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시대 맞아 의료체계 개혁 필요성 높아져..."의료체계, 병원서 지역사회 중심으로 전환해야"

[라포르시안] 고령화, 저성장 시대를 맞아 국내 의료체계가 지속가능하려면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폐지, 인두제로 지불제도 전환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현행 체계의 틀을 완전히 바꾸는 파격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한예방의학회는 지난 30일 개막한 의협 종합학술대회에서 '미래의학과 예방의학'이라는 주제의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이규식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명예교수, 전기홍 아주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김윤 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이선희 이화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가 연자로 나섰다. 

먼저 강연을 펼친 이규식 명예교수는 "유럽의 여러 나라는 고령화 시대를 대비해 의료계획을 통해 병원 중심의 의료체계를 지역사회 중심으로 전환해 병상을 줄이고 입원을 통제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우리는 모든 국민에게 의료보장을 적용하면서도 기본권 개념을 확보하지 못해 건강보험 의료를 '공공성이 강한 사적재화'로 간주하고 있다. 이로 인해  보험자나 정부가 의료이용이나 공급을 적절히 규제하지 못한다. 이로 인해 세계에서 의료이용률이 가장 높은 문제를 안게 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저성장 경제, 고령화, 만성병 중심이라는 현실 앞에서 의료계획도 없다보니 공공과 민간 구분 없이 급성기병원 설립에 주력해 세계에서 일본 다음으로 병상수가 많은 국가가 되었고 했다. 

공공의료에 대한 개념도 잘못되어 공공병원이 생산하는 의료만 공공의료로 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런 문제를 개선하고 고령화, 저성장 시대를 맞아 의료체계가 지속 가능해지려면 의료를 공공재로 인식하고, 의료체계를 병원 중심에서 지역사회 중심으로 전환하는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건강보험 의료에 대한 이념과 공공의료에 대한 개념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보험구매자로서의 보험자 기능 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를 계약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현행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는 의료공급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진정으로 환자를 위한다면 당연지정제를 폐지해야 한다"면서 "이런 개혁을 서두르지 않는다면 의료체계는 붕괴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공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는 현행 행위별수가제를 1인당 일정액을 미리 받는 '인두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전기홍 아주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우리나라 보건의료 생태계는 단일보험자 아래의 획일적인 생태계이다. 규제라는 틀을 통해 단기 급성질환은 잘 관리하고 있지만, 만성질환 관리와 장기적 부분에서 문제가 있다"면서 "미래의 방향은 행위별수가제를 인두제 방식으로 전환하고 국민건강과 삶의 질을 최대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사회보험 아래서 경쟁과 소비자 선택이 가능한 환경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화하는 환경에 맞게 의료공급자의 교육 방식을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선희 이화여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지금은 헬스에서 가치사슬이 바뀌었다. 사후진단과 치료에서 사전진단과 사전치료로 바뀐 것"이라며 "그에 따라 의료공급자 교육방법의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왓슨으로 대변되는 인공지능 시대에 대비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우리는 지금 4차 산업혁명의 한가운데에 서 있고 그에 따라 의료소비자들의 기대와 욕구도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기대와 욕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인력 구조와 역량이 문제"라면서 "4차 산업혁명에 부합하는 재교육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빅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질적 경쟁력을 갖추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그러나 최근 국내에서 도입된 '왓슨'은 미국 등 영어권의 알고리즘을 적용한 것이어서 우리나라에 적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결국, 공공과 민간의 연계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왓슨에 의한 편익을 국민에게 제대로 돌려줄 수 없다"고 분석했다.

김윤 서울대의대 교수는 의료체계 개혁의 핵심으로 의료전달체계 구축을 꼽았다. 

김 교수는 "의료전달체계를 강하해서 의료기관 간 기능을 분화시키고, 동시에 지역사회에서 의료기관 간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면서 "상급종합병원은 경증환자와 입원 및 외래진료를 대폭 줄이되 교육과 연구, 환자 연계를 통해 권역 의료허브로 기능하도록 해야 하고 중소병원은 경증환자 외래진료를 줄이는 대신 입원 진료를 담당하는 지역거점병원과 좁은 영역의 진료를 담당하는 전문병원으로 분화 발전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는 "동네의원은 일차의료를 담당하는 의원과 개방형병원을 통해 입원환자를 진료할 수 있는 단과의원으로 분화해야 한다"면서 "이처럼 의료전달체계를 개선하지 않으면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환자 쏠림 문제를 해소할 수 없으며, 결국 의료기관의 공급과잉과 함께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은 의료기관이 살아남기 위해 왜곡진료를 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