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인터뷰 in터뷰
[in터뷰]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겐 치료와 삶의 균형 절실해"이문희(인하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암골수이식센터·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장)

[라포르시안] 10월은 ‘유방암 인식의 달’이다. 그동안 국내에서도 핑크리본 캠페인 등 다양한 유방암 인식 활동으로 유방암 환자를 바라보는 대중의 인식 수준도 많이 높아졌다. 그러나 이런 캠페인은 대부분 조기 유방암 환자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상대적으로 사회적 관심이 부족한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은 조기 유방암에 가려져 정부 정책이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캠페인에서 소외되고 있는 실정이다. 

조기 유방암으로 분류되는 0-2기 환자의 5년 생존율은 90% 이상에 달하지만 전신 전이가 있는 4기 환자의 생존율은 34.0%에 불과하다. 또한 전이성 유방암은 재발율이 높아 환자들이 반복되는 치료로 인해 경제적·신체적 어려움을 겪게 된다. 전이성 유방암 환자와 그들의 삶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유방암 인식의 달을 맞아 전문의 이문희 인하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를 만나 전이성 유방암 질환 국내 치료 수준과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의 삶을 위해 개선돼야 할 점에 대해 들어봤다.

- 유방암에 대한 국내 인식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과거와 비교해 유방암에 대한 국내 인식 수준은 많이 향상됐다. 치료 성적이 향상되면서 치료 도중 혹은 치료 후에 환자들이 어떻게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느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아쉬운 점은 환자에 대한 관심이나 환자를 위한 인식 캠페인 등이 대부분 조기 유방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환자 수가 많은 조기 유방암은 비교적 환우회가 잘 형성돼 있는 반면 전이성 유방암은 조기 유방암 대비 환자 수가 적고 질환을 감추고 싶어하는 환자가 많아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다.”

- 유방암 환자 중 전이성 유방암의 비중과 치료 예후는 어떤가.

“국내에서는 매년 약 2만명 이상 새로운 유방암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이중 약 20%인 4,000명 정도가 조기 유방암에서 재발·전이성 유방암으로 진행되며, 약 3%인 600명 정도는 진단 당시 전신 전이가 있는 4기 유방암으로 발견된다. 4기 유방암 환자는 과거 5년 생존율이 30~35%로 예후가 좋지 않았는데, 최근 치료제의 발전으로 5년 생존율이 45%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유방암은 치료 후 10년 뒤에도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는 질환이기 때문에 완치는 어렵다”

- 전이성 유방암의 생존율이 향상된 만큼 환자들의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 치료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환자의 삶의 질 유지는 전이성 유방암의 주요한 치료 목표다. 특히 40대 환자가 많은데, 이런 젊은 환자들은 한창 육아나 직장생활 등을 하는 나이다. 따라서 환자들은 치료를 받으면서 사회에서도 자신의 역할을 지킬 수 있는 치료를 선호한다. 환자들의 삶을 지킬 수 있도록 초반에는 부작용 위험이 적고 덜 힘든 항암제로 시작해 점점 치료 강도를 높여나가게 된다.”

- 유방암이 전이돼 재발됐다고 하면 치료를 거부하거나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 환자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나.

“치료를 거부하거나 포기하는 환자들의 마음 속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유가 매우 다양하다. 치료비용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 질환으로 인한 우울증, 가족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은 마음 혹은 가족들의 무관심 등으로 인해 환자의 치료 의지가 약해진다. 치료 기간이 장기화되기 때문에 경제적·육체적·정신적으로 삶의 질이 상당히 저하되는 것도 문제다. 그래도 환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의료진으로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가급적 환자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유방암은 다른 고형암에 비해 생존기간이 길고 치료 효과가 좋은 편이며, 탈모 등의 부작용 위험이 적은 치료제들도 많이 나와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최근에는 전이성 유방암 환우 40여명과 함께 캠프를 떠나 환우들과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단일항암화학요법'이 전이성 유방암의 표준 치료요법으로 자리매김하는 거 같다.

