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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병실의 보호자용 간이침대, 부끄러운 한국의료의 자화상
  • 김상기 편집국 부국장
  • 승인 2017.06.22 11:11
  • 댓글 2

[라포르시안] 한국 병원의 입원실 병상 밑에는 보호자용 간이침대가 있다. 수많은 환자 가족과 간병인이 눕고, 누르고 해서 한쪽 귀퉁이가 찢어지고 닳은 간이침대. 미국 등 의료선진국 병원에선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물건이다.

우리는 부모나 배우자, 자식이 아파서 병원에 입원하면 가족이 간병을 하는 걸 당연시한다. 소변호스가 늘어진 병상 밑의 보호자용 간이침대에서 불편한 쪽잠을 자고, 밤새 의자 끄는 소리, 기구운반차 끄는 소리, 의료기기 전자음 등의 소음에 시달리다 보며 온몸이 천근만근이다. 간병의 책임이  전적으로 개인에게 내맡겨진 한국적 의료환경에서 익숙한 풍경이다.

간병 문제는 한국의료에 있어서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의료서비스 영역에서 국가와 병원이 책임져할 의무를 가족과 개인에게 떠넘긴 구조적인 책임회피 사례로 꼽을 수 있다. 병원간병에 지친 나머지 부모나 배우자를 살해하거나 자살을 선택하는 ‘간병살인·간병자살’ 사건이 속출하고 있다. 아픈 가족을 돌보기 위해 직장을 그만둬야 할 때도 있다. 이럴 경우 곧바로 소득이 줄고 가정경제가 붕괴될 위기에 처한다. 유료 간병인을 고용하더라도 그 간병비 부담 또한 만만치 않다. 가족이 큰 병에 걸리면 가정경제의 붕괴와 심하면 가족해체로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간병 책임 사유화’의 결과다. 

 사적 영역으로 방치된 간병 문제를 제도화 하기 위해 보건복지부는 2013년 7월 ‘포괄간호서비스’(현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시범도입했다. 당초 보건복지부의 계획은 단계적으로 포괄간호서비스 적용 대상을 확대해 2018년까지 전체 급성기 의료기관으로 확산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간호인력 확보 문제로 이런 계획은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이미 보건의료 전문가와 병원 현장에서는 예상했던 일이다. 간호인력 확충 문제가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전면 도입의 최대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가족이나 유료간병인이 붙어서 24시간 제공하던 환자 돌봄을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인력이 제공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하니 많은 간호인력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금 병원 현장에서는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도입이 확산되면서 간호인력 절대수가 증가하는 게 아니라 지방 중소병원의 간호사가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옮겨가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그나마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도입한 병원들도 필요한 간호인력을 다 채우지 못해 일부 병동에서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가족의 간병 부담을 덜고 환자에게 제공되는 의료 질 및 환자안전을 높인다는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도입 목적을 생각하면 적정 간호인력 확충은 전제 조건이자 필수 조건이다. 그러나 적정 간호인력을 확보하지 못한 채 정부의 정책 추진 계획에 맞춰 형식적으로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도입을 추진하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실제로 한 지방 중소병원 간호사는 "건강보험공단 측에서 오는 2018년부터 정신병원과 요양병원을 제외한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은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면서 우리 병원에도 도입 독촉을 하고 있다. 지방 중소병원이 처한 간호인력 구인난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정책 추진에 골머리를 앓을 지경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도입이 확대된다면 본래의 목적을 상실한 채 의료체계 왜곡만 부추길 뿐이다. 이미 수도권 대형병원이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도입 확대를 위해 간호인력을 확충하면서 지방병원의 경력직 간호사 이탈이 심화되고 있다. 급기야 지방 중소병원에서는 간호인력 부족으로 입원실을 축소하고, 응급실 운영까지 멈춰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전체적인 의료시스템 붕괴까지 초래할 지 모른다는 극단적인 우려까지 나온다. 게다가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도입이 수도권 중심으로 이뤄져 간병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정책이 오히려 지방 환자와 수도권 환자 간 간병서비스 이용의 형평성 문제를 초래할 가능성도 높다. 

무엇보다 적정 간호인력 확충이 전제되지 않은 간호·간병 통합서비는 비정상적인 서비스 제공으로 왜곡될 수밖에 없음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인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제공되는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는 당초 도입 취지를 달성하기 어렵고, 서비스의 질을 담보하기도 힘들 것이란 건 자명하다. 그렇기에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도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전제는 간병 책임의 사유화에서 벗어나 적정 간호인력 확충에 대한 국가의 정책적 지원과 이를 기반으로 한 병원의 책임으로 전환하려는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런 기조 아래 많은 보건의료 전문가들이 제시한 성공적인 제도 도입을 위한 세부적인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 

올바른 간호·간병 통합서비스가 정착될 경우 국민들의 간병 및 간병비 부담이 크게 줄어들어 장기간 간병에 따른 가정경제 붕괴와 가족해체를 막을 수 있다. 병원감염 예방과 지속가능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 같은 파급효과까지 감안하면 전사회적으로 끼칠 긍정적인 영향은 막대하다.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비롯한 모든 보건의료 영역에서 적정한 의료인력 양성과 배치, 이를 위한 지원 등의 정책을 국가가 책임지고 추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본다. 마침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추진하는 만큼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모든 병상으로 확대 시행하는 것과 동시에 여기에 필요한 적정 간호인력을 확충할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김상기 편집국 부국장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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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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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 2017-06-26 13:54:36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무조건 보험료를 올릴 거라는 생각도 기우이다. 병원이 간호를 책임지는 건 당연한 일이고, 이미 다른 나라에서는 다 하고 있는 일이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비효율적이라면 다른 나라에서 다 포기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건 비용효율적인 제도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간호인력이 확충되면 재원일수, 의료사고 감염이 감소된다. 국가가 간호간병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삭제

    • youngran 2017-06-23 09:16:16

      병원에서 간병을 다 책임지려면 보험료를 지금보다 더 많이 내야할텐데...거기에 국민들이 동의할지가 문제..그렇다고 해도 간병은 좀 어떻게 하자. 기사에 나온 대로 긴 간병에 지치고 경제적 부담도 너무 크다. 병원에서 책임지고 돌보는 게 맞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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