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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터뷰] "생존기간 길어진 유방암 환자, '삶의 질' 높이는 치료제 선택 중요"강수환(영남대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교수·유방센터장)

[라포르시안] 지난 5월 20일부터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 ‘할라벤(성분 에리불린메실산염)’이 HER2 음성 전이성 유방암의 2차 치료제로 선별급여가 적용됐다. HER2 음성인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유방암 단일요법 치료 시 환자 본인부담률 50%로 선별급여가 인정된 것이다. 단 이전 치료의 보조요법 또는 전이 단계에서 안트라사이클린계 및 탁산계 약물을 모두 사용한 경험이 있어야 하며, 이러한 치료가 부적절한 환자는 예외로 규정했다. 국내 HER2 음성 전이성 유방암 2차 치료옵션이 부족한 상황에서 할라벤 선별급여 적용은 진행전이 단계의 HER2 음성 유방암 치료옵션을 넓혔다는 점에서 고무적으로 평가된다. 이와 관련해 유방암치료 전문의 강수환 교수를 만나 할라벤 선별급여 적용 의미와 진료현장 변화에 대해서 들어봤다.

- 할라벤이 HER2 음성 전이성 유방암 2차 치료 선별급여가 적용됐다.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

“할라벤은 2차 치료제로 허가 받았지만 현재 보험급여는 3차까지만 적용돼 적응증 허가와 급여의 간극이 존재했다. 할라벤의 선별급여 적용으로 완전히는 아니지만 부분적으로라도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의료진 입장에서는 보험급여가 되지 않는 치료제를 환자에게 선뜻 권하기가 쉽지 않다. 할라벤 선별급여를 통해 치료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의료진도 이전보다 환자에게 치료를 권유하기 쉬워질 것이며, 이는 할라벤으로 치료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되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가 생긴다는 의미이다. 또한 환자가 사용할 수 있는 치료옵션이 늘어나기 때문에 2차 치료옵션뿐만 아니라 1차로 사용할 수 있는 치료옵션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한다.”

- 할라벤에 본인부담률 50% 선별급여를 적용한 임상적 근거는 무엇인가.

“할라벤 단일요법은 미국 종합 암 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서 HER2 음성 전이성 유방암의 선호 단일요법 중 카테고리 2A로 권고되는 치료법이다. 이번 선별급여 적용 배경으로는 NCCN 가이드라인 및 기존 치료제인 카페시타빈 대비 할라벤의 임상적 유효성 개선을 확인한 3상 임상연구 등이 꼽힌다. 해당 연구 중 HER2 음성 유방암 2차 치료 환자 392명 만을 대상으로 한 하위연구 결과에서 할라벤의 생존기간 연장 효과가 특히 두드러졌다. 할라벤 투여군(186명)과 카페시타빈 투여군(206명)의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은 각각 16.1개월과 13.5개월로, 할라벤 투여군이 2.6개월 더 길었다. 무진행 생존기간과 반응률은 유사한 수준이었다. 이 연구에서 할라벤의 이상반응은 관리 가능한 수준이었으며, 기존에 알려진 안전성 프로파일과 일치했다.”

- HER2 음성 전이성 유방암 치료옵션이 부족한 상황이다.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의 경우 ‘트라스투주맙’, ‘퍼제타’ 등의 새로운 치료옵션이 생기고 있는 반면, HER2음성 전이성 유방암은 사용 가능한 치료법이 항암화학치료제 밖에 없다. 대표적으로 안트라사이클린, 탁산 계열 치료제가 있고, 할라벤과 같이 미세소관을 억제하는 치료제도 있다. 치료 효과가 좋은 약제일수록 빠르게 사용하는 것이 항암 효과에 좋은데, 우리나라는 적응증이나 보험급여 허가와 같은 제도적 문제로 일부 약제의 조기 사용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일례로 앞서 언급한 할라벤도 기존에는 적응증과 보험급여 허가의 간극이 있어 환자들의 조기 사용이 어려웠으나, 최근 정부의 첫 선별급여 약제 중 하나로 선정되어 환자들이 보다 경제적 부담을 덜고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환자들이 치료가 잘 되어서 완치가 되면 좋겠지만, 전이성 유방암 질환 특성상 재발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재발할 때마다 치료제를 변경해야 하는데, HER2 음성 전이성 유방암은 치료옵션 자체가 다양하지 않고 보험급여가 되는 약제인지도 고려할 수밖에 없어 환자들의 치료선택지가 좁다. 좋은 치료제가 있음에도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으로 치료제를 사용하기 어려울 때 의료진으로서 매우 안타깝다.”

