에서 제목소리를 내기 힘든 임상강사와 젊은 교수는 장시간 근무에 시달리며 '노동권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다.   

한석문 젊은의사협의체 보건정책위원회 위원(서울대병원 임상강사)는 " 2017년 전공의법 시행 이후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연착륙이 실패해 대부분 업무는 상급연차 전공의, 임상강사, 교수 등이 분담하게 됐고, 현재 상당수가 번아웃을 경험 중"이라며 "국내 수련병원 특성 상 전임의의 업무부담은 교수에 비해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생명에 직결되는 내과, 외과, 신경외과 등 필수의료과는 전임의 과정이 필수화됐기 때문에 전임의의 업무가중은 필수의료분야 인력 이탈현상과도 관련이 높다"고 지적했다. 

한 위원은 "분과별 전임의 숫자, 근무형태 및 강도, 노동관련 문제 발생여부 등에 대한 조사는 전무하며, 현행대로 노동강도에 대한 규제없이 수련병원 자율에 맡긴다면 과거 전공의법 이전 과로했던 전공의들에게 발생한 비극이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며 "전공의법 개정 이전에 수련병원의 전문의 인력 채용 등 대체인력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하며, 임상강사와 젊은 교수 등 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의료직역의 노동여건 조사 및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보건복지부 수련환경평가위원회에서 전공의 근무환경 개선 방안을 찾으려는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유희철 수련환경평가위원장(전북대병원장)은 "조만간 구성될 수평위 분과에서 수련시간 등 전공의 근무환경 개선과 양질의 수련의 질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 의료의 질적 수준 향상을 위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방안 등을 고민하겠다"며 "이미 지난 수평위에서도 수련교육 질 향상을 위해 국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해 왔고, 보건복지부는 지난 3년간 대한병원협회와 함께 약 20여 억원을 투자해 전문과목학회와 함께 교과과정 체계화를 위한 연구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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