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시민연대, '간병 제도화' 주제로 온라인 토론회 열어
급성기병원은 간호간병 확대·요양병원은 간병 급여화·지역사회돌봄 연계

[라포르시안] 재난적 의료비 폭탄의 주범으로 꼽히던 '3대 비급여' 중 상급병실료와 선택진료비는 급여화가 되면서 환자 부담이 크게 줄었다. 그러나 간병비는 여전히 미해결 과제로 남았다.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정책의 일환으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를 통한 간병비 부담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2015년부터 건강보험을 적용한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지만 간호인력 확보 문제로 지지부진하다. 

하루 10만원에 달하는 간병비 부담 때문에 가족이 오랜 시간 병상에 누워 있으면  '메디컬 푸어'(Medical Poor)로 전락하는 것도 모자라 '간병 살인'마저 벌어지고 있다. 간병과 돌봄 책임이 오롯이 가족에게만 떠넘겨지고 국가는 책임을 방기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간병 문제에 있어서 국가는 책임을 지지 않는 방관자에 불과했다. 인구고령화와 함께 1인 가구 수 증가, 가족기능 축소 등 사회인구 구조 변화로 국가가 더는 간병 문제 책임을 회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간병 서비스 제도화를 위해 급성기 병원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병동 단위에서 의료기관 단위로 전환해 확대하고,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은 통합된 재정과 제도 하에 대상자의 의료와 돌봄 요구도에 적합한 간호·간병 모형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간호간병 서비스 확대에 필수적인 간호사 양적 확대를 위해 양질의 교육시스템과 적정 배치에 부합하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간병시민연대는 지난 6일 '간호간병 문제 제도화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온라인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간병시민연대는 시민이 주도적으로 나서 간병 제도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작년 말 출범한 단체다. 

김원일 사회적협동조합 건강벗 이사는 토론회 발제에서 "건강보험 재정에서 입원 서비스의 하나인 간병서비스 부담을 환자 또는 보호자 책임으로 전가됐다"며 "의료기관에서 입원서비스 일부를 간병인이 제공함에도 무자격자인 파견된 간병인 대한 의료기관과 간호사의 법적책임이 부재하고, 간호인력 확보 방안이 없어 간병서비스 제공이 간호서비스와 분절적으로 제공되고, 전문적인 간호서비스가 간병인에게 전가되는 구조적인 문제를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이런 간병 서비스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간호간병통합서비 시범사업을 도입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보호자나 간병인이 병실에 상주할 필요 없이 간호팀(간호사, 간호조무사, 간병지원인력)이 포괄적 전문간호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로, 2015년부터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15년 건강보험 적용 시범사업을 시작한 이래 연도별 참여현황을 보면 첫해인 2015년 누적 7,443병상에서 2016년 1만8,646병상, 2017년 2만6,381병상, 2018년 3만7,288병상, 2019년 4만9,067병상 그리고 2021년 8월 현재 6만1,352병상으로 늘었다. 전체 참여기관은 598곳이다. 

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상을 10만 병상으로 확대할 계획이지만 ▲간호인력의 수도권병원?상급종합병원 쏠림현상  ▲비수도권병원?중소병원의 간호인력난 ▲코로나 사태 장기화에 따른 환자 수 감소 등으로 지지부진한 상태다. <관련 기사: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상 확충 지지부진...복지부 대책은?>

김원일 이사는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확대를 보면 정부가 개입을 해서 상급종합병원 간호인력 쏠림 현상을 우려해 수도권 내 병원에 대해서는 적용 병동을 제한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상급종합병원 입원환자 중 간호간병이 절실하게 필요한 환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환자가 있는 곳에 간호간병 서비스가 제공되야지 병원의 필요와 수요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김 이사는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제공이 병동 단위에서 이뤄지다보니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병동을 운영하면 일반 병동에 있는 간호사 인력을 투입하게 되고 결국 일반 병동의 간호 서비스 질 저하가 초래된다"며 "또한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제공의 우선순위가 없고, 인력 기준에 맞춰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제공하다보니 경증환자가 배치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김원일 건강벗 이사.
김원일 건강벗 이사.

급성기 병원의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제공 확대를 위해 병동 단위가 아니라 기관 단위로 적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김 이사는 "접근성과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해 70개 진료권내 필수의료를 제공할 96개 지역책임공공의료기관에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우선 적용하고 96개지역책임공공의료기관(300병상이상), 상급종합병원의 80~85% 병상에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시행해야 한다"며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대기간호사 채용을 통해 간호간병을 전면 시행하고,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은 대부분 법정 간호인력기준을 준수하고 있으므로 간호간병 확대의 최대 난관인 간호사 확보 경쟁력이 높다"고 분석했다. 

