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연대본부, 각 대선 후보측에 보건의료 정책공약 관련 질의

[라포르시안] 오는 3월 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별 대선후보 캠프에서 보건의료 공약 발표도 잇따르고 있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각 후보들의 보건의료 공약은 주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공공의료 확충 ▲의료체계 개편 등 3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관련 기사: '노노간병·간병살인' 커지는 간병 문제...대선 후보별 정책공약은?>  

이런 가운데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가 국민의당,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진보당(가나다 순) 등 5개 정당 대선후보 측에 보건의료 정책공약 관련 질의서를 통해 답변을 받고 지난 17일 그 내용을 공개했다. 질의서는 의료공공성 확대, 보건의료인력 대책, 의료민영화 법법안 폐기 등에 대한 입장을 묻는 내용으로 짜였다. 주요 질의에 대한 대선 후보별 답변 내용을 정리해봤다. 

- 간호사 1인당 환자수 법제화에 대한 입장. 

= 코로나19 유행을 겪으면서 의료현장에서 간호인력 부족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여실히 드러났다. 간호사 1인당 돌봐야 할 환자수가 지나치게 많다.

2018년 기준으로 국내 간호사면허 소지자 39만 5000여명 중 의료기관에서 활동하는 간호사는 19만 3900여명으로, 채 절반도 안 된다. 인구 1000명당 의료기관 활동 간호사 수는 3.5명이다. OECD 평균(7.2명)과 비교하면 딱 절반 수준이다.

우리나라 병동 간호사 1명이 담당하는 평균 환자수는 16.3명이다. 평균이 그 정도라는 말이고, 병원별로 차이가 상당히 크다. 간호사 1명이 환자 30~40명을 돌보는 병원도 적지 않다. 미국(5.3명)이나 스위스(7.9명), 영국(8.6명) 등에서 간호사 1명당 평균 환자수와 비교하면 터무니없다.   

적정 간호인력 확충을 위해 간호인력 공급 확대나 간호등급차등제 등 여러 방법을 시도했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병원이 간호인력 확충에 나설 실질적인 동력으로 작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간호사 적정인력 배치기준을 법에 명시하고 강제화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법제화'를 위한 법개정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의료연대본부는 대선 후보 측에 '간호인력 부족문제를 해결하고 국민들이 더욱 안정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간호사 1인당 환자수를 법제화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었다. <관련 기사: "담당 환자 6명으로 줄자 간호가 즐거운 일이구나" 느꼈다는 대학병원 간호사>

이 질문에 김재연 진보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동의'를,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부분 동의' 입장을 밝혔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무응답'이다. 

안철수 후보는 "지방의 중소병원 등은 현실적으로 의료인력 확보가 어렵기 때문에 의료기관 규모, 위치, 수행하는 업무 등을 고려해 단계적 (환자수 법제화) 적용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재명 후보는 "(간호사 1인당 환자수 법제화) 방향에는 동의하며, 이미 공약발표를 통해 우수간호인력 확보, 적정배치, 처우개선 법적 제도적 기반 마련을 약속한 바 있다"며 "종합적인 의료정책 차원에서 적정인력 제도화를 위한 방안도 함께 검토하겠다"고 했다. 

- 공공병상 비율을 전체 공급병상 중 30% 이상으로 확대에 대한 입장.

= '2020 OECD Health Data'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한국의 전체 의료공급체계에서 공공병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5.7%에 그쳤다. 공공병상 비중은 전체 병상 중 10.0%에 불과하다.  OECD 국가에서 평균 공공병원 비율 48.0%, 공공병상 비율 70.0%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전체 의료공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에 불과한 공공병상으로 코로나19 확진자의 80% 이상을 감당하며 버텨왔다. 지난달 신규 확진자가 5000~7000대를 넘나들며 급증하자 대다수 공공병원이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됐다. 이 때문에 공공병원을 이용하는 취약층의 의료이용 접근성이 떨어져 진료공백 상황으로 내몰렸다. 

업무 난이도와 부담감이 높은 확진자 격리치료가 장기화하면서 공공병원 의료진의 피로도가 누적됐고, 추가로 병상을 확충할 공공병원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민간병원을 대상으로 한 병상 동원 행정명령과 운영비 지원을 전제로 한 민간 감염병 전담병원 모집뿐이다. 

앞으로 또다른 신종 감염병 유행이 닥쳤을 때를 대비해서라도 공공병원 확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높다. 의료연대본부는 각 대선후보 측에 코로나19 대응과 공공의료 확대를 위해 공공병상 비율을 전체 병상 중 30%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입장을 물었다. 

김재연 후보와 심상정 후보는 '동의'를, 안철수 후보와 이재명 후보는 '부분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석열 후보는 응답하지 않았다. 

안철수 후보는 "병상 수를 일정한 비율로 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각계 의견을 청취 후에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고, 이재명 후보는 "공공병상 확충에는 적극적으로 공감하나, 구체적인 목표 비율과 달성 시점은 여러 상황을 고려해야 할 것으로 판단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 '병상총량제' 도입에 대한 입장. 

