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대·경북대·서울대·충북대병원 노조 17일 파업
"작년 의료대란 속 적자 폭증...국립대병원 역할·정부 지원 강화해야"

[라포르시안] 서울대병원 등 국립대병원 노동자들이 오는 17일 산별파업 돌입을 예고하고 나섰다. 국립대병원은 작년 2월부터 1년 6개월 이상 이어진 전공의 집단행동 등 의료공백 상황에서 환자 감소로 인한 적자 증가, 총인건비제도 적용에 따른 인력부족 만성화, 교육부 소관 ‘기타 공공기관’ 지정에 따른 정부의 예산지원 제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립대병원 노동자들은 공공의료 및 지역의료 책임병원으로서 국립대병원의 역할과 책임을 강화하고 이에 걸맞는 재정지원과 법제도 개편 등 국가책임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10일 의료연대본부에 따르면 산하 6개 국립대병원 노조 중 강원대병원, 경북대병원, 서울대병원, 충북대병원 등 4개 국립대병원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에서 노사간 의견 불일치로 관할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진행 중이다. 만일 지노위 조정이 불성립되고 사업장별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가결될 경우 의료연대본부는 오는 17일 공동파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2024년 윤석열 정부의 갑작스러운 의과대학 입학정원 2천명 증원 추진으로 촉발된 의료대란 속에서 국립대병원의 경영난은 심화됐다. 전공의 집단사직 이전부터 국립대병원 대부분은 적자 경영 상황이었지만, 집단사직 이후 국립대병원 적자는 급증하기 시작했다. 

의료연대본부가 공공기관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의 경영공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립대병원 중 4개 치과병원을 제외한 11개 종합병원은 2024년 결산기준 5,639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2023년 적자액 2,847억과 비교해 96%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발생한 인력공백에서 국립대병원은 진료지원간호사를 민간병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규모로 운영했기에 대체 인력이 크게 부족했다. 전공의 집단사직과 함께 교수진 등 의료인력의 민간병원 유출 등으로 인해 외래진료량, 수술건수, 검사건수, 입원건수 등이 더 많이 감소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2025년에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의료연대본부는 "현재의 재무구조 상태가 계속 지속되면서 채무증가로 인한 이자부담, 자본잠식 등 재무구조 자체가 더욱 나빠지고 있다"며 "공공병원에서 발생하는 불가피한 적자(착한 적자)에 대해서는 국가 및 지자체 책임을 강화하고, 인건비 등 운영을 위한 정부의 충분한 재정지원, 기금 마련 등 예산과 관련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다른 문제는 의료대란 발생 이후 국립대병원 노동자들의 노동권 악화와 고용불안이 커졌다는 점이다.

의료연대본부는 "전공의 집단행동 한 달여만에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대다수 국립대병원 사용자들은 발빠르게 재정 위기 책임을 직원들에게 전가시켰다"며 "전공의 집단행동 초기부터 대다수 국립대병원이 특별무급휴가를 도입하면서 처음에는 개인 동의와 별개로 강제사용까지 시도했다가 노동조합의 문제제기로 현재 강제사용은 멈췄으나 아직까지도 무급휴가는 시행 중"이라고 지적했다. 

의료연대본부는 "전공의 집단행동이 장기화하자 전공의가 담당해야 하는 업무를 간호사들에게 전가시켜 업무부담이 가중됐다. 정부의 시범사업에 따른 진료지원간호사 제도를 운영하면서 간호사들은 제대로 된 교육도 없이 전공의 업무를 담당할 수밖에 없었다"며 "전공의 복귀를 앞둔 상황에서는 진료지원간호사들에게 일방적으로 병동 복귀를 지시하며 토사구팽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고 성토했다. 

국립대병원 노동자들은 지역과 공공의료를 살리기 위해 국립대병원에 대한 국가 책임 강화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로 이원화된 국립대병원 관리체계를 보건복지부로 일원화해 공공의료와 지역의료에 대한 총괄적인 체계를 구축하고, 국립대병원 역할과 책임을 강화하는 동시에 정부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획일적인 정부의 총인건비 및 정현원관리제도 전면 개선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전국 17개 국립대병원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2008년부터 교육부 산하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돼 있다. 이 때문에 병원이 고용하는 총액인건비를 정부가 매년 정하는 인상률 상한 이내로 책정해야 하는 등의 제약이 따른다.

의료연대본부는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등에 의해 현행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공공병원에 대한 획일적인 통제일변도 관리체계인 총인건비제도 및 정현원 관리제도를 전면 개선해야 한다"며 "동시에 지역의료와 공공의료 의사수급 대책으로 공공의대 설립과 지역의사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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