- 최근 유럽종양학회가 발간하는 국제암학술지 종양학 연보에 할라벤 조기 사용 시 생존기간을 유의하게 연장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HER2 음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 결과, 할라벤을 3차 이후로 썼을 때보다 조기에, 즉 재발이 확인되자마자 바로 사용했을 때 생존기간이나 치료 실패까지의 기간이 연장됐다. 치료 효과도 좋고 실패율도 낮은 치료제를 조기에 사용할수록 환자들이 더 좋은 치료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생존기간이 길어진 만큼 삶의 질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조기 유방암, 전이성 유방암 모두 과거에는 죽느냐 사느냐의 생존 가능성만을 따졌다면, 이제는 생존기간 연장은 기본이고 치료제 투약 시 신체적 부담이 적으면서 투약 편의성이 높은 치료제를 찾게 됐다. 의과대학교에서도 이전에는 치료제 사용으로 생존율이 얼마나 연장되었는가만 다뤘으나, 이제는 해당 치료제를 썼을 때 어떠한 부작용 위험이 있는지도 주요하게 본다. 진료를 할 때 환자가 치료를 하면서 어떤 삶을 살 수 있게 하는가도 주요한 관심사다. 생존기간 연장 효과가 있는 치료제라도 백혈구 감소나 통증 등의 부작용이 심하면 치료제 선택을 재고할 수밖에 없다. 실제 진료실에서 만난 한 환자의 이야기가 감명 깊었는데, 그 환자는 요즘 아무리 ‘웰빙’이 중요하다 하지만 암환자로서는 ‘웰다잉’이 더 중요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생존기간 동안 부작용으로 고통스럽게 살다가 가족들과 정리할 시간도 없이 급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기 보다는, 지금의 삶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마지막을 잘 준비하고 싶다고 말했다.”

- 국내 전이성 유방암 치료옵션은 어떤가.

“10년 전만해도 전이성 유방암 치료옵션은 항암화학치료가 거의 대부분이었다. 최근에는 치료기술의 발달로 호르몬 수용체, HER2 유전자 표적 등의 분자가 표면에 발현되는 정도를 따져 각각 아형에 따라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을 선택한다. 실제로 Her2양성, 호르몬 양성 전이성 유방암은 표적치료제 등 신약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며, 이에 따라 환자들의 치료제 선택 폭도 넓어지는 추세다. 반면 HER2 음성, 호르몬 음성, 삼중음성 환자들은 재발됐을 때 사용할 수 있는 표준요법이 항암화학치료제 밖에 없다. 요즘 항암치료에 있어 면역항암제가 화두지만, 보험 급여권에 들어오지도 않았고 특히 유방암에서는 확실한 효과를 입증한 면역항암제는 없는 상황이다.”

- 정부의 ‘기준비급여 급여화’ 정책으로 일부 약제에 대한 환자 접근성이 개선되고 있다.

“정부의 환자들에 대한 보장성 강화 노력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제도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어 답변하기 조심스럽다. 환자 입장에서는 좋은 약의 급여 혜택으로 경제적 부담이 줄어드니 좋은데, 고가의 약일수록 이를 위한 재정 마련을 위해 국가의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다. 환자들이 바라는 모든 치료제들이 제도권 안에 들어오면 좋겠지만, 그러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으니 사회적 요구도가 높은 약부터라도 급여권 내로 진입시키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전이·재발성 유방암을 포함해 모든 암 환자들이 진단을 받은 시점부터 생을 마감할 때까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다. 유방암 4기로 진행되어 재발 및 전이가 됐더라도 환자에 따라 완치와 비슷한 정도까지 호전되는 경우도 있으며, 일부 환자는 10년 이상 사는 경우도 있다. 근거를 제시하기는 어렵지만 진료를 하다 보면 삶에 의지를 갖고 긍적적인 마인드로 치료에 임하는 환자들은 치료 효과가 더 좋은 것 같다. 그런 환자들은 본인과 가족뿐만 아니라 주변의 환자, 의료진에게도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어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게 된다.”

조필현 기자  chop23@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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