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간병비 급여화 등 공약 제시
시민·환자단체, 간병 문제 개선 대선 정책 아젠다로 환기

[라포르시안] #. 작년 11월 10일, 뇌졸중으로 쓰러져 회복 가능성이 없는 아버지를 돌보지 않고 방치해 숨지게 해 재판에 넘겨진 20대 청년 A씨 항소심 판결이 있어다. 

대학을 다니다 휴학한 상태인 A씨는 뇌졸중으로 쓰러져 1년 가까이 아버지를 돌봤다. 그러나 간병 기간이 길어지면서 휴학생 처지에 더는 감당할 수 없는 경제적인 부담과 주변의 도움이 없는 상태에서 절망했다. 결국 자신의 아버지에게 적절한 돌봄을 제공하지 않고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다. 법원은 존속살해 혐의로  A씨에게 징역 4년 형을 선고했다.

이 사건은 가족에게만 오롯이 떠넘겨진 간병 문제에 대한 고민을 던졌다. 그동안 국가가 간병 문제에서 사실상 방관자 입장을 취하면서 적극적으로 책임지지 않으려 했다는 비난이 빗발쳤다. 인구고령화와 함께 1인 가구 수 증가, 가족기능 축소 등 사회인구 구조 변화로 국가가 더는 간병 문제 책임을 회피할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특히 상급병실료와 선택진료비와 함께 '3대 비급여'로 꼽혔던 간병비는 재난적 의료비 폭탄을 떠안기는 주범이다. 다행히 상급병실료와 선택진료비는 급여화가 되면서 환자 부담이 줄었다. 간병비 문제는 여전히 그대로다. 

간병비 문제를 해결을 위한 방안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간병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확대해 보편적인 입원서비스로 체계화하는 거다. 

간병비를 건강보험 적용 대상으로 하는 데는 재정 부담이 크다. 정부는 후자를 택했다.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정책의 일환으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를 통한 간병비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2015년부터 건강보험을 적용한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제공을 위한 간호인력 확보가 쉽지 않아 지지부진하다. 당초 정부는 2022년까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상을 10만개로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지금까지 확보한 병상수는 6만개를 조금 넘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으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제공 병상수는 6만 4,108개이다. 코로나19 확산세 속에서 감염관리 예방 등을 위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제공병상에 대한 수요 증가로 2021년 6,787병상이 신규 참여해 이 정도로 늘었다. 

인구 고령화와 가족규모 축소에 따른 가족돌봄기능이 약해지면서 간병비 문제는 더는 방치할 수 없는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이런 가운데 오는 3월 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의 대선 후보들이 저마다 간병 문제 해결을 위한 공약을 제시하고 관심을 모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작년 8월 '5대 돌봄 국가책임제' 정책공약을 제시하면서 간병 문제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이 후보는 이 공약에서 어른신, 환자, 장애인, 초등학생과 영유아를 위한 종합적인 돌봄서비스 제공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어르신 요양 돌봄' 구축으로 어르신이 집이나 동네를 벗어나지 않고도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방문간호 및 방문의료 서비스 전국 확대 ▲지방정부를 지역사회 돌봄 컨트롤타워로 구축  ▲노인요양시설 공공성 강화 등으로 접근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환자와 가족 입장에서 재설계하고,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지역 간 격차 해소, 간호ㆍ간병 일자리의 양과 질 향상을 도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돌봄이 미흡한 사회 속에서는 나 자신의 돌봄도 보장받을 수 없다. 가족이 가까스로 지탱해온 돌봄의 부담을 근본적으로 국가와 사회가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은 직접적으로 요양병원 간병비를 건강보험 급여화하겠다고 공약했다. 

윤석열 후보는 작년 10월 말 요양병원 간병비를 건강보험 급여화해 간병 지원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품질 인증제를 신설하겠다고 약속했다. 

요양병원이 아닌 급성기 환자 간병에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확대해 건강보험 지원을 늘리고, 장기요양보험 대상 요양시설 서비스 수준을 선진화하기 위해 품질인증제를 시행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윤 후보는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확대해  간병비 개인 부담을 절반 이상 줄이겠다"며 "초고령 시대에 대비한 요양-간병 지원 시스템을 구축해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민의 부담을 국가가 함께 책임져 요양-간병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로 간병비 부담을 줄이도록 하는 방안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지난달 말에 건강보험 하나로 1년에 병원비 100만원만 부담하는 내용의 이른바 ‘심상정케어’ 공약을 발표했다. '병원비 100만원 상한제'는 2017년 대선 때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제시한 공약이기도 했다. 

심 후보는 "병원비로 인한 가계파탄을 막기 위한 제도로 최종 의료안전망인 ‘재난적의료비지원제’가 있지만 중위소득 100% 이하 계층만 지원받을 수 있다. 게다가 지원액 상한선이 있고, 간병비는 제외되어서 고액진료비에 대한 부담을 덜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병원비 폭탄에 대한 불안이 민간의료보험 가입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 후보는 "민간의료보험 대신 '국민건강보험 하나로'로 병원비 걱정 없는 세상을 이루겠다"며 "모든 국민에게 병원비 완전 '백만 원 상한제'를 적용해 어떤 질병, 어떤 치료에도 1년에 총 100만원까지만 부담하고, 총병원비가 1000만원이어도 100만 원, 1억원이 나와도 환자 본인은 100만원만 부담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공약 발표에서 간병비 지원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빠졌다. 앞으로 간병비 지원에 대한 구체적인 공약은 별도로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아직까지 간병 문제 관련 공약을 제시하지 않았다. 다만 작년 2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하면서 ‘안심서울 프로젝트’를 수립해 실버케어센터를 100% 확충하고, 간병비 제로를 위해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전면 시행하는 방안을 꺼냈다. 

안 후보는 당시 공약에서 서울시 공공병원부터 어르신 개인 간병비 제로를 위해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전면 시행하하겠다고 했다. 

한편 의료계와 시민사회, 환자단체 등에서 대선을 앞두고 간병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제안을 잇따라 제시하고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지난 7일 '대선후보에게 바라는 4대 환자정책'을 발표하면서 현행 간호간병통합서비스제도를 중증질환과 환자중심으로 혁신할 것을 제안했다.

환자단체연합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대상 질환을 경증·중등도 질환에서 간병 고통과 간병비 부담이 큰 중증질환으로 확대하고, 양질의 근로조건과 간병서비스 질 개선, 간병으로 인한 책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간병사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했다. 

간호에 치우친 현행 간호간병통합서비스제도에서 간병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환자단체연합은 "병상에 간병인이 상주하지 않고 환자가 직접 호출하거나 간호보조인력이 수시로 환자를 체크하는 방식이 아닌 병상 상주 공동 간병 방식으로 변경해야 한다"며 "요양병원에서 치료받는 환자에게도 간병서비스는 필수이고, 건강보험 급여화가 시급하기 때문에 질병 중등도가 높은 의료최고도부터 간병서비스 급여화를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0년 11월 출범한 간병시민연대도 올해 대선을 앞두고 간병 문제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공론화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간병시민연대는 출범 당시부터 정부에 간병 문제에 대한 정책적 대안 마련을 촉구하고, 다가올 대선에서 이 사안을 이슈화해 주요 공약으로 채택해 정책추진력을 갖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시민연대는 출범 이후 국내 주요 대형병원이 간병인과 환자 보호자에게 무면허 의료행위를 지시·방조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의료법 위반으로 고발하는 등 간병 문제 제도화를 위해서 적극적인 활동을 펼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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