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숙 전 의원 "과격한 투쟁 방식 통한 적 없어"
임현택 소청과의사회장 "파업은 당연한 수단"

[라포르시안] 정부가 2025학년 입시부터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1,000명 이상 증원하는 계획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제42대 대한의사협회장 선거 출마가 유력한 의료계 인사들이 잇단 기자회견을 열고 의대 정원 확대 추진을 비난하고 나섰다. 다만, 의대 정원 증원 저지 방식에 대해선 ‘투쟁 무용론’과 ‘파업 필수론’으로 의견이 갈렸다.
울산의대 박인숙 명예교수(전 국회의원)는 17일 오전 대한의사협회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을 규탄했다. 기자회견에 앞서 박인숙 교수는 자신이 내년 의협회장 선거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는 점을 밝혔다.
박인숙 교수는 “오는 내가 발표하는 내용은 개인적 의견이고 의협과는 상관없는 개인의 의견”며 “내년 3월 의협회장 선거에 출마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런 막중한 일이 벌어졌는데 조용히 있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해 기자회견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필수의료 및 지방의료 붕괴에 대한 근본대책은 빠진 채 의대 정원만 파격적으로 늘리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비싼 생수를 쏟아 붓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많은 양의 물을 빠르게 부으면 물이 잠시 차는 듯 보이지만, 결국 비싼 생수만 낭비해 먹을 물도 없어지는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라며 “의대 정원을 확대하는 것은 당장 많은 국민들이 좋아하겠지만 중장기 국가발전 측면에서 보면 엄청난 독”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의사 수 증가 속도와 인구 감소를 감안할 때 의대 정원 증원은 의사 과잉 공급으로 이어지고 국민의료비 폭증을 야기할 것으로 우려했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 의사 수 증가 속도는 OECD 국가 중 가장 빠르다. 국토면적당 의사 수는 OECD 3위이며, 의사 수 대비 인구 비율도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며 “의사 수 대비 인구 수는 2000년 636명에서 2010년 462명, 2020년 368명에 이어 오는 2035년에는 268명으로 예측되고 있다. 2025년부터 매년 의대 입학생이 4,000명 이상씩 증원되고, 동시에 저출산으로 인구 감소도 빨라진다면 이 때는 의사 수 대비 인구 비율이 200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2035년 우리나라에서 태어나는 20만 명 미만의 출생아 중에서 4,000명, 즉 2% 이상이 의사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입학 정원을 지금 그대로 3,058명을 유지하더라도 2063년에는 인구 대비 의사 수가 OECD 평균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데, 정원을 4,000명 이상으로 확대하면 그 비율은 더 높아질 것이고, 이는 국가 재앙이라고 볼 수 있다”며 “공급은 수요를 창출할 것이며 의사 과잉 공급의 결과는 국민의료비 폭증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정부는 이제라도 필수의료와 지방의료 붕괴대책, 의료행위에 대한 사법리스크 경감 조치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 4,000명이라는 경악할 수자의 의대 정원 급증 없이도, 이런 조치만으로 의료대란을 예방할 수 있다”며 “의대 정원 1,000명 증원은 우리나라 의료와 미래를 망치는 포퓰리즘적 발상이기 때문에 절대 안 된다. 정부는 의료정책의 근간에 해당하는 의사 수를 의료계와 상의하고, 합의할 수 있는 과학과 진실에 기초한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대 정원 저지를 위해 과격한 투쟁은 효과가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박 교수는 “삭발하고 구호를 외치고 쳐들어가는 과격한 투쟁 방식은 한 번도 통한 적이 없다”라며 “모든 의사들이 머리를 모아 얻을 수 있는 것은 얻는 투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인숙 교수의 기자회견 직후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의 기자회견이 이어졌다.
임현택 회장은 의협과 관계없이 전공의와 개원의, 의대생, 봉직의, 교수 등 전체 의사들이 자신이 나서달라고 요구해 긴급 기자 요구로 긴급 기자회견을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은 ‘정신나간 필수의료 말살 대책’이라며 조규홍 복지부 장관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임 회장은 “무능하기 그지 없는 기재부 출신 조규홍 복지부장관이 의료현장의 전문가들인 의사들과 전혀 상의없이 국가백년대계는 찾아 볼 수조차 없이 조잡하기 이를데 없는 의대 정원 확대 발표로 나라 전체가 큰 혼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방부 장관을 군 생활을 몇 십년을 해서 야전 사전에 밝은 군인이 하고, 법무부 장관을 법무 현장에 밝은 검사출신이 하는 것도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며 “조규홍 장관은 본인 능력에 미치지 못하는 분에 넘치는 자리에서 즉각 자진 사퇴하고, 대통령은 의료현장 경력 20년이상 의사를 장관으로 임명하고 보건부를 복지로부터 분리해 국민 생명 살리는데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가 전체 의료 수준을 남미 수준의 파멸 지경으로 직행하게 할 의대 정원 증원 등의 정책을 강행하며 조규홍 장관이 사퇴하지 않는 경우,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신경외과, 흉부외과등 전공의들을 만나서 왜 더 이상 자신들이 맡고 있는 일을 하면 안 되는지 적극 설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대생들에게 더 이상 우리나라에서 필수의료는 사망 했음을 알리고, 37개월 넘게 공보의 군의관 생활할 것이 아니라 사병으로 입대하는 운동을 즉각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료 현장의 전공의, 교수, 개업의, 봉직의 등 민초의사들이 앞장서는 ‘미래를생각하는의사모임’을 발족해서 투쟁을 시작하겠다고 강조했다.
임 회장은 “조규홍 장관의 이번 사태에 대한 분명한 책임 표명과 의대 정원 증원의 즉각 중단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분명히 행동에 나설 것”이라며 “준법투쟁을 비롯해 당장 오늘부터 투쟁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사 직역별로 사람을 모을 계획이다. 일선 의료 현장에서는 분노가 끓어넘치고 있다. 이들을 조직화할 것”이라며 “지난 2000년 의약분업 투쟁이 이런 식으로 시작했다. 당시 1년을 국가적 갈등 문제로 지속하다 당시 대통령이 자신이 오판했다고 말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오판하지 말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파업은 당연한 수단이고 기본 중의 기본”이라며 “끝내 정부가 듣지 않으면 내년 선거 투쟁까지 생각하고 있다. 의사들이 무조건 보수 지지자라며, 잡아 놓은 닭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라고 밝혔다.
자신이 의료계를 위한 대표로서 적임자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지난 3월 의정협의체 논의를 앞두고 내가 나서서 복지부와 대화하겠다고 의협에 요구했으나 이필수 집행부는 내가 관여하는 걸 극구 막았고, 결국 여기까지 몰고 왔다”며 “내가 그 자리에 나가서 복지부와 필수의료 대책을 어떻게 살릴지 현장에서 가장 잘 아는 사람으로서 논의했다면 과연 전공의 지원 전멸 사태가 일어났을까”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 의협회장 선거를 통해 우리나라 의료체계와 의료계를 위한 역할을 다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