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하게 논의하고 발표했어야" 지적 제기돼...복지부 관계자 "협상의 여지 없는 사안"

[라포르시안]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추진으로 코너에 몰린 대한의사협회가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개선 카드를 내세우며 반전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 내부의 반응은 냉담한 편이다.

앞서 추무진 회장은 지난 30일 기자브리핑과 회원들에게 보낸 서신문을 통해 비급여의 전면급여화 추진에 따른 협회의 입장과 대응책을 공개하면서 건강보험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개선을 언급했다.

미용·성형 등 비급여만 진료하는 의원급 의료기관에 한해 1년 단위로 건강보험 요양기관 신청을 하지 않을 권리를 인정하는 방안이 골자다.  

추 회장은 "정부의 보장성 강화대책에 따라 미용·성형을 제외한 모든 비급여를 급여화하면 미용성형만 하는 의료기관이 생길 것으로 본다"며 "이런 의료기관들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겠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또 의원급 진찰료와 종별가산율 인상을 30%로 15%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추무진 회장은 일부 참모들과 협의해 서신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상임이사회 등에서 토의하고 의견을 모아 내용을 확정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의협에서 당연지정제 개선 또는 폐지 주장을 내놓은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8년에는 당연지정제를 공공병원에만 적용하자고 제안했고, 2012에도 당연지정제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흐지부지됐다.

지난 2002년과 2014년에는 일부 의사들이 헌법재판소에 당연지정에 대해 위헌소송을 냈으나 모두 기각됐다.  

당연지정제 개선 요구에 대해 의료계 안팎의 반응은 냉담하다. 

보건복지부 한 관계자는 추무진 회장의 발표에 대해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는 우리 의료체계와 건강보험 제도의 근간인데, 그것을 흔들자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며 "협상의 여지가 없는 사안을 꺼내 든 것을 보니 어지간히 급했던 모양"이라고 말했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신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당연지정제는 양날의 칼이다. 과거에 건간보험공단 등에서 당연지정제를 선별지정제로 개선하자고 주장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며 "의료계는 정부의 통제에서 벗어나고 싶겠지만 보험자 쪽에서는 불량의료기관 퇴출기전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만큼 내부적으로 신중하게 논의하고 발표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대통령과 정부의 약속을 믿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보장성 강화 대책에 대한 의사 회원들의 여론이 좋지 않다. 특히 의원급에서 우려가 크다"면서 "그러나 국무총리, 장관까지 적정수가를 언급했고 대통령이 직접 약속했다. 대통령이 적정수가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 아니냐"고 의미를 부여했다. 

개원의 단체 한 관계자는 "(당연지정제 개선은)정부의 보장성 강화 대책을 수용하는 것을 전제한 발언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당연지정제 개선 등의 주장은 지금 의료계가 돌아가는 상황과도 맞지 않는다. 무엇보다 임시대의원총회 소집 이유와 배치된다"면서 "임총 의결을 거부하거나 그렇게 유도해달라고 건의하는 것인지 혼란스럽고 답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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