급성기 병원의 간호간병 모형을 정립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는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급의 입원환자는 중증도와 전문적인 간호서비스 요구도가 높으므로 간호사가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보호자 없이도 입원환자가 의료기관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간호보조 인력 및 병동, 재활지원인력의 적정한 역할 배분이 필요하다"고 했다.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요양병원 간병 문제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관련 기사: [간병 문제 특집대담] '간병파산·노노간병' 지옥에서 벗어나려면...>

김 이사는 "요양병원은 현재 간호간병 통합서비스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사적 간병이 그대로 유지돼 있는 상태로, 무자격 파견 간병인이 간호사 지도 감독 등이 없이 과거의 제도대로 이뤄지고 있다"며 "요양병원은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26조에 '건강보험공단이 수급자가 요양병원에 입원한 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장기요양에 사용되는 비용의 일부를 요양병원간병비로 지급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지만 15년이 지난 지금까지 세부 규정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고 했다. 

요양병원 간병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요양시설과 기능을 명확히 하고, 입원 및 입소 대상을 구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이사는 "건강보험의 요양병원 급여비와 노인장기요양 보험급여를 통합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통합된 재정과 제도 하에 대상자의 의료와 돌봄 요구도에 적합한 간호·간병 서비스 모형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간호간병 통합서비를 확대를 위해 필수적인 간호인력 확충을 위해 간호사 양성(교육) 시스템과 적정배치에 부합하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를 위해 국공립대학이나 부속병원이 있는 대학의 간호대학에서만 특별전형으로 '지역공공간호사'를 양성하거나  '지역공공간호사'와 '공중보건장학간호사'를 통해 필요한 간호사 인력을 양성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간호와 동봄 전문인력 체계 구축 필요성도 언급했다. 김 이사는 "간호법을 제정해 간호사,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를 포괄하는 간호·돌봄의 핵심인력이 상호협력과 업무전달체계를 구축하고, 노인복지시설으로만 돌봄영역이 제한된 요양보호사 국가자격의 돌봄을 급성기 의료기관과 요양병원에끼지 확대 적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진 왼쪽부터 한민경 보좌관, 정형준 원진녹색병원 재활의학과 과장, 서인석 대한병원협회 보험이사.
사진 왼쪽부터 한민경 보좌관, 정형준 원진녹색병원 재활의학과 과장, 서인석 대한병원협회 보험이사.

발제어 이어 진행된 토론회에서는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병동 단위가 아닌 기관 단위로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국민의당 최연숙 의원실 한민경 보좌관은 "간병간병 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을 종별로 살펴봤더니 간호사 대 환자 비율이 낮은 곳보다 높은 곳에서 간호요구도나 중증도 점수가 더 낮은 입원환자가 많았다.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전체 간호사 수가 많음에도 (통합서비스 병동) 환자 중증도도 낮아지게 되는 왜곡된 현상이 나타났다"며 "이런 왜곡 현상은 건보공단이 통합서비스 병상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만 했지 제대로 간호간병 통합서비스가 이뤄지는지 감독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 보좌관은 "따라서 이런 왜곡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병동 단위가 아닌 기관 단위로 통합서비스가 제공되도록 하고, 건보공단은 병원 자료를 기반으로 적절한 간호인력을 배치해 운영하고 잇는지 감독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병원이 제공하는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질에 따라서 수가 보상을 차등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관련 기사: 중증환자 외면하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간호인력 확충·수가 개선 필요">

서인석 대한병원협회 보험이사(로체스터재활병원장)은 "중소병원에서 운영하는 간호간병 통합서비스에 대해서 현재 상급종합병원에서 제공하는 의학적 요구도나 간호 요구도 수준의 인력 등급을 그대로 적용하긴 쉽지 않다"며 "병원에서 소위 말하는 실제 자원 투입량 대비 적은 자원이 투입되는 환자들만 주로 받으려고 한다는 게 비도덕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거꾸로 얘기하면 받은 돈 이상으로 들어가는 환자를 돌보는 게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때문에 중증도가 더 높은 환자를 받았을 때는 더 많은 비용을 보상해 줄 수 있는 제도로 개선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 이사는 "초고령 사회 진입과 의료기관 밖에서의 활동에 대한 정의를 계속 요구하는데 복지부에 물어보면 의료법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의료기관 내에서 활동밖에 얘기하지 않는다"며 "(의료와 지역사회 돌봄을 연계하는 것에 대해) 충분히 동의하며, 지방정부가 커뮤니티케어 차원에서 책임감을 가질 수 있도록 재정 지원이나 인력 지원이 가야 되는지 판단하고, 그 영역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돌봄과 간병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체계가 지나치게 민간 위주로 짜였다는 지적도 나왔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정형준 원진녹색병원 재활의학과 과장(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병원이나 요양시설이 공공적 공급이 떨어지고, 특히 요양시설이 지나치게 민간 중심 공급이다"며 "공공 영역에서 나몰라라 하는 게 제일 문제라고 생각한다. 지역에 최소한도 지역거점 공공병원이나 지역거점 공공요양 시설이 있어서 모델이 되면 다른 방식으로 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간병 제도화' 관련 온라인 토론회 전체 영상은 간병시민연대 유튜브 채널(바로가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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