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불신임안 부결, 강력한 권한 비대위 구성키로..."엄중한 시기에 자칫 돌이키기 어려운 타격 입을 수도"

지난 16일 열린 대한의사협회 임시대의원총회에서 회장 불신임안이 부결된 직후 추무진 회장과 불신임안 발의를 주도한 최상림 대의원이 악수를 하고 있다.
지난 16일 열린 대한의사협회 임시대의원총회에서 회장 불신임안이 부결된 직후 추무진 회장과 불신임안 발의를 주도한 최상림 대의원이 악수를 하고 있다.

[라포르시안] 대한의사협회가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과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 허용 법안의 국회 통과 저지를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하기로 했다. 

비대위는 두 사안에 대해서 의협 회장과 상임이사회로부터 모든 권한을 위임받아 독자적으로 투쟁과 협상의 권한을 행사하게 된다. 

의협 대의원회는 지난 16일 임총을 열고 비대위 구성안을 압도적인 표차로 가결했다. 비대위는 현 집행부를 포함해 모든 지역과 직역에서 추천된 위원으로 구성하기로 했다. 위원장은 위원 중에서 호선으로 선출한다.  

비대위 구성은 대의원회 운영위원회에서 이달 30일까지 마치기로 했다. 

비대위는 독자적인 재정 권한도 행사한다. 회장과 의장에게 보고 후 지출하면 된다. 대의원회에는 사후 인준을 받도록 했다. 

추무진 회장은 "강력한 비대위 구성안 의결에 감사하다. 비대위가 구성된 만큼 단식투쟁은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이날 총회에서 또 다른 안건인 추무진 회장에 대한 불신임안은 부결됐다. 투표결과 재석 대의원 181명 중 찬성 106표, 반대 74표, 기권 1표로 의결 정족수인 2/3에 미달했다. 

지난해 4월 정기대의원총회에 이어 두 번째로 회장 불신임을 시도했지만, 무위로 끝났다. 

전국의사총연합 최대집 상임대표 등 일부 회원은 불신임안이 부결되자 자해를 시도하는 등 강력히 반발했다.  

최대집 전의총 상임대표가 회장 불신임안 표결이 부결되자 대의원들에게 강하게 항의하는 모습.
최대집 전의총 상임대표가 회장 불신임안 표결이 부결되자 대의원들에게 강하게 항의하는 모습.

"내년 의협 회장선거 앞두고 갖가지 소문 난무...제대로 된 투쟁 기대하기 힘들어" 

이날 임총은 '누이좋고 매부좋은' 식으로 끝난 셈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번 임총은 내년 3월로 예정된 39대 의협회장 선거와 관련해 정치적인 계산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자리였다. 

불신임안 발의를 주도한 경남도의사회 최상림 대의원은 "추 회장이 임기동안 회원들에게 끼친 해악이 너무 커서 불신임을 추진하게 됐다"면서도 "불신임 발의에 앞서 추무진 회장과 통화를 했는데, (40대 회장 선거) 불출마를 선언하면 불신임을 다시 논의할 수 있다고 했으나 단호히 거부했다"고 말했다. 

임총에 왜 불신임안이 상정됐는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그러나 차기 회장선거 출마를 노리를 예비주자들도 회장의 불신임을 원하지 않았던 것 같다. 대신 비대위에 투쟁과 협상의 전권을 위임함으로써 추무진 회장과 집행부의 힘을 빼놓는 카드를 선택했다. 

추무진 회장이 불신임 될 경우 보장성 강화 대책 등 현안 해결을 위해 누군가 총대를 메야 하는 상황인데, 그 누군가가 자신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추무진 회장도 권한 일부를 떼어주고 불신임을 면했으니 최소한 본전치기는 한 셈이다. 

이 때문에 향후 구성될 비대위 역시 의료계 내부적으로 철저한 정치적 계산이 뒤섞이며 제 기능을 못 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결국, 불신임에서 많은 찬성표를 받아 심각한 타격을 입은 추무진 회장 집행부와 비대위의 동거는 '문재인 케어'와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 법안' 등의 대응에 있어서 '배가 산으로 가는' 상황을 만들 가능성도 높다.  

개원의 단체의 한 관계자는 "매우 중차대한 시기이지만 내년에 있을 의협회장 선거가 큰 악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벌써 내년 선거를 둘러싼 갖가지 소문과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으며, 이번 임총도 정치적 입장과 계산들이 복잡하게 깔렸다.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투쟁과 협상을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추무진 회장의 단식 중단 선언으로 철거 예정인 의협 앞마당에 설치된 단식농성장.
추무진 회장의 단식 중단 선언으로 철거 예정인 의협 앞마당에 설치된 단식농성장.

더 큰 우려는 투쟁론만 앞세우다 때를 놓치면 돌이키기 어려운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복지부는 비급여 3,800여 개의 급여화를 위한 세부 실행계획 및 저평가된 의료부문 수가 투입 계획 등을 의료계와 협의한 후 연말에 확정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의료계가 협의 테이블에 나올 때까지 무작정 기다릴 순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정통령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최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올해 연말까지 결론을 내야 할 사안이 많다. 따라서 의협이 협의에 참여하기를 기다렸다가 진행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의협이 불참하더라도 예정된 일정대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회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의협의 엄정한 판단과 현명한 선택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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