“하나의 약제를 사용하는 단일요법이 표준치료화 되어 있다. 과거에는 탁솔-아드리아마이신 병용요법과 같이 두 가지 이상 약제를 병용해 암을 빠르게 줄이는 치료법이 많이 사용됐으나 최근에는 다양한 연구를 통해 병용요법과 단독요법의 치료 효과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에리불린, 탁솔, 젤로다 등의 단독요법을 많이 사용한다. 간과 폐로 전이된 유방암 중 진행 속도가 빠른 경우에는 강한 항암 치료 효과가 중요하지만, 림프절이나 뼈 등에 전이된 유방암은 대개 진행 속도가 빠르지 않기 때문에 병용요법 대비 부작용 위험이 낮은 단독요법이 선호된다.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서도 전이성 유방암 치료에 단일요법을 우선 권고하고 있다”

- 전이성 유방암 치료에 단일요법을 우선 권고하는 이유는.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단일요법은 병용요법과 치료 효과는 큰 차이가 없으면서 부작용 위험은 더 적다. 부작용 위험은 환자 삶의 질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므로 치료법 선택에 중요한 요인이다. 이러한 이유로 NCCN에서도 전이성 유방암 치료에 단일요법을 우선 권고하고 있으며, 국내 많은 전문의들이 진료 시 해외 가이드라인을 참고한다. 대표적인 단일요법인 할라벤은 전이성 유방암 2차 치료에서 무진행 생존기간 연장효과를 보이면서 부작용 위험도 적은 약제다. 특히 투여시간이 15분으로 짧고 입원이 필요 없어서 환자들의 일상생활 유지가 가능하다. 치료가 진행되는 몇 년 동안 정기적으로 입원 치료를 받는 것은 경제적·육체적으로 환자에게 큰 부담이 된다.”

-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단일요법에 대한 건강보험 보장성은 어느 정도인가.

“기존 치료제의 급여, 신약에 대한 허가 등에 있어서 아쉬운 점이 있다. 특히 의료진으로서 환자들에게 치료제를 권유할 때 사보험 가입 여부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만큼 급여 문제는 환자들의 치료 선택에서 중요한 문제인데, 좋은 치료제라도 급여가 되지 않으면 환자들에게 조기 적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예를 들면, 할라벤은 적응증 허가는 전이성 유방암 2차, 급여는 3차로 적응증과 급여 허가 기준의 간극이 있어 환자들의 조기 사용이 어렵다. 물론 현정부에서 환자 치료접근성 및 보장성 강화를 위해 약제 선별급여 등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환자들의 치료접근성 향상을 위해 학회 차원에서도 치료제의 경제성 평가나 치료 효과 평가와 관련해 주기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 전이성 유방암의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해 필요한 점이 있다면.

“효과를 인정한 약제에 한해서는 급여 기준을 완화해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좋은 치료제가 적응증 허가를 받거나 급여되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상황에서 전문의들의 의료 자율권이 보다 존중되면 좋겠다. 환자들이 임의비급여를 통해서라도 치료를 원하는데, 현 제도상으로는 처방에 제한이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사전신청요법이 운영되고 있긴 하지만 아직 아쉬운 부분들이 있다. 그리고 전이성 유방암 환자를 위한 지원이 더 늘어났으면 한다. 유방암 항암치료 부작용으로 백혈구 수치가 감소하고 발열이 나타나면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 이러한 환자에게는 백혈구 수치 감소 예방을 위해 Long Acting G-CSF(백혈구 조혈 촉진인자)를 투여할 수 있는데, 이런 종류의 G-CSF는 대부분 굉장히 고가이고 조기 유방암 환자에게만 보험급여가 적용된다. 해외에 관련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이유로 국내에서도 지원이 안 되고 있는데 이런 부분이 다소 아쉽다.”

- 전이성 유방암 환자와 가족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유방암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부작용 관리다. 전이성 유방암 치료 시 부작용을 전문적으로 잘 관리할 수 있는 전문의에게 진료 받는지의 여부가 치료 예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므로, 종양내과 전문의에게 항암제를 처방 받기를 추천한다. 또한 가족 및 주변인들의 관심과 올바른 지지가 필요하다. 환자들은 가족으로부터 많은 힘을 얻는데, 정작 가족들이 환자들을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주변에서 들은 잘못된 정보나 대체요법 등을 환자에게 전하기도 한다.

최근 해외의 호스피스 관련 홈페이지에서 환자와 가족이 서로 어떠한 태도로 치료에 임하고 협조해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를 보았다. 가족들이 환자를 지지하는 방법, 환자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 환자들이 정보를 받아들이는 태도 등의 내용을 담고 있었는데 국내에서도 이런 가이드를 알릴 수 있는 프로그램이 도입되면 좋겠다. 유방암 환자는 가족과의 유대가 없을 경우 우울증도 많이 생기기 때문에 정부, 제약사, 기타 단체 등에서 환자와 가족을 위한 캠페인 및 프로그램을 마련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조필현 기자  chop23@rapportian.com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조필현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포토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