= 국내 병상 공급 구조를 보면 총량은 '과잉공급' 상태이지만 규모의 경쟁력을 갖춘 적정 규모 수준 병원은 지역별로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수도권으로 의료자원 쏠림이 더 심화되고 있어 '병상총량제' 등 적극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작년 국정감사에서 보건복지부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기윤 의원(국민의힘)에게 제출한 광역자치단체별 병상수 자료에 따르면 전국 병상 수는 2021년 상반기 기준으로 71만 8184개로 2017년(70만1744개) 대비 2.3% 증가했다. 

특히 수도권 병상 수 증가율이 전국평균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대비 올해 상반기 서울, 경기, 인천 수도권의 병상 수 증가율은 각각 4.7%, 6.8%, 7.5%로 파악됐다. 지방은 세종시와 대구를 제외하면 증감율이 0~1%대 사이였다. 특히 강원(-6.7%), 광주(-5%), 경북(-3.8%)처럼 병상 수가 감소했다. 

보건복지부가 시도별 병상수급계획을 작성해 병상공급 과잉지역의 경우 추가적인 병상공급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병상총량제에 대해서 김재연, 심상정, 안철수 후보는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재명 후보는 '보분 동의'했고, 윤석열 후보는 응답하지 않았다. 이재명 후보는 "지역 간 의료자원 격차 해소를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고 보고 있으며, 그 차원에서 지역별·기능별 병상 수급 현황 및 병상의 종합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 건강보험 상병수당 실시에 대한 입장.  

= 상병수당 제도란 노동자가 업무와 관계없는 질병·부상으로 경제활동이 불가한 경우 적시에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소득을 일정 부분 보장해 주는 사회보장제도이다. 한국과 미국의 일부 주를 제외한 모든 OECD 국가가 이미 상병수당 제도를 운영해 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상병수당 도입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 이런 가운데 
복지부는 올해 7월부터 3년간 '한국형 상병수당' 시범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상병수당 실시에 대해서 김재연, 심장성, 이재명 후보는 '동의'를, 안철수 후보는 '부분 동의' 입장을 밝혔다. 윤석열 후보는 응답하지 않았다. 안 후보는 "상병수당 제도 취지에 공감하지만 건강보험 재정이 문제"라며 "노인인구 증가 등으로 건보재정 고갈 위기이기 때문에 건강보험료 또는 세금 인상에 대한 국민 설득과 공감대 형성 후 제도 시행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 전면확대에 대한 입장. 

=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보호자나 간병인이 상주하지 않고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24시간 전문간호(간병)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다. 간병비 부담을 줄이고 환자 감염 및 감염병 예방을 위해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전면확대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높다. 

정부는 2015년부터 건강보험을 적용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시범사업을 진행하면서 2022년까지 적용 병상수를 10만개로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제공을 위한 간호인력 확보가 난항을 겪으면서 2021년 말까지 확보한 병상수는 6만개를 조금 넘는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을 전면확대하는 것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의에 김재연, 심상정, 안철수 후보는 '동의'를, 이재명 후보는 '부분 동의'했다. 윤석열 후보는 응답하지 않았다. 이재명 후보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 전면확대 방향에는 동의하며, 환자와 가족의 물리적,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는 간호간병 통합서비스가 보편적 입원 서비스로 자리 잡도록 하겠다"고 공약했다. 

- 공공의료 데이터 사업 중단에 대한 입장.

= '데이터 3법 개정'과 '마이헬스 데이터 사업' 추진을 계기로 공공의료 데이터를 선제적으로 개방하고 민간의료정보와 연계를 확대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개인 의료정보는 민감한 내용이 많고 악용될 소지가 높기 때문에 상업적 용도로 활용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높다. 

정부는 작년 2월 발표한 '마이 헬스웨이 도입 방안'에서 2022년까지 (가칭)'건강정보 고속도로' 역할을 하는 플랫폼을 단계적으로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의료분야 마이데이터 생태계를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시민단체는 의료분야 마이데이터 사업이 국민 편의 증진이 아니라 민간기업의 개인 건강정보 상업화에 있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공공의료 데이터 사업 중단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의에 김재연, 심상정 후보는 '동의'한다는 입장을, 안철수 이재명 후부는 '부분 동의' 입장을 밝혔다. 윤석열 후보는 '무응답'이다. 

안철수 후보는 "개인정보는 철저히 보호되어야 하나 이를 활용한 기술을 통해 국민건강증진에 크게 이바지 할 수 있다면 사업을 계속 이어갈 필요가 있다"며 "다만 개인정보보호를 완벽히 보호할 수 있는 기술적·제도적 장치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재명 후보는 "개인의료정보는 민감정보로 악용.오용될 경우 상당히 큰 피해를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한다"며 "공공의료 데이터 사업 중단에 대해서는 관계기관, 전문가,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해 국민의 이익에 맞게 결정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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