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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 환자 6명으로 줄자 간호가 즐거운 일이구나" 느꼈다는 대학병원 간호사간호인력 부족 당연시 여겨...1인당 평규 환자수 17명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30~40% 높은 이직률
'간호사 1인당 환자수 법제화' 커져

[라포르시안]" 병동에서 간호간병은 간호사 1명이 환자 6명을 돌보도록 배정하고 있다. 그러나 간호사 인력에는 훈련을 받고 있는 신규간호사와 수간호사 인력이 포함돼 실제로 10명의 환자를 돌봐야 한다. 이런 날에는 화장실 변기 구경도 할 수 없었다. 식사도 불가능하다. 한달에 한번 급식비 정산을 하는 날이 있는데 카드를 찍으니 밥먹은 횟수가 ‘1회’라는 숫자가 나왔다. 너무 비참하고 우울했다"

국내 한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9년차 간호사가 전한 의료현장의 실태다. 의료기관의 만성적인 간호인력 부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관련 기사: OECD 보건통계가 보여주는 한국 간호인력 수급 문제점>

국내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급 의료기관에서 간호사 1명이 평균 16.3명, 병원급 의료기관에는 평균 43.6명의 환자를 맡고 있다고 한다. 이 정도면 말 그대로 간호사가 환자를 돌보고 케어하는 게 아니라 환자를 '바라보기만' 하는 상황이다. 

다른 국가와 비교하면 터무니없다. 간호사 1인당 평균 환자수가 미국 5.7명, 스웨덴 5.4명, 노르웨이 3.7명과 비교해 적게는 3배, 많게는 11배나 더 많은 환자를 돌봐야 한다.

간호사 1명당 과도한 환자 수는 간호사에게 장시간 근무나 초과근무, 높은 업무 강도, 충분하지 않은 휴게시간 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특히 고강도 업무량과 열악한 근무환경은 의료사고 가능성을 높이고, 간호사 이직을 부추기는 주요 원인이다. <관련 기사: 나오데, 더블듀티, 이브데이...간호사 떠나게 만드는 '헬 듀티'>

2018년 기준 간호사면허 소지자 39만 5000여명 중 의료기관에서 활동하는 간호사는 19만 3900여명으로 절반도 되지 않는 49.1%에 불과하다. 인구 1000명당 의료기관 활동 간호사 수는 3.5명으로 OECD 평균(7.2명)과 비교하면 절반에 불과하다.

간호인력이 부족하다보니 간호사 1인당 돌봐야 하는 환자수는 많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병동 간호사 1명이 담당하는 평균 환자수는 16.3명으로 미국(5.3명)·스위스(7.9명)·영국(8.6명)에 비해 2~3배 더 많다. 병원내 간호사 인력부족과 열악한 근무조건이 높은 이직률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전국보건의료노조가 의료기관 102곳을 대상으로 2020년 간호사 이직률을 조사하고 그 결과를 보면 간호사 이직률이 20~30%에 달하는 병원이 많았고, 심지어 이직률이 30~40%인 곳도 있었다. 인천에 있는 한 사립대병원은 작년 한 해 간호사 1,500명 중 425명이 퇴사할 정도였다. 

간호사 이직은 경력 1~3년의 저연차 간호사를 중심으로 빈번하게 발생한다. 경력직 간호사가 빠져나간 자리를 저연차 신규 간호사로 계속 메우고 있기 때문이다. 간호업무 숙련도가 떨어지는 신규 간호사로 인해 업무부담이 늘어난 선배 간호사들의 스트레스가 가중되고 결국 '태움(괴롭힘)'으로 표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신규 간호사 중 상당수는 이런 업무환경을 견디지 못해 병원을 떠나고 간호인력난은 더 심해진다. 이런 악순환은 계속 반복되고 있다.

앞서부터 보건의료 노동자단체 간호 관련 단체 등을 중심으로 간호인력 확충 및 간호사 1인당 적정 환자수 기준 법제화 요구를 지속해서 제기해왔다. 코로나19 유행 장기화로 일선 의료현장 간호사 업무 부담이 가중되면서 간호사 1인당 환자수를 법으로 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올해 산별교섭에서 간호사 1인당 환자수 법제화를 들고 나왔다. 보건복지부와 노정교섭을 벌인 끝에 '간호사 1인당 병상수' 기준인 간호등급 차등제를 '간호사 1인당 실제 환자 수(ratios)' 기준으로 상향 개편하는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최근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법제화 등을 담은 '간호인력인권법' 제정에 나섰다.

의료연대본부는 지난 8일 서울, 대구, 제주에서 동시에 기자회견을 열고 "간호사들은 이제 직접 법제화를 위한 싸움에 나서고자 한다. 간호사 1인당 환자수 법제화 내용을 골자로 폭언과 폭력 등으로부터 간호사들의 안전을 지키는 내용, 신규 간호사 수련환경에 대한 내용 등을 담은 ‘간호인력인권법’ 제정운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앞으로 국회와 대선 후보 등을 상대로 간호인력인권법 제정을 제안하고, 일반국민을 향해 법제화 필요성을 알릴 계획이다.

의료연대본부는 "이미 많은 나라에서 간호사 1인당 환자수가 법제화 되어있고 인력기준 또한 우리나라보다 높은 수준으로 되어있다"며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를 줄이고 간호인력을 충원하는 실질적인 조치가 포함되지 않은 그 어떤 꼼수도 거부하며, 국회와 정부는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법제화로 병원현장 간호인력 충원을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간호사 1인당 환자수 법제화가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의료서비스 질 향상과 환자 안전 때문이다. 만성적인 인력부족 속에서 '노동력 갈아넣기' 식으로 제공되는 간호 서비스가 환자에게 양질의 돌봄일 리 없다.

지난 8일 의료연대본부 기자회견에 참석한 서울대병원 소속 한 간호사는 "작년에 전공의들이 집단 휴진 했을 때 담당 환자수가 줄어들어 처음으로 여섯 명의 환자를 간호하게 됐다. 그때 저는 이게 간호구나, 간호가 이렇게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느꼈다"며 "간호사 한명이 담당하는 환자수가 줄어들면 간호사는 환자의 상태를 한번이라도 더 확인할 수 있고, 상태 변화를 빨리 알아채고 빠른 처치를 해 환자의 사망을 감소시킬 수 있게 된다는 것을 몸소 느꼈다"고 말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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